Lupine SL Grano 자전거 전조등 사용기(아주 깁니다, 스크롤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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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광주-부산-광주 600K 브레베...
거의 라이딩 내내 쏟아지던 폭우에 챙겨갔던 트렉의 Ion Pro RT가 사망했습니다.
LED 다이가 까맣게 타버렸고 회로기판까지 죄다 부식된 한 때 트렉 플래그쉽 전조등 이온프로RT
트렉(본트래거) 브랜드를 믿었건만 장시간에 걸친 폭우엔 답이 없더라구요.
(제 인생라이드 중 하나였던 2024 광부광 600K 후기도 조만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종종 브레베를 비롯한 야간 장거리 라이딩을 하는 저에겐 '신뢰성 있는' 자전거 전조등이 필수입니다.
저 -무상 서비스 기간이 한참 지난-이온프로RT가 사망 한 후,
이왕이면 독일의 도로교통허가규정(StVZO, Straßenverkehrs-Zulassungs-Ordnung)에 부합하는, 맞은 편 눈부심 방지의 상단 컷오프된 라이트를 사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이건 단순히 눈부심만 방지되는 게 아니라 사방으로 퍼지는 빛을 모아서 아래로만 깔아주기 때문에 동일 루멘 스펙의 다른 전조등보다 체감밝기가 훨씬 뛰어납니다.
장거리 라이딩에 있어선 배터리 효율이 매우 중요한데요.
그 부분에 있어서도 큰 이득입니다.
그래서 한참을 알아 본 결과, 역시나 '루파인(Lupine)'이 가장 낫겠더라구요.
(원래 독일 발음으론 '루피-네'라고 읽는 듯 하지만, 이해 상 영미권이나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부르는 명칭인 '루파인'으로 적겠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가격
가장 저렴한 모델인 SL Mono조차도 다른 독일의 전조등인 B&M 익손 스페이스(IXON Space)의 가격을 넘어섭니다.
어느덧 추워져서 야간에 길게 타기도 어려워지고, 그냥 저냥 잊어버리고 있던 작년 말 갑자기 뜬 광고
루파인에서 고프로 하단 마운트에 장착할 수 있는 신제품이 나온다고 합니다.
루파인엔 여러가지 전조등이 있긴 해도 로드바이크에 달기 편한 모델은 딱히 없었거든요.
거추장스러운 외장형 배터리모델들에다 가민 등 사이클링 컴퓨터를 부착하는 위치에 클램프로 체결하는 형태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루파인에서 이런 깔끔한 라이트라뇨...
당장 사야지
국내 정발되면...(...)
루파인치곤 저렴한-뒤에서 두번째로 쌉니다!- 라이트라고 해도, 신제품이라 에누리없는 196유로는 심하게 비쌉니다.
독일산이라 원산지 증빙만 된다면 관세없이 부가세 10%만 붙는 걸 감안해도(한-EU FTA), 환율이 엉망에다 리튬폴리머 배터리 내장제품이어서 직구하기도 까다롭습니다.
다행히 국내 수입사가 있으니까, 좀 기다리긴 했지만 정발되더군요.
(우연히 수입사 홈페이지 들어갔다 발견했습니다. 이건 광고도 안합니다.-_-)
정발되었어도 온오프라인 어디에서 바로 구입할 수는 없는 무관심의...
루파인 라이트들 취급하는 대리점에 문의해서 구매링크를 만들어 받은 후 샀습니다.
...제가 필요하니 어떻게든 팔아달라 해야죠.ㅎㅎ
독일 생산이구요.
거의 백퍼 제가 국내 1호 구매자일겁니다.
루파인라이트는 정말 살놈살 자전거 전조등인 겁니다.-_-
컷오프 전면렌즈입니다.
오동통합니다.
깔끔하게 생겼구요.
최소한 로드바이크의 디자인을 해치지 않는 모양과 크기입니다.
아래쪽으론 전원스위치와...
방수캡을 벗기면 USB-C 충전 단자가 위치합니다.
아까 트렉의 이온프로RT는 나온 지 오래된 거라 마이크로 USB단자인데요.
비교적 최근에 나온 커뮤터 콤프R까지 그럴 줄은 몰랐습니다.
