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조앙 피레스 피아노 공연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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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예술의 전당에서 본 마리아 조앙 피레스(Maria João Pires)의 공연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제가 여지껏 본 피아노 공연 중 앞으로 가장 선명하게 오랫동안 기억할 공연임이 틀림 없습니다.
80세의 이 연주자는 피아노에 앉자 마자 그냥 연주를 시작하더군요. 앉아서 박수 소리가 멈추기를 기다릴 수도 있는데 이렇게 빨리 연주해버리는 사람은 정말 처음 봤습니다. 연주내내 표정의 변화도 크지 않는 듯 하고 자세도 별로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연주곡도 유명세에 걸맞지 않게(?) 누구나 다 알법한, 다소 소박한 곡들로 채워졌습니다. 그래서 큰 감흥이 없을까봐 내심 걱정했는데 그것은 완전히 착각이었습니다.
모든 건반의 소리가 뭉개지지 않고 완전히 다 분리되어 입체감이 컸습니다. 강약의 조절이 완벽했습니다. 어마어마한 내공에서 나오는 연주 기술과 섬세한 감정표현이 조화를 이루며 감동을 주는데 제 짧은 어휘력으로는 이를 표현하기가 불가능합니다. 저는 정말 노래를 듣다가 '물방울 소리'가 몇 번 떨어지는 것을 들었습니다. 제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눈을 감고, 의자에 등을 기대어 고개를 젖히고 정말 편하게 노래를 감상했습니다. 연주가 완벽해서 오로지 노래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연은 생각보다 많지 않거든요. 오만하게 제가 나름대로 소박하다고 판단했던 노래들이 불후의 명곡으로 변신하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연주곡 모두 악장 사이에 쉬지 않고 연결해서 연주했고 심지어 쇼팽의 녹턴 세 곡은 전체를 다 연결했습니다. 공연 중간에 쉬지도 않고 모든 곡을 마친 후 앵콜곡 두 곡을 연주하며 완전히 공연이 끝나는 데에 9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오늘은 인천 송도에서 공연하고 대전, 대구, 그리고 서울에서 한번 더 공연합니다. 기회가 되면 한번 가보시죠.
쇼팽: 녹턴 Op. 9, No. 1, 2, & 3
Chopin: Nocturnes Op. 9, No. 1, 2, & 3
쇼팽: 녹턴 Op. 27, No.1 & 2
Chopin: Nocturnes Op. 27, No.1 & 2
쇼팽: 녹턴 Op. Posthumous
Chopin: Nocturnes Op. Posthumous
모차르트: 소나타 No.10 in C 장조, K.330
Mozart: Sonata No.10 in C Major, K.330
모차르트: 소나타 No.13 in Bb 장조, K.333
Mozart: Sonata No.13 in B-Flat Major, K.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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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눈이님의 댓글
대구 공연은 일단 공지된 프로그램은
모차르트는 같으나 쇼팽이 빠지고 드뷔시가 들어갑니다.
조큼 아쉬운데 앵콜에 쇼팽 해주시기를 바래봅니다.
PWL⠀님의 댓글의 댓글
어제 앵콜 두 곡 모두 쇼팽이었어요!
카지미르님의 댓글
PWL⠀님의 댓글의 댓글
브릿매력남님의 댓글
예전에 지머맨 왔었을 때도 그냥 피아노 앞에 앉으시자마자 바로 치시는데 MR틀어놓은 줄 알았습니다. 마지막 음 서스테인까지 완벽하게 컨트롤 하시더라고요.
SimpleMan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