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데 갖고 싶은 물건: 북 엠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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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책을 사면 꼭 첫 장에 내 소유임을 알리려고 이름과 구입 날짜를 적어두고는 했다. 언젠가부터 그렇게 하는 것이 시들해졌다.
마음에 드는 구절에 밑줄을 긋고, 여백에 빽빽하게 메모도 했었는데 요즘은 아무런 흔적을 안 남기고 새 책처럼 관리한다. 그렇게 해서 중고서점에 되판다. 몇 푼 벌겠다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책은 최대한 사람의 손을 많이 타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간혹 내돈내산 책이라는 것을 표시하고 싶을 때가 있다. 책에 글씨를 써두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지 오래라 막상 끄적거리려니 잘 안되었다.
그래서대안으로 생각한 것이 북 엠보서(book embosser)다. 압인기 또는 각인기라고 하는데 사진에서 보듯이 책장을 끼우고 손으로 꽉 누르면 글과 문양을 새겨주는 도구다.
쿠팡에서 주문할 수 있는데 상품평이나 별점이 거의 없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인기가 없는 듯하다. 미국 아마존을 통해서 직구할 수 있고, 만만한 테무나 알리익스프레스를 이용해서 구입해도 된다. (아마존은 지난봄부터 49달러 이상 주문 시 배송비 무료 정책 시행 중)
아마존의 제품 광고를 보면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고 되어 있다. 주문자의 이름을 넣어준다는 말이다.
보통 FROM THE LIBRARY OF ‘NAME’ / THIS BOOK BELONGS TO ‘NAME’이라고 새겨준다. 주문할 때 원하는 이름을 입력하면 그대로 새겨서 배송해준다. 이것만 있으면 밋밋하니까 문양도 추가한다. 다양한 문양 중에서 택1 하면 된다.
북 엠보서 이야기를 꺼낸 것은 책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선물용으로 적당하지 않을까 해서다. 아마존을 검색하니 가격대는 30~80달러다. 그 정도면 받는 사람이 별 부담을 안 느낄 것이고, 쓸모도 있어 보인다. (내가 받고 싶다는 이야기는 아님. 제 생일 12월입니다)
예전에 선물용으로 좀 독특한 것이 없나 찾아봤는데 씰링 왁스 세트가 눈에 들어왔다. 시대적 배경이 중세인 외국 영화에는 편지봉투 이음매에 촛농을 떨어뜨린 후 쇠도장이나 반지로 꾹 눌러서 밀봉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그게 또 좀 있어 보인다고 따라 하는 사람이 있다. 미미하지만 수요가 있으니 제품이 판매되는데 내가 사서 써보니까 별로 실용적이지 않았다. 그러니 선물하기가 애매했다.
일반적인 씰링 왁스 세트에는 씰(seal), 멜팅 스푼, 비드 왁스가 포함되어 있다. 비드 왁스는 초를 작은 구슬 모양으로 만든 것이다. 그걸 몇 개 멜팅 스푼에 올려놓고 라이터로 달궈서 녹인 후 편지 이음매에 똑똑 떨어뜨려야 한다. 적당하게 굳으면 그 위에 씰을 꾹 눌러서 문양을 찍는다. (*댓글에 사진)
이게 직접 해보면 좀 번거롭다. 실링 왁스 세트를 선물 받은 사람도 호기심에 한두 번 써보겠지만 계속 쓸 것 같지 않았다.
씰링 왁스 세트의 경우 가격대로는 ‘받아서 별 부담 없는 선물’에 들어가지만 실용도가 낮아서 선물용으로 적합하지 않겠더라. 그래서 무난한 대안으로 찾은 것이 북 엠보서다.
씰링 왁스 세트는 보통 이렇게 생겼다. 비드 왁스를 멜팅 스푼에 올린 후 라이터로 녹여야 하는데 좀 번거롭다.
원글의 댓글
헉~~~! 좀 많이 놀랬네요. 1940~60년대 엠보서 종류별로 한 30개 수집했고 그 중 하나는 압인부분만 새로 파서 책 살 때마다 찍어두는 용도로 쓴 지 한 10년 되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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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니까.. 국내에서 맞춤제작해도 10만원 이내에서 구매가능한 것 같습니다.
저는 책을 대부분 도서관에서 대출로 봐서 도장 찍을 일은 없는데, 탐나네요 ㅎㅎ
diynbetterlife님의 댓글의 댓글
본인이 재밌게 읽고난 책을 다른사람에게 압인 찍어서 선물하는 것도 뜻깊을 것 같고요.
꼭 새책이 아니라도요. 새책보다 더 좋을 것 같은데요.
diynbetterlife님의 댓글의 댓글
와싸다님의 댓글의 댓글
diynbetterlife님의 댓글의 댓글
Orangesky님의 댓글
찾아보니 알리에서도 팔고 있네요. 만원도 안 하네요.ㄷㄷ
말씀하신대로 책 좋아하는 친구에게 만들어서 선물하면 좋겠네요.
은비령님의 댓글
책에 저걸 쓰기도 하는군요.
쓸데 없지만 지르고 싶어지긴 합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