상위 모델인 커뮤터 프로RT는 USB-C단자인데 이런 걸로 제품 급을 나누더군요.;;
이 SL 그라노는 '제조사 공식적으로' 충전 중 점등이 됩니다.
의외로 이런 라이트 흔치 않습니다.
구입의 큰 이유 중 하나인 중요한 스펙있었습니다.
트렉의 커뮤터 프로RT도 아마 국내에서 거의 처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발매되자 마자 구입했었는데요.
전작인 이온 프로RT처럼 충전중 사용이 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충전케이블 꽂자마자 꺼지는 라이트 ㅂㄷㅂㄷ...
제품검수자 서명과 USB-C케이블, 장착용 렌치와 볼트, 그리고 매뉴얼, 스티커입니다.
라이트 무게는 171g
제법 무게감이 있습니다.
동봉된 매뉴얼이 좀 빈약한데다 한글번역조차 없습니다.
수입사가 좀 해줘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기능을 완전하게 쓰려면 사용법이 정말 간단하지가 않거든요.
루파인 웹사이트에서 다운로드받은 매뉴얼입니다.
영어라서 더 어렵고, 알아봐도 어렵습니다.
딱 전원버튼 하나로 여러가지 설정을 바꿀 수 있습니다.
저야 원래 손전등 덕후였던 지라 이런 식으로 세팅을 바꾸는 라이트에 조금은 익숙합니다만...
세상엔 다양한 취미가 존재합니다.
손전등 덕후시절 모았던 것들(중 일부)
이런 라이트에 익숙하지 않는 분들은 매뉴얼을 봐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100만원을 넘어가는(...) 루파인의 상급 전조등들은 블루투스로 스마트폰 앱에 연결해서 설정을 할 수 있게 나옵니다.
하지만 루파인의 저렴한 모델(...)에는 그런 편의성이 없습니다.
저 매뉴얼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더블 클릭으로 켜고 끄고,
(클릭 스위치의 경우 의도치 않게 눌려 켜지는 걸 방지하지 위한 방식)
라이트를 끈 상태에서 6초동안 스위치를 누르고 있으면 깜빡하고 켜졌다 켜지는 플래싱이 8번 있는데...
그 하나하나 순서대로 바로 전원 스위치에서 손을 떼면 해당 기능의 설정이 바뀌게 됩니다.
(설명해도 어렵네요ㅎㅎ)
마지막 8번 깜빡일 때 손을 떼면 공장초기화로 돌아갑니다.
할 수 있는 기능의 종류는...
1. 에코모드 켜고 끄기
에코모드를 켜면 라이트의 모든 밝기레벨에서 전체 조도가 조금씩 낮아지고, 사용시간이 길어집니다.
2. 조도 센서를 켜고 끄기
조도센서가 활성화되면 밝을 땐 무조건 주간 라이팅 모드로만 켜지고 어두워지면-밤이나 깜깜한 터널통과- 자동으로 야간라이트모드가 됩니다.
비활성화 되면 주간라이팅(깜빡 깜빡 거리면서 맞은 편 차량에 주의를 환기시키는 모드)모드와 야간 로우빔, 하이빔 세가지를 사용자가 임으로 조작할 수 있습니다.
3. 그 밖에 조도센서가 켜져 있을 때 자동으로 주야간 모드가 바뀌는 타이밍 조절이나, 더블클릭으로 라이트를 켜는 기능을 켜고 끄기, 상태표시 LED의 밝기조절이 가능합니다.
...복잡하죠?
루파인 라이트 중 100만원을 넘어가는(...) 종류들은 블루투스로 스마트폰 앱에 연결해서 이런 기능들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절대적으로 보자면 SL 그라노도 충분히 비싼데, 스마트폰 설정 기능 정도는 넣어주면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저 같은 경우엔 케이엣지 아웃프런트 마운트 하단에 고프로 어댑터를 달고 장착했습니다.
사진처럼 충전케이블을 연결하고 점등이 됩니다.
아쉽게도 고속충전은 안되는 것 같고 최대 5W정도라서 최대밝기(9W)에서 무제한 점등은 안될 겁니다.
4W(에코모드 활성화시 3.5W)밝기로는 무한 점등이 되겠구요.
