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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 41.6 km 아주 사소한 기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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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니코
작성일 2025.04.15 09:50
분류 잡담
1,104 조회
57 추천

본문


하나: 뭐라도 해볼 수 있을까요

11년 전 5월, 작가 한 분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뭘 좀 가져왔는데, 이걸로 뭐라도 해볼 수 있을까요?”

그해 4월, 참사 이후 고민 끝에 그분은 무작정 차를 몰고 팽목항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차가운 바다와 뜨거운 갯벌 앞에 멍하니 서 있다가,
바닷가에 흘러온 고철과 부서진 어구, 플라스틱 조각들을 차에 가득 실어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제게는 그곳 바닷물을 담은 통 몇 개를 가져오셨습니다.

“세포 키우신다면서요. 혹시 이걸 잘 살려서, 뭐라도 자라나게 할 수 있을까요?”

저도 가슴이 먹먹해져 “그렇게 해보겠습니다”라고 답했고,
현미경 아래 바닷물 속 생명들을 들여다보며 조용히 배양을 시작했습니다.

한편 작가분은 고철 조각들을 하나하나 닦고,
랩으로 정성스레 싸며 조형 작업을 이어가셨구요~ 


그렇게 3년, 마침내 304개의 구조물이 완성되었습니다.
작품 제목은 사소한 기념비

홍순명 ‘사소한 기념비’(2015∼2017) 사비나미술관


물속 생명체를 시각화하는 시도는 끝내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 실패에도, 저는 그 물속의 그 멋진 생명체들을 기억합니다.


두울: 올해도 가실 거죠?

작년은 열 번째 추도 해였습니다.
여느 해보다 많은 행사가 있었고,
올해 초 자당분들이 모인 대화방에서는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올해도 가실 거죠?”

그 말로 PT-416 준비가 시작됐습니다.
진도 팽목항에서 단원고 기억교실까지,
총 416km를 자전거로 달리는 랜도너 라이딩입니다.
중간 체크포인트조차 없는 이유는,
아이들이 하루라도 빨리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열 번이면 됐지 않을까’, ‘이젠 놓아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다 다시 떠오른 건 그날의 바닷물, 

그리고 무언가라도 하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당분들이 일차로 모이신다는 광주로 향했습니다.


꼴뚜기 삼촌님과 차를 타고 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고,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해소되지 않았음을,
많은 이들이 여전히 무엇이라도 해보고 싶어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데코즈님,달낭님, 에피샘님. 꼴뚜기삼촌님, 저 

해인두밀님, 우헤헤님, 그리고 담담님

이때는 웃고 있으셨지만 역대급 날씨로 인해 거센 비바람을 뚫고 단원고에 도착하셨습니다. 

조만간 누군가가 그 여정을 나눠주실거라고 들었습니다. (담담님, 달냥님^^)


세엣: 41.6km, 아주 사소한 기념비

그분들의 완주 사진을 보며,
저도 아주 작은, 나만의 기념비 하나를 세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16km는 어렵지만, 41.6km는 자전거로 달릴 수 있지 않을까.
문득, 단원고 학생들이 안산에서 여의도까지 걸어왔다는 기사가 떠올랐습니다.
47km의 거리.
자전거 도로를 검색해보니, 기억교실에서 여의도까지 41.6km였습니다.

그 이야기를 나누자, 크롬님께서는 비 오는 일요일에 바로 다녀오셨습니다.

https://www.strava.com/activities/14151976497

https://ridingazua.cc/c/171896


그리고 저는 내일, 안산으로 가보려구요~ 

단원고에서 여의도까지 41.6 킬로를 달리면서
‘아주 사소한 기념비’ 하나를 쌓아보려고 합니다.^^



57추천인 목록보기
댓글 38

미스터후르1님의 댓글

작성일 04.15 09:55
있을 수 없는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합니다.
안전하게 잘 다녀오세요.

시니코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시니코
작성일 04.15 10:12
@미스터후르1님에게 답글 감사합니다!
지금이 그 아이들이 살고 싶어했던 세상일까 되물어보면 많은 생각이 나서요.
오며 가며 생각해 보려구요 ^^

수경아빠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수경아빠
작성일 04.15 10:30
초등학생이였던 딸이 이제 고3이 되었는데.. 시간이 많이 지났네요.
가족들은 아직도 잊지 못하고 아픔속에 살고 계실텐데...

