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모앙 100일 체험기
페이지 정보
본문
구시가지에서는 거의 눈팅회원이었습니다. 어떻게 가입했는지도 가물가물합니다. 아마 휴대폰 정보를 얻고 장터를 이용하고 싶어서였던 것 같습니다. 현실에서 만나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제게는 그 곳이 글과 이미지로 이루어졌지만 떠들썩한 사회로 느껴졌습니다. 그 곳을 드나들고 언젠가부터 포탈 뉴스를 안 보기 시작했습니다. 읽을 만한 뉴스나 정보들을 게시판에서 바로 볼 수 있었고 의견다운 의견들이 댓글로 적혀 있었으니까요. 포탈의 기사와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는 댓글들 대신 그것들을 보면서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오래된 곳인 만큼 이것저것 찾아 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책 제목과 작가 이름을 검색하고 관심있는 물건도 찾아 봤습니다. 많은 후기와 사용기를 볼 수 있었고 글을 읽는 재미와 함께 실제로 많은 도움을 얻었습니다. 가입인사를 하진 않았지만 관심있는 몇몇 소모임, 예를 들면 클다방 같은 곳에 가서 글을 읽곤 했습니다. 커피 한 잔 하는 기분이 들더군요. 디아블로당에 글을 남기고 횃불을 다른 회원분에게 드린 적도 있네요. 갤러리를 보면서 멋진 사진에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뭘 한 게 없는데도 시간이 지나다 보니 그 곳에 약간의 소속감 같은 게 느껴졌습니다.
언젠가부터 스크랩한 글 못지 않게 메모가 늘었습니다. 더불어 차단도 증가했습니다. 사람들이 모이면 다툼이 있기 마련이지만 저도 모르게 피곤함이 점점 쌓여갔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사건이 터졌죠. 아이디가 기억될 정도로 활동한 건 없지만 뭔가 대학교 때 과방 같은 가야할 곳을 잃어버린 느낌, 허전함이 밀려오더군요. 세월이 흘렀음을 느꼈습니다. 이제 커뮤니티는 끝인가...
며칠이 지나 다모앙이 생긴 걸 알게 되고 가입했습니다. 구시가지에서 괜찮았던 때의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처음엔 좀 실망했습니다. 뭐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지 얼마 안돼서 생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예전처럼 책이나 작가 이름으로 검색을 하면 나오는 게 없습니다. 계획에 있었던 모니터암도 글이 몇 개뿐이었습니다. (물론 다른 곳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지만) 그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글을 올려 볼까... 저는 전자기기가 별로 없습니다. TV도 없고 애플 제품은 써 본 적도 없습니다. pc랑 휴대폰이 전부죠. 예전처럼 활동적이지도 않습니다. 축구 본 건 2002년이 마지막이네요. 야구는 한화팬이긴 한데 비밀번호 찍으면서 기사만 보게 되었습니다. 소설 정도 가끔 읽었습니다. 사용기 항목을 둘러 보니 '도서'가 있더군요. 계속 올릴 자신은 없었지만 그 항목을 조금은 채워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작년에 읽은 듄 시리즈를 시작으로 몇 번 글을 적었습니다. 댓글이 달리고 제가 거기에 대댓글을 답니다. 예전 블로그를 할 때처럼 괜히 뿌듯했습니다.
자유게시판도 예전보다 더 들여다 봅니다. 누군가의 고민이 있고 거기에 사람들이 조언과 격려, 위로의 글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좋은 일을 올려서 축하를 받기도 합니다. 포탈에 가지 않아도 봐야 할 뉴스와 거기에 대한 괜찮고 생각해 볼 만한 의견들이 올라옵니다. 시간이 한참 지나면 어떻게 될지 알 순 없지만 박제와 메모는 예전처럼 피곤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지방 소도시지만 자유게시판에서 우연히 보게 된 동네 맛집 글을 읽고 직접 방문도 해 봅니다. 가 본 김에 맛지도에 글도 작성했 봤습니다. 많이는 아니지만 예전에는 거의 하지 않던 댓글도 적기 시작합니다. 아재라는 걸 인증해서 경로당에 초대받은 적도 있네요. 또 가입인사를 하진 않았지만 관심이 있는 소모임에 들락날락하기 시작합니다. 책읽는당이 생겨서 사용기에 도서글은 적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평점 게시판이 생긴 겁니다. 잊고 있던 작품들을 보면서 감상에 사로잡히기 시작합니다. 저도 기억 속에 인상적으로 남아 있는 영화, 음악, 몇 번 글을 올려 봤습니다. 오늘 또 그런 생각이 드네요. 전혀 해 본 적이 없지만 관심만 있는 목공한당은 안 생길까... 더불어 혼자산당도 생각나네요.
예전보다는 뭔가 한 것 같은 기분이 들긴 합니다. 한편으로는...
누군가를 잃은 슬픔, 부모님과의 정치적 의견 충돌, 자신의 처지, 건강과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고민 등 제 상황과 겹치거나 공감이 되는 글들을 게시판에서 가끔 보게 됩니다. 그런 글들을 볼 때마다 괜찮은 위로와 격려의 말이 떠오르지만 단어와 문장은 매번 완성하지 못합니다. 축하의 글에도 댓글을 적고 싶지만 저의 표현은 어색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멈추곤 합니다. 저는 온라인 상에서 개인사를 이야기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예전에 네이트 영화동호회에서 오프로 만난 분들과는 어느 정도 터놓고 지낸 기억은 있네요. 이야기하고 싶은 충동과 생각은 있습니다. 하지만 적고 나서 혼자 그걸 계속 곱씹게 되는 게 두렵습니다. 그래서 글을 올린 분들과 격려와 위로, 조언을 하는 분들이 엄청 부럽습니다.
그래도 이런 생각 정도는 적을 생각까지 한 걸 보면 저도 이 곳에 와서 뭔가 조금은 바뀌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전히 열성적인 회원은 아니지만 또다시 예전처럼 눈팅회원으로 돌아갈지도 모르지만 아주 조금은 저를 열고 이 곳에 온 느낌이나 소감을 올려 보고 싶었습니다.
다모앙 100일을 축하합니다. 그리고 모두 고맙습니다.
아잉슈타인님의 댓글
와닿았고 공감했습니다. Vagabonds 님의 좀 더 많은 글들을 보게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Ivory님의 댓글
아마 다모앙을 만나 Vagabonds님의 일상이 이렇게 생생해졌다는 경험이 글에 녹아들었기 때문이겠죠?^^ 앞으로도 이렇게 아름다운 경험을 여기서 많이 봤으면 좋겠습니다.
한스팩토리님의 댓글
뭔가~ " 넌 혼자가 아니야~ " 우린 떨어져 있어도 함께야~~
라는 공간인듯 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화이팅입니다!!!
나자리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