전 블박도 써야하기 때문에 렉마운트 고프로 듀얼어댑터를 달고 Fly12와 동시 거치했습니다.
이건 케이엣지 마운트의 하중제한을 넘어섭니다만 별 도리가 없어서...;;
ㅎㅎ 이런 깔끔함을 원했습니다.
풀인터널의 디스크브레이크 프레임이면 더 깔끔하겠지요...
벽에 비춰 본 조명 패턴
위로는 완벽하게 컷오프됩니다.
각도만 잘 맞추면 맞은 편에 절대 눈부심피해를 주지 않는 매너조명입니다.^^
딱 도로 폭만큼 앞으로 비추구요.
그런데 써보니까 이게 또 단점이 명확합니다.
때로는 좌우 옆으로도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비추는 폭이 너무 좁습니다.
이런 평지도로라면 그래도 큰 불편함은 없는데요.
산길 내리막, 거기에 굽이진 도로
그렇다면 시야확보가 전혀 되질 않습니다(...)
컷오프가 없는 일반 전조등은 이렇습니다.
차이가 확연하죠?
야간 라이딩하다보면 때로는 상단및 좌우를 전체적으로 비춰야 할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조명하나 없는 시골 산길의 급한 내리막 헤어핀 코너들같은 곳들이죠.
컷오프된 라이트는 굽이진 내리막에서 전방을 전혀 비춰주질 못합니다.
그리고 이것처럼 좌우까지 좁은데 코너에서 자연스레 자전거를 기울여 돌면 출구가 전혀 보이질 않게 됩니다.
저 위의 광고영상같은 고갯길이 완전 깜깜하다면 사실상 단독운영이 불가능한 라이트입니다.
같은 렌즈를 사용하는 루파인의 세 라이트들(유튜브 리뷰에서 캡쳐)
SL Mono, SL Nano, SL Grano
나노는 외장배터리에 상향등이 추가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비슷하게 좁은 조명은 공통사항
그래서 루파인의 상급 전조등들은 블루투스 리모트가 있고, 그걸로 별도의 상향등을 켤 수 있습니다.
유튜브의 리뷰들을 보니 저렴한(...) 몇몇 모델들은 상향등이 있어도 360도 동그란 빛을 비추는 다른 전조등만큼 폭넓게 비춰주진 못하더군요.
100만원을 넘어가는 SL AX나 SL minimax는 또 모르겠는데, 그것들은 제가 도저히 찍먹해볼 수 있는 가격대도 아닙니다.;;
로드바이크에 장착하긴 좀 큰데다 거추장스런 외장배터리에...
무엇보다 범접할 수 없는 0이 하나 더 붙은 가격대(...)
리뷰가 무지 하게 길어졌는데 장거리 브레베에서 SL 그라노를 메인 단독으로 운영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반대로 약간의 조명이 있는 평지길 도심에선 그야말고 최고의 매너등입니다)
그럼에도 이걸 포기하고 다른 라이트로 아예 바꾸진 않을 예정입니다.
깜깜한 시골길이라도 평지도로에선 정말 괜찮거든요.
게다가 이런 조명이 불규칙한 노면 상황을 읽기에는 더할 나위 없습니다.
영상에는 PWM방식 라이트의 플리커링이 있는데 실제론 잘 안느껴집니다.
(물론 눈이 예민한 분들은 느낄 수도 있구요, 저도 손전등 덕후로서 PWM방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합니다;;)
단점이야 확연한 라이트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계속 쓰긴 할겁니다.
어차피 장거리 라이딩엔 라이트를 최소 두개(3개는 되어야 안심)이상 챙겨야 할테구요.
이 조명 특유의 장점도 있는데다...
만듬새가 너무 좋습니다.
(루파인라이트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캡쳐)
통 알루미늄 블록을 최소 5축 CNC머신으로 절삭가공했습니다.ㄷㄷㄷ
마운트부까지 튼튼한 일체형입니다.
독일 잉여엔지니어들의 장잉정신이랄 지...;;
저러면 가공단가가 어마어마해집니다.
비싼 이유가 이거였구나 싶습니다.
그리고 방수와 내충격설계 또한 공식 스펙입니다.