시니코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시니코
작성일 04.15 11:32
@수경아빠님에게 답글 십년에 하나 더한 시간이 짧기도 길기도 하지만, 여전히 맘엔 무언가가 남아 있더라구요ㅜㅡ

ex610님의 댓글

작성자 ex610
작성일 04.15 10:45
어느덧 11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조심히 다녀오세요~ 저도 저만의 아주 사소한 기념비를 쌓아보도록하겠습니다.

시니코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시니코
작성일 04.15 11:33
@ex610님에게 답글 맞아요~ 저만의 아주 사소한 기념비들이 모이고 모이면 어디론가 전달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크롬님의 댓글

작성자 크롬
작성일 04.15 11:18
너무나도 슬픈 일이고 비통한 일이였지만, 그래도 기억할 많은 어른들과 시니코님과 같이 기억을 기록으로 남겨질 일들을 하시는 많은 분들이 있어서 그나마 마음이 덜 차가워집니다.

PT-416 하신 분들은 날이 좋을때도 가기 힘든 거리를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비가 오는 힘든 상황에도 끝까지 아이들 데리고 와주신 점이 눈물나게 슬프지만 안도해달란 얘기들을 전해주신 것 같았습니다.

저도 짧은 거리의 단원기억교실 갔다오는길이 내내 비가 오고 바람이 세게 불어서 힘들었지만
가는 길 곳곳마다 불평을 할 미안함도, 힘들구나 느낄 감정도 사치라는 것이 계속 떠나질 않더라고요.

항상 생각보다 더 많은 일들을 꾸미고(?) 계신 시니코님에게 정말로 경이로움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시니코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시니코
작성일 04.15 11:33
@크롬님에게 답글 비도 오는데 훌쩍 그렇게 다녀 오셔서 놀랐습니다! 역시 추진력은 최고세요!
저도 내일 느끼신 그 무언가를 답습하고 오겠습니다^^

BLUEWTR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BLUEWTR
작성일 04.15 11:25
잊으면 개돼지되는거죠
단원고 아이들도 이태원참사도
가슴에 세기고 잊지않아야합니다
그래서 무능한 국힘은 해체해야합니다

시니코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시니코
작성일 04.15 11:34
@BLUEWTR님에게 답글 맞아요. 이태원 참사도 ㅜㅡ

노동자가살기좋은세상님의 댓글

작성일 04.15 12:11
저도 멀리서라도 함께하고싶어 3일째 매일 41.6키로씩 타고있어요~ 절대 잊지않겠습니다.

시니코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시니코
작성일 04.15 13:22
@노동자가살기좋은세상님에게 답글 와~ 매일 꾸준히 쉽지 않은데. 화이팅입니다!! ^^

노동자가살기좋은세상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노동자가살기좋은세상
작성일 04.15 15:57
@시니코님에게 답글 10일 채워 416키로 만들어서 인증하겠습니다^^

없템포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없템포
작성일 04.15 14:15
내일이 0416이네요. 해소하지 못한 이 먹먹함은 매년 되풀이 되겠지요. 내일은 가상라이딩이라도 41.6km 달려보겠습니다. We ride 41.6 km

시니코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시니코
작성일 04.15 15:15
@없템포님에게 답글 각자의 형편에 맞게 달리고 나누고 연대하면 좋을거 같습니다! ^^ We ride 41.6 km!

다가치님의 댓글

작성자 다가치
작성일 04.15 15:17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014년 4월 16일, 찬 바다 아래 잠든 수많은 이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우리 곁을 맴돌고 있습니다.
그날의 아픔을 되새기는 것은 단지 슬픔에 머무르기 위함이 아니죠.
책임을 묻고, 변화를 이끌며,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우리들의 다짐이기도 합니다.

기억은 행동이 되고,
행동은 언젠가 사회를 바꿀껍니다.
우리가 그들을 잊지 않을 때, 그들의 삶은 우리 안에서 계속됩니다.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되어 저도 방구석에서 41.6km를 달려 봤습니다.
좋은 제안 감사드립니다.

