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치해졌지만 뻘글] 19년만에 여동생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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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녀꾸씨 211.♡.187.27
작성일 2024.08.2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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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랑 다섯 살 터울인 여동생은 태어날 때부터

심장병이 다섯 개나 있었기에 9살을 못 넘긴다고 했습니다.

모든 삶을 내던졌던 아버지, 어머니의 헌신과 함께

당시 세브란스 병원에서도 어려울 것 같다고 했던 수술이 기적적으로 성공했죠.


제가 철없던 초등학교 5학년 때!!

심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니 늘 입술도 파랗고 피부빛도 안 좋았던 여동생이었는데

수술을 다 마치고 회복해서 대문을 열고 들어올 때

얼굴이 하얀 게 마치 천사가 들어오는 것처럼 예뻤죠.

그리고 20여년을 잘 지내다가 제가 결혼하고 다음 해에 심정지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유품을 정리할 때 제가 가장 슬펐던 기억은

동생 다이어리 1월 1일 칸에

"심장아!! 이번 한 해도 견뎌줘."라는 글귀였습니다.

무심한 오빠는 전혀 몰랐는데 동생은 매년 생을 걸고 살았더라구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괴로움으로 며칠 간 너무 힘들었어요.

장례 일주일 후였나 꿈에 동생이 나타났습니다.

원래 서로 살가운 사이는 아니였는데 저를 안아주면서 한 마디 했습니다.

"오빠!! 미안해 하지마!! 괜찮아!!"

물론 제 무의식이 만들어 낸 상황이었겠지만

그 꿈이 주는 마음의 위로는 정말 컸습니다.

제 스스로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19년이 지나

어제 밤 꿈에 동생이 갑자기 나왔습니다.

꿈이 늘 그렇듯이 그냥 원래 그랬던 것처럼, 일상처럼

버스를 타고 어느 카페에 가서 동생을 만났습니다.

잘 지내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아마도 며칠 전에 엽서를 찾다가 우연히 동생 유품보고는

또 철딱서니 없이 오열했던 그 감정에

저의 무의식이 마음의 짐을 덜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올해 1월 19일에 소천하신 어머니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감정적인 동요가 이상할 정도로 없는데

동생의 죽음에 대해서는 19년이 지난 아직도

갑자기 터질 때가 있네요.


제목에 이미 적었지만

그냥 (제가 만든 허상이겠지만) 꿈에서 동생 봐서 좋아서

괜히 센치해져서 뻘글 하나 남기고

다시 일하러 갑니다. ^^


모두들 (아직은) 더운 날 건강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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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2 / 1 페이지

Silvercreek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Silvercreek (211.♡.96.28)
작성일 08.26 16:27
뭉클하기도 하고 가슴이 아프기도 하네요.  좋은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아리아리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아리아리션 (125.♡.111.106)
작성일 08.26 16:28
제가 정말 좋아하는 웹툰에 나온 대사 해드릴께요
"좋은 오빠네요. 동생이 많이 고마워 할거에요. 잊지 않으려고 해줘서."

울트라맨님의 댓글

작성자 울트라맨 (110.♡.181.25)
작성일 08.26 16:29
에고.. 가끔 보고싶은 맘이 터질땐 맘껏 우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됩니다.

더운 여름 잘 이겨내시고 건강 잘 챙기세요~

제이슨본죽님의 댓글

작성자 제이슨본죽 (123.♡.99.240)
작성일 08.26 16:38
회사인데 눈물이 날거 같아서 큰일이네여

2themax님의 댓글

작성자 2themax (115.♡.14.38)
작성일 08.26 16:41
급히 화장실 가서 눈물 좀 훔치고 왔습니다.. 가슴이 먹먹하네요..

밤의테라스님의 댓글

작성자 밤의테라스 (14.♡.19.189)
작성일 08.26 16:41
아오..... 감동이다라고 말하기도 어려울 만큼 너무나 울컥한 내용입니다. 그래도 마음 속에는 늘 좋은 오빠와 동생 사이로 남아있는 것 같아서, 기쁘기도 하네요. 부디 그 기억이 삶에 큰 힘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설중매님의 댓글

작성자 설중매 (223.♡.204.247)
작성일 08.26 16:43

부드러운송곳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부드러운송곳 (211.♡.205.128)
작성일 08.26 16:46
글을 읽고 나니 눈물이 핑 돕니다
동생분도 하늘에서 오빠를 늘 안아주고 있을겁니다

stillcalm님의 댓글

작성자 stillcalm (221.♡.128.238)
작성일 08.26 16:47
마음의 위로가 되시길, 치유가 되시길 빕니다.

