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6 : 41.6 km 아주 사소한 기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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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뭐라도 해볼 수 있을까요
11년 전 5월, 작가 한 분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뭘 좀 가져왔는데, 이걸로 뭐라도 해볼 수 있을까요?”
그해 4월, 참사 이후 고민 끝에 그분은 무작정 차를 몰고 팽목항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차가운 바다와 뜨거운 갯벌 앞에 멍하니 서 있다가,
바닷가에 흘러온 고철과 부서진 어구, 플라스틱 조각들을 차에 가득 실어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제게는 그곳 바닷물을 담은 통 몇 개를 가져오셨습니다.
“세포 키우신다면서요. 혹시 이걸 잘 살려서, 뭐라도 자라나게 할 수 있을까요?”
저도 가슴이 먹먹해져 “그렇게 해보겠습니다”라고 답했고,
현미경 아래 바닷물 속 생명들을 들여다보며 조용히 배양을 시작했습니다.
한편 작가분은 고철 조각들을 하나하나 닦고,
랩으로 정성스레 싸며 조형 작업을 이어가셨구요~
그렇게 3년, 마침내 304개의 구조물이 완성되었습니다.
작품 제목은 사소한 기념비
홍순명 ‘사소한 기념비’(2015∼2017) 사비나미술관
물속 생명체를 시각화하는 시도는 끝내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 실패에도, 저는 그 물속의 그 멋진 생명체들을 기억합니다.
두울: 올해도 가실 거죠?
작년은 열 번째 추도 해였습니다.
여느 해보다 많은 행사가 있었고,
올해 초 자당분들이 모인 대화방에서는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올해도 가실 거죠?”
그 말로 PT-416 준비가 시작됐습니다.
진도 팽목항에서 단원고 기억교실까지,
총 416km를 자전거로 달리는 랜도너 라이딩입니다.
중간 체크포인트조차 없는 이유는,
아이들이 하루라도 빨리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열 번이면 됐지 않을까’, ‘이젠 놓아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다 다시 떠오른 건 그날의 바닷물,
그리고 무언가라도 하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당분들이 일차로 모이신다는 광주로 향했습니다.
꼴뚜기 삼촌님과 차를 타고 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고,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해소되지 않았음을,
많은 이들이 여전히 무엇이라도 해보고 싶어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데코즈님,달낭님, 에피샘님. 꼴뚜기삼촌님, 저
해인두밀님, 우헤헤님, 그리고 담담님
이때는 웃고 있으셨지만 역대급 날씨로 인해 거센 비바람을 뚫고 단원고에 도착하셨습니다.
조만간 누군가가 그 여정을 나눠주실거라고 들었습니다. (담담님, 달냥님^^)
세엣: 41.6km, 아주 사소한 기념비
그분들의 완주 사진을 보며,
저도 아주 작은, 나만의 기념비 하나를 세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16km는 어렵지만, 41.6km는 자전거로 달릴 수 있지 않을까.
문득, 단원고 학생들이 안산에서 여의도까지 걸어왔다는 기사가 떠올랐습니다.
47km의 거리.
자전거 도로를 검색해보니, 기억교실에서 여의도까지 41.6km였습니다.
그 이야기를 나누자, 크롬님께서는 비 오는 일요일에 바로 다녀오셨습니다.
https://www.strava.com/activities/14151976497
https://ridingazua.cc/c/171896
그리고 저는 내일, 안산으로 가보려구요~
단원고에서 여의도까지 41.6 킬로를 달리면서
‘아주 사소한 기념비’ 하나를 쌓아보려고 합니다.^^
시니코님의 댓글의 댓글
지금이 그 아이들이 살고 싶어했던 세상일까 되물어보면 많은 생각이 나서요.
오며 가며 생각해 보려구요 ^^
수경아빠님의 댓글

가족들은 아직도 잊지 못하고 아픔속에 살고 계실텐데...
시니코님의 댓글의 댓글
ex610님의 댓글

시니코님의 댓글의 댓글
크롬님의 댓글

PT-416 하신 분들은 날이 좋을때도 가기 힘든 거리를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비가 오는 힘든 상황에도 끝까지 아이들 데리고 와주신 점이 눈물나게 슬프지만 안도해달란 얘기들을 전해주신 것 같았습니다.
저도 짧은 거리의 단원기억교실 갔다오는길이 내내 비가 오고 바람이 세게 불어서 힘들었지만
가는 길 곳곳마다 불평을 할 미안함도, 힘들구나 느낄 감정도 사치라는 것이 계속 떠나질 않더라고요.
항상 생각보다 더 많은 일들을 꾸미고(?) 계신 시니코님에게 정말로 경이로움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시니코님의 댓글의 댓글
저도 내일 느끼신 그 무언가를 답습하고 오겠습니다^^
BLUEWTR님의 댓글

단원고 아이들도 이태원참사도
가슴에 세기고 잊지않아야합니다
그래서 무능한 국힘은 해체해야합니다
없템포님의 댓글

시니코님의 댓글의 댓글
다가치님의 댓글

2014년 4월 16일, 찬 바다 아래 잠든 수많은 이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우리 곁을 맴돌고 있습니다.
그날의 아픔을 되새기는 것은 단지 슬픔에 머무르기 위함이 아니죠.
책임을 묻고, 변화를 이끌며,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우리들의 다짐이기도 합니다.
기억은 행동이 되고,
행동은 언젠가 사회를 바꿀껍니다.
우리가 그들을 잊지 않을 때, 그들의 삶은 우리 안에서 계속됩니다.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되어 저도 방구석에서 41.6km를 달려 봤습니다.
좋은 제안 감사드립니다.
시니코님의 댓글의 댓글
조그마한 기념비 같이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 ^^
낙우송님의 댓글

저에게 잊혀지지는 않았지만, 희미해지고 있었는데
시니코님 덕분에 다시금 선명해지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시니코님의 댓글의 댓글
Dyner님의 댓글

그쪽만 그런 건지 목포시내 전체가 그런 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참 많은 분들이 여전히 기억하고 계시다는 것이 울컥하게 만들더군요.
정권교체를 하고, 다음 총선에서 200석 이상을 얻어내서 세월호 참사의 모든 비하인드 스토리가 밝혀지길 바라고 또 바랍니다.
작년에 꼭 시기를 맞춰서 매년 PT-416을 시도하리라 다짐했지만...겨우내 뒤룩뒤룩 살만 찐 관계로...한참 후에나 시도할 듯 하네요.
시니코님의 댓글의 댓글
시니코님의 댓글의 댓글
힘센페달님의 댓글

시니코님의 댓글의 댓글
사람과 시스템과 선의가 같이 조합되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DAM담님의 댓글

LunaticFringe님의 댓글

미스터후르1님의 댓글
안전하게 잘 다녀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