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문장대를 다녀온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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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Mickey 125.♡.68.33
작성일 2024.08.06 19:48
2,502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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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가 취미라 매주 주말이면 전국의 여기저기 예쁘다는 둘레길을 찾아 열심히 걷습니다.

산은 잘 안가요. 너무 힘들거든요. ^^;


그런 사람이 전혀 의도치 않았던 백담사-오세암을 가던 중

'500m 두 번만 가면 되겠네..' 라는 어느 여성분의 말의 여운 때문에 문장대를 가게 됐네요.


3주 전 7월 중순의 어느 주말

버스를 타고 가야 했던 백담사에 계곡을 따라 데크를 설치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가봅니다.

아직 100% 완성은 아니지만 주차장 초입부터 백담사까지 약 6km 거리에 데크가 잘 설치되어 있습니다.


평소 15~25km 정도의 거리를 걷는지라 6km 왕복은 좀 맹숭한 감이 있어 영시암까지 가봅니다.

영시암에 도착해 믹스커피 한 잔 마시며 쉬는데 

어느 남성분이 '오세암까지 1.2km야 얼른 가자. 걷기 초보는 여기서 돌아가고..'


오잉? 오세암까지 1.2km 밖에 안돼?

그 정도면 한 시간이면 갈 수 있겠는데? 라는 생각과

걷기 초보는 여기서 돌아가라는 말에 괜히 욱~해서

''여길 언제 또 오겠냐. 한 번 가보자' 하고 오세암으로 출발 했더랬지요.


뭔가 크게 잘못 됐음을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영시암-오세암까지는 2.5km였고, 가는 길은 무지막지 험했습니다.

그래도 기왕 출발한 거 함 가보자~ 하며 걷습니다.


'얼마나 더 가야해요?' 라는 질문에 보통의 등산객은 '거의 다 왔어요' 라 대답하는 게 대부분인데, 모든이의 대답이 '어우~ 아직 한참 가야 하는데..' 였어요.


오세암을 1Km 남긴 시점에서 포기를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거의 포기하는 것으로 마음먹고 발길을 돌리려던 그 때,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같이 가던 모르는 일행의 어느 여성분이 '500미터 두 번만 가면 되겠네' 하며 가시는 거에요.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1km는 그렇게 멀고 힘들게 느껴지던 게 500m 두 번만 가면 된다는 말에 갑자기 만만해지는 거에요.


꾸역꾸역 오세암까지 갔습니다 ^^

도착하자마자 벤치에 쓰러져 찍은 사진이라 삐뚭니다 ㅋ~


그 여성분의 한마디 말 덕분에 평생 올 일 없던 오세암도 구경하고, 난생 처음 절 밥도 먹어보는 경험을 했어요.


다시 힘들게 하산하여 집에 왔는데, 참 묘한 기분이 듭니다.

고생스러웠지만 오세암까지 갔던 것과, 500m 두 번만 가면 되겠네 란 말이 계속 머리속을 맴도는 거에요.


'산에 가야겠다. 생각을 바꾸면 조금 힘든 산도 갈 수 있을거야..' 가 머리속을 지배합니다.


결국 지난 일요일 속리산 문장대를 목표로 걷기 시작합니다.

문장대를 500m를 앞두고 엄청나게 가파른 길을 보며 '세 번에 나눠서 가지 뭐~' 라 생각하며 한 걸음씩 올랐고, 결국 도착했어요. (실제로는 5번 쉬었습니다. ㅋ)


힘들게 올랐더니 멋진 풍경을 선물해 주네요.

다리에 알이 배겨 걷는 게 부자연스럽지만 뿌듯했습니다. ^^


여전히

'500m 두 번만 가면 되겠네..' 란 말에 여운이 깊게 남아 있습니다.


불가능 할 것 같은 상황, 내가 못할 것 같은 상황을 만나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마법의 문장이 되지 싶어요. ^^

개인의 경험이었지만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무언가를 하나 배운 느낌입니다.


앙님들도 뭔가 불능한, 힘든 상황을 마주쳤을 때 한 번 정도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 하여 문장대 다녀온 얘기를 정리해 봤습니다 ^^;


댓글 25 / 1 페이지

DUNHILL님의 댓글

작성자 DUNHILL (118.♡.66.26)
작성일 08.06 19:52
푸쉬업 100개 한다 생각지 말고 10개씩 10번 한다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Mickey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Mickey (125.♡.68.33)
작성일 08.06 19:55
@DUNHILL님에게 답글 맞습니다. 뭔가 시도하려할 때 거창하게 생각하면 시작을 못하는데 쪼개서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

johnnylee님의 댓글

작성자 johnnylee (122.♡.71.253)
작성일 08.06 19:56
예전 마라톤을 하시는 어떤 분이 하신 말씀이 생각나네요ㅎㅎ
 “어떻게 마라톤을 그리 자주 왕복할 수 있냐니까”

“10키로마다 보급 먹으면서 네번에 끊어간다” 생각하신다고...ㅎㅎ

Mickey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Mickey (211.♡.133.152)
작성일 08.06 20:20
@johnnylee님에게 답글 역시 무림엔 고수가 많습니다 ^^

gift님의 댓글

작성자 gift (180.♡.248.31)
작성일 08.06 19:58
여운이 남는 이야기네요.  덕분에 구경 잘 했습니다.