동남아리님의 댓글

작성자 동남아리 (121.♡.238.123)
작성일 08.26 16:48
사별의 슬픔은 5~10년 후에 어느날 갑자기 둑이 터진 것처럼 나타난다고도 하더라고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동생분을 많이 사랑하셨나봐요.

adidas2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adidas2 (223.♡.35.165)
작성일 08.26 16:58
작성자님의 애틋함이 느껴집니다.
뭉클 하네요.

돌파리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돌파리 (1.♡.192.253)
작성일 08.26 17:02
토닥..토닥...ㅠㅠ

baboda님의 댓글

작성자 baboda (110.♡.205.61)
작성일 08.26 17:10
여동생분이 오빠의 마음속에 꿈에 살아계시니 좋아보여요.
여동생과 오빠의 평안을 기원합니다. ^^

포체리카님의 댓글

작성자 포체리카 (218.♡.160.47)
작성일 08.26 17:12
앗 저도 어제밤 꿈에 3년전에 돌아가신 아빠가 오셨어요 ㅜㅜ
딸 고생한다고 밥 사주러 왔다고 하시고선 잔치국수를 사주시고~
에고 19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마음 한켠에 애틋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가득하신거겠지요.
시간이 지나도 가끔 울컥 터지는 날이 있더라구요.
위로 드립니다.

mountpath님의 댓글

작성자 mountpath (61.♡.70.98)
작성일 08.26 17:15
사후세계가 있을 것만 같네요
동생분의 명복을 오빠의 평안을 빕니다.

샘스킨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샘스킨 (117.♡.18.205)
작성일 08.26 17:24
많이 사랑하셨고 사랑받았네요 ㅠㅠ

부르스다님의 댓글

작성자 부르스다 (125.♡.2.115)
작성일 08.26 17:36
적어도 오늘만은 행복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Rania님의 댓글

작성자 Rania (211.♡.22.89)
작성일 08.26 17:36
오빠가 잊지 않고 기억해줘서 동생분 하늘에서 많이 행복하실 것 같아요.

마음13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마음13 (59.♡.4.46)
작성일 08.26 17:42
저도 오래전 먼저간 동생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나네요. 문득 문득 울컥해집니다. 그립고 미안하고.
일부러 잊으려고 한적도 없지만 생각없이 살다가도 부지불식간에 눈물이 치솟습니다.
목이 메이네요. 평안을 빕니다.

질풍가든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질풍가든 (211.♡.67.160)
작성일 08.26 17:42
글 읽는데 눈물이 나네요ㅠㅠ 앞으로 평화로운 일상만 있길 기도드려봅니다 ~♡

항상바쁜척님의 댓글

작성자 항상바쁜척 (211.♡.110.207)
작성일 08.26 17:46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어떤 마음인지는 조금 알 것 같아요. 좋은 동생이네요. 가끔 찾아와서 위로해주는 것 같아요.

달과바람님의 댓글

작성자 달과바람 (14.♡.23.152)
작성일 08.26 17:53

사이버크림슨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사이버크림슨 (223.♡.206.74)
작성일 08.26 18:11
애니메이션 코코에서도 나오죠.
내가 기억하는 한 그 사람은 그곳에서 영원히 살게 되는 것.
살아있는 사람의 유일한 역할은 죽은 이를 기억하는 것이라는 것.

그 곳에서 동생도 오빠가 걱정되고 보고 싶었나 봅니다.

ecpia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ecpia (203.♡.213.176)
작성일 08.26 18:37
너무 슬픕니다.
얼마나 어여쁜 동생이셨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항상 주위에 있는 사람에게 잘 해야 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무더위에 건강 유의 하세요~!

