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치해졌지만 뻘글] 19년만에 여동생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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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랑 다섯 살 터울인 여동생은 태어날 때부터
심장병이 다섯 개나 있었기에 9살을 못 넘긴다고 했습니다.
모든 삶을 내던졌던 아버지, 어머니의 헌신과 함께
당시 세브란스 병원에서도 어려울 것 같다고 했던 수술이 기적적으로 성공했죠.
제가 철없던 초등학교 5학년 때!!
심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니 늘 입술도 파랗고 피부빛도 안 좋았던 여동생이었는데
수술을 다 마치고 회복해서 대문을 열고 들어올 때
얼굴이 하얀 게 마치 천사가 들어오는 것처럼 예뻤죠.
그리고 20여년을 잘 지내다가 제가 결혼하고 다음 해에 심정지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유품을 정리할 때 제가 가장 슬펐던 기억은
동생 다이어리 1월 1일 칸에
"심장아!! 이번 한 해도 견뎌줘."라는 글귀였습니다.
무심한 오빠는 전혀 몰랐는데 동생은 매년 생을 걸고 살았더라구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괴로움으로 며칠 간 너무 힘들었어요.
장례 일주일 후였나 꿈에 동생이 나타났습니다.
원래 서로 살가운 사이는 아니였는데 저를 안아주면서 한 마디 했습니다.
"오빠!! 미안해 하지마!! 괜찮아!!"
물론 제 무의식이 만들어 낸 상황이었겠지만
그 꿈이 주는 마음의 위로는 정말 컸습니다.
제 스스로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19년이 지나
어제 밤 꿈에 동생이 갑자기 나왔습니다.
꿈이 늘 그렇듯이 그냥 원래 그랬던 것처럼, 일상처럼
버스를 타고 어느 카페에 가서 동생을 만났습니다.
잘 지내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아마도 며칠 전에 엽서를 찾다가 우연히 동생 유품보고는
또 철딱서니 없이 오열했던 그 감정에
저의 무의식이 마음의 짐을 덜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올해 1월 19일에 소천하신 어머니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감정적인 동요가 이상할 정도로 없는데
동생의 죽음에 대해서는 19년이 지난 아직도
갑자기 터질 때가 있네요.
제목에 이미 적었지만
그냥 (제가 만든 허상이겠지만) 꿈에서 동생 봐서 좋아서
괜히 센치해져서 뻘글 하나 남기고
다시 일하러 갑니다. ^^
모두들 (아직은) 더운 날 건강 조심하세요.
아리아리션님의 댓글
"좋은 오빠네요. 동생이 많이 고마워 할거에요. 잊지 않으려고 해줘서."
울트라맨님의 댓글
더운 여름 잘 이겨내시고 건강 잘 챙기세요~
밤의테라스님의 댓글
부드러운송곳님의 댓글
동생분도 하늘에서 오빠를 늘 안아주고 있을겁니다
동남아리님의 댓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동생분을 많이 사랑하셨나봐요.
baboda님의 댓글
여동생과 오빠의 평안을 기원합니다. ^^
포체리카님의 댓글
딸 고생한다고 밥 사주러 왔다고 하시고선 잔치국수를 사주시고~
에고 19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마음 한켠에 애틋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가득하신거겠지요.
시간이 지나도 가끔 울컥 터지는 날이 있더라구요.
위로 드립니다.
마음13님의 댓글
일부러 잊으려고 한적도 없지만 생각없이 살다가도 부지불식간에 눈물이 치솟습니다.
목이 메이네요. 평안을 빕니다.
항상바쁜척님의 댓글
사이버크림슨님의 댓글
내가 기억하는 한 그 사람은 그곳에서 영원히 살게 되는 것.
살아있는 사람의 유일한 역할은 죽은 이를 기억하는 것이라는 것.
그 곳에서 동생도 오빠가 걱정되고 보고 싶었나 봅니다.
ecpia님의 댓글
얼마나 어여쁜 동생이셨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항상 주위에 있는 사람에게 잘 해야 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무더위에 건강 유의 하세요~!
개굴개굴이님의 댓글
나이스박님의 댓글
보고싶은 사람과 딱 하루만 같이 지냈으면 얼마나 좋을까...
meteoros님의 댓글
얼마나 동생분을 살뜰하게 생각하시는지 알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그래도 사랑하는 동생을 꿈에서 나마 리얼하게 볼 수 있다는 희망으로 생각하시고... 혹여라도 보시면 그날만큼은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제가 마음이 다 아련해 지네요.
바람향님의 댓글
녀꾸씨님도 마음의 짐 내려 놓으시고 아련하게 남아있을 동생분과의 기억을 벗삼아 힘내시기 바랍니다.
달콤한딸기쨈님의 댓글
담달에(?)전화 한번 해야겠습니다.
제리고님의 댓글의 댓글
르미에르님의 댓글
누군가는 인생을 헛되이 보네는데.. 누군가는 이렇게 한 순간 한 순간이 중요했다니..
저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라이센스님의 댓글
가끔 꿈에서 만날 때마다 그렇게 반갑더라구요.
말씀하신 것처럼 제 무의식에서 만들어진 것이겠지만
의젓하고 어른스럽고 모든 면에서 저보다 나아서 가끔 질투의 대상이기도 했던 동생인데...
이별하게 된 과정이 좋지 않아서, 납득되지 않아서, 잘 보내주지 못해서
더 미안하고, 더 보고 싶고 그렇더라구요..
녀꾸씨님의 댓글
진솔한 감정들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들 복 받으실 거에요
Silvercreek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