시니코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시니코
작성일 04.15 16:56
@다가치님에게 답글 맞습니다. 잊지 않고 어떤 형태로든 기억하고 공감하며 나누는 것.
조그마한 기념비 같이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 ^^

낙우송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낙우송
작성일 04.15 18:00
벌써 11년이 되었네요
저에게 잊혀지지는 않았지만, 희미해지고 있었는데
시니코님 덕분에 다시금 선명해지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시니코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시니코
작성일 04.15 21:08
@낙우송님에게 답글 희미해지지만 깔끔하게 풀리지 않았던 무언가가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언젠가는 풀리길 바라면서 @@;;

초가을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초가을
작성일 04.15 19:30
저도 오늘 그날을 기억하며 41.6km 달리고 왔습니다.

시니코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시니코
작성일 04.15 21:09
@초가을님에게 답글 수고 많으셨습니다!
로그의 그림을 보니 반갑네요^^

얼음1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얼음1
작성일 04.15 19:33

저도 오늘 퇴근 길을 거리를 맞춰 돌아 왔습니다.

시니코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시니코
작성일 04.15 21:09
@얼음1님에게 답글 수고 많으셨어요~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

Dyner님의 댓글

작성자 Dyner
작성일 04.16 00:42
오늘은 우연찮게 목포대교를 건너면서 세월호를 지나갔는데 시내에 노란 플랫카드가 시가지를 끊임없이 메꾸고 있더군요.
그쪽만 그런 건지 목포시내 전체가 그런 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참 많은 분들이 여전히 기억하고 계시다는 것이 울컥하게 만들더군요.

정권교체를 하고, 다음 총선에서 200석 이상을 얻어내서 세월호 참사의 모든 비하인드 스토리가 밝혀지길 바라고 또 바랍니다.

작년에 꼭 시기를 맞춰서 매년 PT-416을 시도하리라 다짐했지만...겨우내 뒤룩뒤룩 살만 찐 관계로...한참 후에나 시도할 듯 하네요.

시니코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시니코
작성일 04.16 06:33
@Dyner님에게 답글 아. 그래도 아직도 기억하고 무언하를 하려는 분들이 많으신것 같아 마음이 한결 편해지네요~ ^^

SmileMan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SmileMan
작성일 04.16 01:13
정말 그날은 잊혀지지가 않네요
살면서 수많은 날 중 하루인데 말이죠 ㅠ

시니코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시니코
작성일 04.16 06:34
@SmileMan님에게 답글 맞아요~ 그 기억들이 이젠 좀 멀어질때도 됐는데 해마다 이때쯤이면 다시 떠오르니 @@;;

힘센페달님의 댓글

작성자 힘센페달
작성일 04.16 01:23
아이들이 최우선으로 보호 받고 꿈을 펼쳐나가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수년 전 4월 16일 뉴스를 보며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일조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아직도 갈길이 머네요. 잊지 않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노력하겠습니다!

시니코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시니코
작성일 04.16 06:35
@힘센페달님에게 답글 예전 미국 대선 토론에서 주제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건강하고 밝게 자라게 할 수 있을까? 였는데요,
사람과 시스템과 선의가 같이 조합되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DAM담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DAM담
작성일 04.16 08:23
PT-416 후 집에 왔는데 딸래미가 배시시 웃는걸 보면서 저도 모르게 울컥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게 클 수 있도록 꼭 기억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이에게도 알려주고요. 기억하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니코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시니코
작성일 04.16 14:34
@DAM담님에게 답글 우리 같이 기억하고 같이 나눠요~!^^

LunaticFringe님의 댓글

작성자 LunaticFringe
작성일 04.16 19:45
그 날의 아픔을 잊지 않으려고
저 나름의 의미있는 주행을 했습니다.
(1)41.6km 다녀왔습니다.

시니코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시니코
작성일 04.16 22:18
@LunaticFringe님에게 답글 수고하셨습니다!

시니코님의 댓글

작성자 시니코
작성일 04.16 22:19


저도 잘 다녀왔습니다!

박달냥님의 댓글

작성자 박달냥
작성일 04.17 11:50
과제 제출 완료했습니다!! ㅋㅋ

시니코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시니코
작성일 04.17 21:29
@박달냥님에게 답글 멋지게 잘 쓰셨어요! ㅎㅎ

diynbetterlife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diynbetterlife
작성일 04.17 17:43

시니코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시니코
작성일 04.17 21:30
@diynbetterlife님에게 답글 이미지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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