작년 광부광600K 때 트렉 전조등 두개가 침수되고 가지고 있던 작은 손전등을 부여잡고, 또 어두침침한 플라이12 블박 내장 전조등으로 완주할 때 뼈져리게 느꼈습니다.
좀 비싸더라도 좋은 거 사자(...)
그리고 루파인의 서비스
쓰다 무상서비스 기간내에 고장나면 교체해주는 게 전부에다, 그 이후라면 그냥 버려야 하는 여타 브랜드와 달리...
루파인은 비용은 들더라도 계속 쓸 수 있게 고쳐 줍니다.
위 영상은 나온 지 엄청 오래된 루파인의 손전등 배터리를 교체해주는 영상입니다.
SL Grano 역시 분해가 쉽게 만들어져 있고, 내장배터리는 볼트 몇개만 풀면 교체할 수 있습니다.
신뢰성과 사후지원때문에 아마도 전 계속 쓸 것 같습니다.
비슷한 조명패턴의 독일 브랜드인 B&M보다 밝고 몸체 완성도도 뛰어납니다.
(저도 쓰긴 하지만 몇몇 B&M라이트들의 가격대비 조악한 플라스틱 외장이란...)
그리고 이 리뷰대로 장거리 라이딩엔 폭넓은 범위를 비춰주는 라이트가 추가로 필요하게 되었는데...
이미 구입해서 함께 쓰고 있습니다.
그건 다음 리뷰에 계속...ㅎㅎ
littlejack님의 댓글

고네이님의 댓글의 댓글
어차피 두세개 달거라면 이거 하나로도 가능합니다.
눈뽕방지에 상하향등 3800루멘
https://www.daejinkr.com/shop/item.php?it_id=1570783378
눈뽕이고 뭐고 대낮으로 만들어주마~! 8600루멘도 있구요.ㅋㅋ
...전 비싸서 못삽니다.ㅜㅜ
https://www.lupine-shop.com/en/SL-X-AX-GoPro-Adapter/i546
고프로 하단 어댑터도 있답니다...
고네이님의 댓글의 댓글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SmileMan님의 댓글

현실은 한강 도로 주행용인데 말이죸ㅋㅋ
고네이님의 댓글의 댓글
안그래도 사람 많은 한강인데 맞은편 눈부심 없고, 어느정도 주변광이 있는 도심에선 바닥만 잘 비춰도 되고, 디자인까지 깔끔합니다.ㅎㅎ
머냐는님의 댓글

저는 이제 판매하지 않는 SL AF 사용중인데 배터리 수납을 따로 해줘야한다는 것만 빼면 진짜 최고입니다.
배터리는 LeadOut 핸들바 백에 수납하고 다닙니다.
칼같은 컷라인에 1000루멘으로 야간 3시간까지 가능한데 가로등 하나 없는 탄천 서울 공항인근을 지나가도 전혀 어두운 느낌이 없을 정도입니다.
다만 직구로 샀는데 관세 안 내려고 본사에 원산지 증빙 내 놓으라고 했더니 그런 거 없다고 못받았습니다 ㅠ.ㅠ
어쩔 수 없이 관세까지 내고 구매했네요;
고네이님의 댓글의 댓글
박스에 독일생산이라 버젓이 있긴 한데 말입니다.
SL-AF는 하향등만 봤을 때는 지금도 스펙상 제일 밝더라구요.(아직 독일 공홈엔 판매중이네요.)
https://www.lupine.de/products/bike-lights/road-bike-lights/sl-af
하향등만 보면 SL-Grano가 900루멘-하향등만 있음- StVZO라이트 중에 제일 밝은 SL-AX도 900루멘이고, SL-Minimax가 하향등 950루멘으로 엇비슷합니다.
SL-AF도 조금 관심이 가긴 했는데 상향등 광량과 범위가 고속 다운힐에 쓰긴 조금 애매해보여서요.
실사하시는 입장에서 어떤 지 궁금합니다.ㅎㅎ
어차피 외장배터리에 죄다 비싸니까 구입하면 아예 한방에 100만원 넘어가는 모델들이 아쉬울 것 같기도 했습니다.
자전거도 아니고 자전거 전조등이 이 가격이면 솔직히 좀 그렇긴 합니다.;;
bulb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