Mickey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Mickey (211.♡.133.152)
작성일 08.06 20:21
@gift님에게 답글 다음엔 태백산에 도전해 보려구요 :)

라움큐빅님의 댓글

작성자 라움큐빅 (218.♡.164.150)
작성일 08.06 19:59
어릴 적에 속리산은 가 봤는데... 글을 참 아기자기하게 쓰셨습니다.

Mickey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Mickey (211.♡.133.152)
작성일 08.06 20:26
@라움큐빅님에게 답글 부끄럽네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부릎뜨니숲이어쓰님의 댓글

작성자 부릎뜨니숲이어쓰 (119.♡.48.246)
작성일 08.06 20:00
정상에서 보는 풍경 멋지네요 ㄷㄷㄷㄷ

Mickey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Mickey (211.♡.133.152)
작성일 08.06 20:26
@부릎뜨니숲이어쓰님에게 답글 고생에 대한 보답은 풍경이 해주더라고요 ^^

Jay74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Jay74 (223.♡.147.79)
작성일 08.06 20:28
오랜만에 보니 너무 그립고 멋집니다.~^^
중턱에 너무나 고즈넉하고 음식이 맛있기로 유명했던 비로 산장의 추억이 너무 그립습니다.
소싯적 속리산에 한 2년 살았습니다. ㅎㅎㅎㅎㅎㅎ

Mickey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Mickey (211.♡.135.20)
작성일 08.06 20:51
@Jay74님에게 답글 우와~ 산에서 사셨던 얘기가 궁금합니다 ^^

Jay74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Jay74 (211.♡.205.115)
작성일 08.06 22:58
@Mickey님에게 답글 아~~ 소형 주차장이라고…. 혹시..ㅎㅎㅎ ^^ 깁니다~~~~
487 랜덤 럭키포인트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인생은경주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인생은경주 (218.♡.64.138)
작성일 08.06 23:28
@Jay74님에게 답글 귀농한다고 토일 주말을 사내리에서 살았습니다.  속리산 이야기하면 왠지.정감이 듭니다
75 랜덤 럭키포인트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날개달기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날개달기 (121.♡.1.128)
작성일 08.06 20:31
저는 그 옛날 저 계단을 앉아서 기어내려온 기억만 강렬하네요. 아마 위에서도 바위에 딱 붙어 앉아있었을 거예요.  ㅠㅠ

삼냥이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삼냥이 (223.♡.181.120)
작성일 08.06 20:36
@날개달기님에게 답글 저도… ㅠㅠ

Mickey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Mickey (211.♡.135.20)
작성일 08.06 20:52
@날개달기님에게 답글 저 사진 찍어주셨던 가족분들은 안올라오시더라고요
쫄리는 계단은 맞습니다 ^^

sunandmoon님의 댓글

작성자 sunandmoon (180.♡.191.33)
작성일 08.06 21:01
정상에서 바라본 바위산이 정말 멋지군요!!!
멋진 사진! 그런데 사진에서 습기가 느껴져요ㅠ

Mickey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Mickey (211.♡.135.20)
작성일 08.06 21:13
@sunandmoon님에게 답글 연신 폭염주의 알람이 왔고, 땀은 비오듯 쏟아졌으며, 돌아오는 길에 세찬 소나기도 내렸고, 차 안에서 보이는 실외 온도는 39도 였습니다. 다들 저보고 이 날씨에 미쳤다고… ^^;

그래요미안해요님의 댓글

작성자 그래요미안해요 (1.♡.48.191)
작성일 08.06 21:33
좋은 글 감사합니다. :)

Mickey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Mickey (211.♡.135.20)
작성일 08.06 22:04
@그래요미안해요님에게 답글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인생은경주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인생은경주 (218.♡.64.138)
작성일 08.06 23:30
요즘엔 세조길이 더 유명합니다.
저수지도 있고  길도 좋습니다.  내려오실때  맛난거 드셨겠지요.

Mickey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Mickey (211.♡.135.20)
작성일 08.07 03:35
@인생은경주님에게 답글 세조길 통해 다녀왔지요~ 거길 놓칠 수는 없지요 ^^
내려오는 길 너무 힘드니까 콜라 생각만 나더라고요.

mrbadger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mrbadger (125.♡.202.90)
작성일 08.07 00:23
좋은 글 감사합니다. 문장대 세 번 오르면 극락에 간다니 두 번 더 도전하시지요!

Mickey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Mickey (211.♡.135.20)
작성일 08.07 03:38
@mrbadger님에게 답글 음..
음..
극락은 안 가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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