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3 아이덴티티' 다시 봐도 재밌네요 ( 스포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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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로스로빈슨 124.♡.249.204
작성일 2024.08.28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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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 나이트 샤말란 이 분은, 항상 독특한 시각이나 발상에서 출발해서 그것을 중심으로 영화를 구성하는데

그게 통하면 영화가 성공하고, 아니면 영화가 다 전반적으로 흔들리는 패턴을

필모 내내 반복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성공한 게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아도

지금까지 계속 다작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어쨌든 저런 독특한 시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영화가 망하더라도 그것을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제작자가 있고

또 감독 본인에게는 다음 창작의 의욕으로서 작용하기 때문이지 않나 그런 추측을 하게 되네요.

물론 식스센스가 워낙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탓도 있지만,

또 개인적으로는 '23 아이덴티티' 이 영화를 보고 정말 묵직한 느낌을 받은 탓에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는 감독이다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상처받은 자들은 오히려 진화된 존재이지 않을까?' 라는 발상에서 출발한 영화인 걸로 보입니다.

근데 그런 걸 떠나서,  오히려 관객들이 주인공들 ( 해리성 인격장애를 겪는 케빈, 삼촌에게 학대를 당하면서

성장하여 주변 환경으로부터 소외가 된 케이시 ) 에게 감정이입할 수 있게 한 연출 덕분에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은 주인공들의 입장에서 먹먹하고 슬프고, 가슴 아픈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어릴 적부터 엄마에게서 폭력적인 학대를 경함하면서 본인을 나약한 존재로 인식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다면적인 자아를 키웠다는 설정과 이것을 이야기하는 정신과 의사의 설명을

보면서 가슴이 아프다는 느낌이 가장 많이 들더군요.

케빈 본인이 결국 악행을 저지르는 것이지만, 케빈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키워낸 다른 자아들이

그런 악행을 벌인다는 점에서 일종의 아이러니와 연민마저 느끼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런 캐릭터와 설정을 연출한 감독의 역량이 돋보이고, 저 개인적으로는 엠 나이트 샤말란 감독을

다시 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네요.

그리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결국 거의 초자연적 존재인 비스트로까지 본인의 자아를 확장시켜서

자신과는 정반대의 존재인 순수하지 못 한 존재들 ( 어릴 적부터 티없이 자란 소녀들 )을 살육하여 먹어치워서

자신의 몸집을 키우고 존재를 확장시킨다는 극중의 아이디어가 소름끼치면서도, 가슴 아프고 

또 한 편으로는 감독의 시각 자체가 꽤 신선하고 창의적이다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또 감금된 케이시의 입장에서, 과거의 아픈 기억을 오버랩시키며 고통스러워하고 슬퍼하는 연출 역시

좋았습니다.

그와 더불어서 어린 시절부터 냉혹하고 잔인한 현실에 맞딱드린 탓에

역설적으로 냉소적인 침착함을 유지하여,

경솔하게 행동하여 오히려 화를 부른 (물론 그게 두 소녀의 탓은 아니지만)

두 소녀와 다르게 끝까지 살아남으며

비스트를 통해서 상처받은 존재=우월한 존재를 확인하는 케이시를 보여주고,

그로부터 오히려 각성하여 ( 자신을 혐오하며, 말썽을 부리면서까지

다른이들로부터 자신을 소외시키던 케이시가 고난=성장 이라는 것을 깨달음 )

성적 학대를 일삼는 삼촌으로부터 탈출하고 독립하는 결말 역시 가슴을 좀 먹먹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아주 소소한 아이디어와 여기에 덧붙인 몇가지 설정과 연출이 상승작용을 해서

엠 나이트 샤말란 필모 중 손가락 안에 드는 좋은 작품이 나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과거 작품인 언브레이커블과 연결시켜서 이후에 그 당시 유행하던 다른 히어로물과는

거의 정반대 지점에 있는 '글라스'라는 영화가 탄생한 것 역시 꽤 높은 평가를 주게 만들만 합니다

( 근데 글라스는 이 영화만큼 설정은 흥미롭지만 극적인 재미는 없더군요 )

이 영화는 넷플릭스에 다시 등록이 되었는데, 기존과 다르게 4K로 등록이 되었더군요. 

기존에 재밌게 보셨던 분들은 더 선명해진 화질에서 다시 보는 것 추천드립니다. 



댓글 2 / 1 페이지

마이너스아이님의 댓글

작성자 마이너스아이 (183.♡.95.227)
작성일 08.28 02:05
정말 좋아하는 시리즈 입니다.
어줍잖은 히어로 물 보다는 훨씬 철학적인 작품들 인데요.
기왕 올라올 거면 3부작 다 올라왔음 했는데 23만 올라 왔네요.

언브레이커블 23아이덴티티 글레스

하늘걷기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하늘걷기 (119.♡.184.181)
작성일 08.28 02:06
저는 샤말란 감독을 좋아합니다.
식스센스의 반전으로 크게 이름을 알렸지만 이 사람의 강점은 사소한 이야기와 작은 무대에서
사람들의 미묘한 감정 선이 오가면서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걸 잘합니다.

감정을 쥐락펴락 하는 일에 능한데 그게 제대로 통하려면
초반 빌드업에서부터 인물의 심리를 잘 따라가야 합니다.
그게 사람들을 잘 설득시키면 클라이맥스에서 궁금증이 해소되면서 감정도 터지고 확 몰입이 되는데
설득이 잘 안 되면 그런 게 그래서 뭐 어쩠다는 거지? 하면서 어정쩡하게 끝납니다.

처음에 몇 작품을 봤을 때는 거장이 될 수 있는 감독이라며 기대가 컸는데
지금은 거장이 되기에는 몇% 부족하지만 자기 세계는 확실한 감독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마블의 히어로 영화들이 나오기 훨씬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언브레이커블은
영웅의 탄생을 그린 최고의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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