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책을 다회독 하기 힘들었던 이유를 이제야 깨닫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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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광주/ 제주4.3/ 위안부할머니들의 삶 등 우리 근현대사의 상처를 보듬으려는 책들이 그동안 없었냐하면 당장 서점에 가기만 해도 한국의 내노라하는 작가들의 책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개중에는 중고생도 꼭읽어야하는 필독서들도 있고, 하다못해 한강 작가님 직전에 이슈가 된 차인표 작가님의 소설도 있죠.
그런데 유독 한강 작가님의 책은 다회독하기 힘들었습니다. 2017년에 '소년이 온다'가 처음 이슈가 됬을때 딱 2장까지 읽고 더는 못읽는다고 덮었고 그 뒤로 이 작가님은 뭔가 무섭다라고 생각되어 의도적으로 손을 멀리했는데 이제와 다시 한번 도전하려 '소년이 온다'를 완독 했습니다. 결론은 역시 같아요. 무섭습니다. 슬프다, 화가난다를 넘어서 무섭고 두렵다는 느낌을 받았고 읽는 내내 감정적으로 힘들었습니다. 차라리 평범하게 숙련된 작가였다면 이렇지는 않았을것이고 여러번 곱씹으며 다른사람들에게 추천도 했겠지만, 한강 작가님의 책들은 왠지 그렇지 않을것 같네요. 하지만 작가님이 여타 다른 작가들과 비슷했다면 노벨상은 못받았겠구나 싶기도 합니다. 이 책은 '국적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무서움을 심아줄수 있는 책'이고 이런걸 쓰는 작가는 뭐하는 사람인지 궁금증이 안생길수가 없을거 같거든요.
여튼 이제와 완독을 하고 나니 왜 그때 힘들었고 지금도 힘들었는지 알것 같습니다.
누가 그러더라구요. "일본문학은 거대담론이 거세된 사회에서 자라나 지밖에 모르는 미세한 디오라마같은 것이다. 그런데 한국문학은 일단 사회의 거대담론을 문학에 욱여넣어 어떻게든 독자에게 알리려한다. 말이 옳다그르다를 떠나 너무 남성적인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문학에 감정적 동요를 얻긴 힘들다." 라고요. 동의하냐 안하냐는 개인의 생각이나, '소년이 온다'를 읽고 이 책은 사회의 거대담론이나 굵직한 사건을 우리 머리속에 집어넣는 책이 아니라는걸 깨달았습니다. 산문시 같은 문장들. 분명 현대사 최악의 장면을 노래하지만 사회 전체가 아니라 그저 희생된 사람, 살아남아 어쩌지도 못하는 사람, 그걸 기록하는 작가 본인을 끄적이며 끊임없이 저에게 질문합니다. "당신은 어떠세요?"
어떤 사건에 대해 충분한 지식이 있고, 거기에 대한 감정이 쌓여있음에도 그걸 풀어놓지 못하고 화약통에 쌓아놓기만 하는데, 한강작가는 거기에 아주 조용히 심지를 꽂고 불을 당깁니다. 그래서 무섭고 힘들었어요. 아마 다른 책들도 참고 견디면서 읽겠지만 여전히 힘들고 무서울거 같긴합니다. 대신 한강 작가님이 한없이 밝고 화사한 이야기를 써주신다면 그건 또 한없이 밝고 화사한 꽃밭같을거 같아서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왜냐면 작가 본인도 쓰면서 미안하고 힘들었다고 하는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나는데, 독자가 이런 느낌을 받을 정도면 쓰는 사람은 애간장이 끊기는 고통을 안고썼을게 뻔하니...본인의 고통을 덜어줄 책도 써주시면 좋겠어요.
결론) 한강 작가님의 글을 읽고 무섭거나 힘들었다면 의외로 정상적인 독자입니다. 개인 감정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그렇게 후벼파는데 안 힘들면 안되죠...
덧) '작별하지 않는다'도 읽기는 힘들거 같습니다. 제주올레길 초입에 만나는 제주4.3 박물관에 들렀다 매우 우울해진 기억이 되살아날거 같아요.
따콩님의 댓글
얼마전에는 경제쪽으로 공부한다고 책 주문하고 그래도 몇시간이 걸려서 다 읽어냈습니다.
이것도 저한텐 대단한거였습니다.
책을 받고 목차?를 봤는데, 선뜻 못 읽겠더라고요. 마지막 에필로그를 먼저 읽어봤습니다.
그리고, 좀 더 가까워졌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얼마 못 읽고 제가 살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내용 중에 나와서...
울어버렸네요
전부 읽을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습니다.
철벽뮐러님의 댓글의 댓글
2024년4월10일님의 댓글
위에 쓰신 글에서 느껴집니다 ^^
말씀하신 무서움이 어떤 의미일지 알거 같습니다
맘 단단히 먹고 읽어보려고 합니다
철벽뮐러님의 댓글의 댓글
소년이 온다를 한반 읽었으니 이제 한강 작가 다른책 읽을땐 한번 호흡 고르고 읽을수 있으려나...합니다
철벽뮐러님의 댓글의 댓글
철벽뮐러님의 댓글의 댓글
assak1님의 댓글
몇 년째 책꽃이에서 먼지만 풀풀 쌓이던 채식주의자 꺼내 놓고 이제 다시 읽으려 합니다. 소년이 온다는 아는 분한테 빌려서 먼저 읽고 빠르게 반납하려 합니다. 그래야 다른 분들도 읽어보죠.
assak1님의 댓글의 댓글
핑크연합님의 댓글
-저에게 질문합니다. "당신은 어떠세요?"
물어봐줘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물어보니 놀랍기도 합니다.
뭐라 답해야하나.
이 지점에서 불편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소년이 온다 책이 유독 힘들었습니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어제 읽었습니다. 아름답고도 슬픕니다. 마음 먹으신 것보다 앞당겨 읽으셔도 무방하다고 봅니다.
철벽뮐러님의 댓글의 댓글
diynbetterlife님의 댓글
회원님은 독서감상문을 종종 쓰셔야 할 분입니다. ^^
<산문시 같은 문장들>에 대한 이해를 이 글을 통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분명 현대사 최악의 장면을 노래하지만 사회 전체가 아니라 그저 희생된 사람, 살아남아 어쩌지도 못하는 사람, 그걸 기록하는 작가 본인을 끄적이며 끊임없이 저에게 질문합니다. "당신은 어떠세요?" "
철벽뮐러님의 댓글의 댓글
평소보는 소설과 작법이 많이 다르니 느낌도 많이 달랐더랬습니다.
그냥 작가님은 산문시를 쓰셔도 그 '고은' 보다 잘 와닿게 썼을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구일구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