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현실] 학교폭력 제로 캠페인 (feat. 댄스 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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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강연을 했던 현산초등학교의 홈페이지를 방문했었는데, 팝업창으로 대문짝만하게 학교폭력 제로 캠페인을 한다는 광고 페이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내용인가 궁금하기도해서 링크를 따라 접속해 보니, 경기도 교육청 공식 유튜브 계정으로 연결되고 한 편의 뮤직비디오가 나옵니다. 학교폭력 예방(?)에 대한 노래와 함께 남자 선생님과 여러 명의 학생들이 출연한 영상이었습니다.
전반적인 노래의 가사로 봐서는 학교폭력은 나쁜 것이라고 강조하는 듯 보이고, 경쾌한 음악과 춤으로 학생들의 시선을 끌 말한 콘텐츠 같았습니다.
그런데 영상을 시청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뮤직비디오 영상을 보고 학생들끼리 춤을 추며 제작한 영상을 각자의 개인 SNS에 업로드를 하고, 교육청 공개계정에 업로드하는 방식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왜?
챌린지의 목적이 노래의 가사를 알리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노래와 함께 나온 춤을 알리려고 하는 것인지 당최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문득,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는"학교폭력 멈춰" 캠페인이 생각납니다.
학교폭력의 광경을 보게 되면 다수의 학생들이 손으로 멈춰라는 구호를 외치게 하는 캠페인이었죠. 오히려 이 캠페인은 학교폭력이라는 무거운 사회적 문제를 아주 가볍고 단순하게, 희화화 시키는것에 일조를 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또한 “학교폭력 멈춰” 라는 캠페인은 교육당국이 학교폭력을 바라보는 시각을 아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입니다.
보수적인 공무원 조직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은 칭찬받을만 합니다.
그러나 그 시도는 누구에게나 납득이 되어야 합니다. 본질을 벗어난 생뚱맞은 일들을 한다면 사기업에서는 당장 불호령이 떨어질 일입니다.
공무원 조직과 일반 사기업 조직은 지향하는 바가 다르지만, 비용을 들여 진행하는 마케팅 프로모션의 과정과 목적은 같습니다.
마케팅 프로모션을 하는 이유는, 자사 제품의 판매 촉진(정책 홍보)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요 고객층을 설정한 후,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하여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합니다.
주요 고객층과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프로모션은 실패가 아니라 망작이 되어 버립니다.
단순히 판매 부진에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 이미지에도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학교폭력 제로 댄스 캠페인이 그렇습니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주요 고객층이 단순히 학생들에게만 국한되었다는 교육청의 시각은 여전히 학교폭력의 본질을 모른다는 의미이며,
노래 가사와 뮤직비디오를 통하여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겠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나, 캠페인 진행 과정에서 오히려 학생들끼리 반복과 갈등을 더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즉, 판매 부진과 더불어 기업의 이미지에도 막대한 손실을 주었다는 겁니다.
7년 전, 한 기업의 마케팅 팀장으로 재직할 때,
팀원이 저에게 마케팅 프로모션 기획안에 대해서 보고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 그러니까 이 프로모션의 목적은 뭐야?"
"회사의 브랜드 인지도 확대입니다."
"그래, 그러면 브랜드 인지도를 확대하는 이유는 뭐지?"
"회사의 매출 증진입니다."
"자, 그러면 생각해 보자. 우리 회사의 주요 고객층은 40대 이상의 장년층인데 브랜드 마케팅을 하려면 40대를 중심으로 해야 하지 않나?"
"그렇긴 한데, 20대에게도 충분히 회사를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20대에게도 충분히 회사를 알릴 필요가 있지, 그런데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20대에게 아무리 우리 회사를 알려도, 그들이 우리 회사 제품을 사용하려면 최소 2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텐데 과연 회사 입장에서 20대를 대상으로 막대한 비용을 들여 마케팅을 해야 하는 것이 맞아?"
"그래도......."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이야, 우리 회사 제품의 주요 고객층을 설정하는 것이고, 주요 고객층을 다시금 세분화하여 정리하는 거야.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고객의 니즈가 파악되는 것이고"
"................"
"당장의 매출을 위한 것이라면 불특정 다수의 20대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할 것이 아니라, 주요 고객층인40대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해야지."
"네....."
"다시 해"
"알겠습니다."
그 당시에는 좋은 말로 타이르며 팀원을 돌려보냈지만 만약, 경력이 있는 팀원이었다면 제 성격상 좋은 소리는 못했을 겁니다.
이번, 학교폭력 제로 댄스 챌린지를 기획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충분히 기획자의 의도는 파악하고, 다양한 시도를 한 것에 대해서는 칭찬할만 합니다.
그러나 한마디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번지수를 잘못 찾았습니다."
" 마케팅 책을 좀 읽으세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이 아닌 본질에 집중하는 일을 하세요."
"그리고, 잘 모르면 물어보세요." 라고 말입니다.
[이해준학교폭력연구소장] 이전에, 저 또한 수십 년간 기획, 마케팅을 담당하고, 마케팅 강연도 했던 사람으로서, 이번 학교폭력 캠페인이 오히려 부모들에게 교육당국의 불신만 더 초래 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 스럽습니다.
학교폭력이라는 사회적 문제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험난합니다.
이카루스님의 댓글
하긴 저출산도 댄스로 극복하자는 시대였죠... ㅠㅠ
Drum님의 댓글
뱃살대왕님의 댓글
순간..아니 저거 따라하면 학폭이 줄어드나??
애들 정서에 춤이 바보같다고 오히려 왕따당하는거 아냐??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어찌 됐던 학폭에 관심을 갖는다는게 좋은거라고 애써 좋게 생각하려합니다.
망각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