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문장대를 다녀온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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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가 취미라 매주 주말이면 전국의 여기저기 예쁘다는 둘레길을 찾아 열심히 걷습니다.
산은 잘 안가요. 너무 힘들거든요. ^^;
그런 사람이 전혀 의도치 않았던 백담사-오세암을 가던 중
'500m 두 번만 가면 되겠네..' 라는 어느 여성분의 말의 여운 때문에 문장대를 가게 됐네요.
3주 전 7월 중순의 어느 주말
버스를 타고 가야 했던 백담사에 계곡을 따라 데크를 설치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가봅니다.
아직 100% 완성은 아니지만 주차장 초입부터 백담사까지 약 6km 거리에 데크가 잘 설치되어 있습니다.
평소 15~25km 정도의 거리를 걷는지라 6km 왕복은 좀 맹숭한 감이 있어 영시암까지 가봅니다.
영시암에 도착해 믹스커피 한 잔 마시며 쉬는데
어느 남성분이 '오세암까지 1.2km야 얼른 가자. 걷기 초보는 여기서 돌아가고..'
오잉? 오세암까지 1.2km 밖에 안돼?
그 정도면 한 시간이면 갈 수 있겠는데? 라는 생각과
걷기 초보는 여기서 돌아가라는 말에 괜히 욱~해서
''여길 언제 또 오겠냐. 한 번 가보자' 하고 오세암으로 출발 했더랬지요.
뭔가 크게 잘못 됐음을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영시암-오세암까지는 2.5km였고, 가는 길은 무지막지 험했습니다.
그래도 기왕 출발한 거 함 가보자~ 하며 걷습니다.
'얼마나 더 가야해요?' 라는 질문에 보통의 등산객은 '거의 다 왔어요' 라 대답하는 게 대부분인데, 모든이의 대답이 '어우~ 아직 한참 가야 하는데..' 였어요.
오세암을 1Km 남긴 시점에서 포기를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거의 포기하는 것으로 마음먹고 발길을 돌리려던 그 때,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같이 가던 모르는 일행의 어느 여성분이 '500미터 두 번만 가면 되겠네' 하며 가시는 거에요.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1km는 그렇게 멀고 힘들게 느껴지던 게 500m 두 번만 가면 된다는 말에 갑자기 만만해지는 거에요.
꾸역꾸역 오세암까지 갔습니다 ^^
도착하자마자 벤치에 쓰러져 찍은 사진이라 삐뚭니다 ㅋ~
그 여성분의 한마디 말 덕분에 평생 올 일 없던 오세암도 구경하고, 난생 처음 절 밥도 먹어보는 경험을 했어요.
다시 힘들게 하산하여 집에 왔는데, 참 묘한 기분이 듭니다.
고생스러웠지만 오세암까지 갔던 것과, 500m 두 번만 가면 되겠네 란 말이 계속 머리속을 맴도는 거에요.
'산에 가야겠다. 생각을 바꾸면 조금 힘든 산도 갈 수 있을거야..' 가 머리속을 지배합니다.
결국 지난 일요일 속리산 문장대를 목표로 걷기 시작합니다.
문장대를 500m를 앞두고 엄청나게 가파른 길을 보며 '세 번에 나눠서 가지 뭐~' 라 생각하며 한 걸음씩 올랐고, 결국 도착했어요. (실제로는 5번 쉬었습니다. ㅋ)
힘들게 올랐더니 멋진 풍경을 선물해 주네요.
다리에 알이 배겨 걷는 게 부자연스럽지만 뿌듯했습니다. ^^
여전히
'500m 두 번만 가면 되겠네..' 란 말에 여운이 깊게 남아 있습니다.
불가능 할 것 같은 상황, 내가 못할 것 같은 상황을 만나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마법의 문장이 되지 싶어요. ^^
개인의 경험이었지만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무언가를 하나 배운 느낌입니다.
앙님들도 뭔가 불능한, 힘든 상황을 마주쳤을 때 한 번 정도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 하여 문장대 다녀온 얘기를 정리해 봤습니다 ^^;
Mickey님의 댓글의 댓글
johnnylee님의 댓글
“어떻게 마라톤을 그리 자주 왕복할 수 있냐니까”
“10키로마다 보급 먹으면서 네번에 끊어간다” 생각하신다고...ㅎㅎ
Mickey님의 댓글의 댓글
Jay74님의 댓글
중턱에 너무나 고즈넉하고 음식이 맛있기로 유명했던 비로 산장의 추억이 너무 그립습니다.
소싯적 속리산에 한 2년 살았습니다. ㅎㅎㅎㅎㅎㅎ
Jay74님의 댓글의 댓글
인생은경주님의 댓글의 댓글
날개달기님의 댓글
Mickey님의 댓글의 댓글
쫄리는 계단은 맞습니다 ^^
sunandmoon님의 댓글
멋진 사진! 그런데 사진에서 습기가 느껴져요ㅠ
Mickey님의 댓글의 댓글
인생은경주님의 댓글
저수지도 있고 길도 좋습니다. 내려오실때 맛난거 드셨겠지요.
Mickey님의 댓글의 댓글
내려오는 길 너무 힘드니까 콜라 생각만 나더라고요.
mrbadger님의 댓글
Mickey님의 댓글의 댓글
음..
극락은 안 가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
DUNHILL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