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소소한 행복이란 무엇이었을까요..하고 생각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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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Eugenestyle 203.♡.218.34
작성일 2024.10.15 11:11
291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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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거 생각해본지가 참 오랩니다

오늘 문득 앉아서 환자정리하고 생각해봤습니다. 

생각나는데로 적어보면

1. 시술이 한방에 될때.. 뇌척수액검사, 중심정맥, 기도삽관, 흉관삽입, 제대도관삽입

             잘 안되서 낑낑거릴때도 있고 한번 실패하고 긴장감이 올라갈때가 있는데..

             한번에 딱... 정말 1분도 안걸려서 정리될땐 기분이 좋죠 다들 아 오늘 밥못먹네..하고 있는데

             후다닥 되버릴땐

2. 치료가 예측하던대로 흘러갈때.. 이걸 쓰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하고 쓰면 그렇게 가고

             이내 아기도 편안해지고.. 저도 편안해집니다..긴장의 끈을 놓는 순간입니다...

             뭐랄까 온몸의 근육이 순식간에 이완되는 느낌이니다...

             이 느낌을 극대화 하기 위해 당직실에 캠핑용 릴랙스 체어를 가져다 놨습니다.

3. 에스프레소 내릴때 시간 추출패던 추출량이 완벽할때...

             아침을 시작하면 밤사이 환자정리부터 시작하고 퇴원환자 정리하고

             만약에 신환이 없다면 약간의 틈이 생깁니다. 이때 커피타임을 가지는데 온전히 아무것도 안하고

             커피에만 집중합니다.. 수동그라인더로 갈고 수동에스프레소로 내리죠 원두는 18g 추출량은 37g

             추출시간은 25-30초.. 어느한곳 치우침 없이 완벽한 에스프레소가 내려올때..

             아 영상을 찍어둘걸...할만큼 완벽한 추출이 되었을때..거기다 그 커피가 정말 맛있을때..

             어디 자랑할곳은 없고 혼자 흥얼거리며 릴렉스체어에 앉아 10분정도 커피타임을 가집니다.

4. 아이들과 알라딘을 갔는데 한창 구하던 앨범을 구했을때..

             요즘 CD로 클래식이나 크로스오버 음악을 듣는 재미에 삽니다. 아이들이 책을 사러 가끔씩

            알라딘에 끌고 가는데 저도 기다리면서 음반을 보곤 합니다

            2 cellos, Vanessa mae, 임형주, 폴포츠, 안드레아보첼리, 에디트피아프, 베르디 레퀴엠

            여러 음반을 하나둘씩 사오는데 사올때도 좋지만 사온 음반이 제가 생각했던 그음반일때 정말 좋네요

5. 아이들이나 아내 옷이나 필요한 물건을 사줄때...

            전 이상하게도 돈을 벌어도 제 물건을 잘 못삽니다.. 그래서 제 커피용품은 아직도 여전히

            알리익스프레스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여전히 점심 못먹어도 편의점 삼각김밥은 아깝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나 아내가 필요한 물건들은 그게 얼마든 전혀 아깝지 않더군요 맛있는거 사줘도

            먹는거 바라만 봐도 그렇게 좋더군요

            얼마전에 뇌과학자의 책을 보고 알았습니다. 우리는 물건을 살때 도파민 분비가 되고 희열을 느낀다

            명품을 살땐 더 큰 희열을 느끼기도 하지만 다른사람의 것을 사줄때 더 많은 도파민이 분비된다고..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기분은 좋더군요.. 아 나 잘살고 있구나.. 

6. 비오는날의 당직실 창문... 제 유일한 외부와의 연결 통로 입니다. 다행히 창문이 크고

            옆이 산이라 사계절이 다 보여요.. 비올때 창문을 열면 빗소리가 그렇게 좋더군요

            이때만큼은 꼭 드립커피를 마십니다. 이때를 위해 전용 수동그라인더와 드리퍼를 준비했죠..

            커피향이 듬뿍퍼지라고..


가만히 앉아 머리를 쥐어짜 봤는데 이정도인것 같습니다.. 이정도면 충분할까 싶기도 하네요..

예전엔 더 많았던것 같기도 한데... 이젠 기억이 안나네요 


댓글 7 / 1 페이지

metalkid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metalkid (14.♡.220.215)
작성일 11:15
(인류에게 도움주시면서) 소박하게 잘 살고 계시는 거 같아 부럽기도 존경스럽기도 합니다.
박수 보냅니다.

순후추님의 댓글

작성자 순후추 (121.♡.177.89)
작성일 11:17
구입한 e-ink 리더기가 맘에 쏙 드실 때...?!??

Eugenestyle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Eugenestyle (203.♡.218.34)
작성일 11:20
@순후추님에게 답글 아...그거 아무래도 못사겠더군요..너무 비싸요 ㅠㅠ

세온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세온 (175.♡.146.37)
작성일 11:20
커피 완벽히 내리시는 것처럼 업무 외에 소소한 성취감 느끼는 일부터 해보세요

퍼즐 맞추기라든지, 운동이라든지요

Eugenestyle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Eugenestyle (203.♡.218.34)
작성일 11:29
@세온님에게 답글 뭔가 새로운것을 한다는것이 엄청난 에너지를 쓰더군요..심지어 게임조차두요..

이재명보유국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이재명보유국 (122.♡.173.101)
작성일 11:26
선생님께서 지금처럼 열심히 살아주시면
수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겠죠
그들의 행복이 눈에 보이지는 않으시겠지만
딱 지금처럼만 진짜 의사선생님으로
살아주시기를 주제 넘게 바래 봅니다

someshine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someshine (61.♡.87.225)
작성일 12:06
참 아름다운 글입니다.
가끔 이렇게 골몰히 생각함으로써 평소에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던 일들을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행복들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깊은 마음.
아름답게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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