개굴개굴이님의 댓글

작성자 개굴개굴이 (61.♡.184.34)
작성일 08.26 19:02
토닥토닥... 편안한 곳에서 아이구 우리 오빠 잘살구 있구만! 하면서 항상 지켜보고 있을겁니다...!

폴셔님의 댓글

작성자 폴셔 (121.♡.117.112)
작성일 08.26 19:45
ㅠㅠ

아무리생강캐도난마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아무리생강캐도난마늘 (106.♡.64.26)
작성일 08.26 19:45
사별의 슬픔을 알고 있기에 감히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나이스박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나이스박 (59.♡.135.108)
작성일 08.26 19:46
사람은 누구나 다 마음속 깊은곳에 슬픔을 안고사는것같아요...
보고싶은 사람과 딱 하루만 같이 지냈으면 얼마나 좋을까...

meteoros님의 댓글

작성자 meteoros (212.♡.98.162)
작성일 08.26 19:47
꿈의 내용은 다르지만 박정현의 노래 <꿈에> 가 생각나네요.
얼마나 동생분을 살뜰하게 생각하시는지 알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그래도 사랑하는 동생을 꿈에서 나마 리얼하게 볼 수 있다는 희망으로 생각하시고... 혹여라도 보시면 그날만큼은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제가 마음이 다 아련해 지네요.

스탠스미스님의 댓글

작성자 스탠스미스 (121.♡.67.91)
작성일 08.26 19:57
아련한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힘내시구요

바람향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바람향 (61.♡.31.2)
작성일 08.26 20:09
제대로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채 떠나신 동생분의 명복을 빕니다.
녀꾸씨님도 마음의 짐 내려 놓으시고 아련하게 남아있을 동생분과의 기억을 벗삼아 힘내시기 바랍니다.

싸양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싸양 (122.♡.173.41)
작성일 08.26 20:25

달콤한딸기쨈님의 댓글

작성자 달콤한딸기쨈 (115.♡.195.188)
작성일 08.26 20:27
얼마전에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한바탕하고선 2달째 전화도 안하고 있는데 부끄럽습니다. ㅜㅜ
담달에(?)전화 한번 해야겠습니다.

제리고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제리고 (122.♡.210.138)
작성일 08.26 21:07
@달콤한딸기쨈님에게 답글 저도 몇달 째... 참 사람 마음은 그렇죠? 윗 글 읽으면 후회할 것 같으면서도 당장은 괘씸한.

르미에르님의 댓글

작성자 르미에르 (218.♡.134.60)
작성일 08.26 21:19
차 마음이 쓰립니다..
누군가는 인생을 헛되이 보네는데.. 누군가는 이렇게 한 순간 한 순간이 중요했다니..
저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Sunys님의 댓글

작성자 Sunys (106.♡.195.121)
작성일 08.26 21:31
뭉클하네요 ㅠㅠ

안냥요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안냥요 (219.♡.96.178)
작성일 08.26 21:35
토닥토닥..

버미파더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버미파더 (185.♡.16.51)
작성일 08.26 21:37
ㅠ_ㅠ

istD어토님의 댓글

작성자 istD어토 (49.♡.48.40)
작성일 08.26 22:05
좋은 동생, 좋은 오빠입니다.

라이센스님의 댓글

작성자 라이센스 (59.♡.166.124)
작성일 08.26 22:16
저도 가장 가까웠던 한살 터울 외사촌동생이 외국에서 항해사로 일하다가 실종사를 당했는데
가끔 꿈에서 만날 때마다 그렇게 반갑더라구요.

말씀하신 것처럼 제 무의식에서 만들어진 것이겠지만
의젓하고 어른스럽고 모든 면에서 저보다 나아서 가끔 질투의 대상이기도 했던 동생인데...

이별하게 된 과정이 좋지 않아서, 납득되지 않아서, 잘 보내주지 못해서
더 미안하고, 더 보고 싶고 그렇더라구요..

진로제약님의 댓글

작성자 진로제약 (112.♡.11.64)
작성일 08.26 23:33
아~~그래도 동생 분 몫까지 꼭 행복하세요
ㅠㅠ

녀꾸씨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녀꾸씨 (211.♡.187.27)
작성일 08.27 10:39
뻘글 같은 넋두리에 좋은 말씀들 남겨주시고
진솔한 감정들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들 복 받으실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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