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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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어머님이 입원해 계시는 요양병원에 면회를 갑니다.
폐에 생긴 종양 때문에 입원하신 이후로 거의 기력을 회복하시지 못하는 것을 보는 것은 너무나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1985년 여름, 구속된 아들의 면회를 다니시던 어머니는 결국 한 달 넘게 앓아 누우셨습니다.
이유는 아들의 모난 말 때문이었습니다.
공안검사는 어머니를 불러 "당신 아들 때문에 후배들이 반성문을 쓰지 않고 있다. 당신 아들 하나만 반성문을 쓰면 모두 다 나갈 수 있는데 당신 아들이 교도소에 들어가서도 다른 친구들을 선동하고 있다. 반성문만 쓰면 나가게 해 주겠다"고 협박과 회유를 했고 어머니는 급히 면회를 오셔서 저에게 반성문을 쓰라고 말씀하셨지요.
어머님의 말씀을 듣가가 결국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어머니 이제 면회 오지 마세요. 제게 반성문을 쓰라고 하시면 전 어머니 아들 아닙니다."
그리고 면회실 문을 박차고 나와 독방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5분 남짓한 길에 핀 꽃들을 보면서 교도관에게 눈물을 감추기 위해 이를 악물었습니다.
그 날, 정말 몇 번이고 교도관을 불러 반성문을 쓰겠노라고 말하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0.65평의 독방이 그렇게 넓은 공간이었는지 결국 저는 교도관을 부르지 못했고 한달 넘게 어머니는 면회를 오시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안 이야기지만 어머니는 그 날로 거의 한달 이상을 앓아 누우셨다고 하더군요.
그 뒤로 지금까지 어머니는 단 한번도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지요.
못난 아들이었습니다. 어머니를 설득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모진 말을 내뱉지 않아도 될 터인데도 마치 그것이 제 신념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징역을 살고 나와서도 어머님께 제대로 용서를 구하지 못했고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면서 늘 어머니의 삶은 어머니의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어머니는 마음의 병을 얻으셨고 오랜 시간 홀로 절망의 낭하로 침잠해 들어가셨지요.
1990년 대 후반,소위 운동권의 분열로 시민단체를 나와 택시운전과 농산물 중매인을 거치면서 결국 저 자신마저 병이 들면서 운동을 포기하고 고향집을 찾았을 때도 어머니는 늘 아들을 위해 따뜻한 밥을 지어놓고 일을 하러 나가셨지요.
세상을 구하겠노라고 큰 소리를 치고 집을 나간 아들은 세상을 구하지도 못했고 그 세상에 오히려 타협하고 변절했지만 어머니는 결코 아들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시지 않으셨지요.
이제 저 이외에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시면서 지난 일요일에는 면회를 마치고 돌아서는 제게 작은 소리로 말씀하시더군요.
"늘 길 건널 때 차 조심해라"
하루 종일 어머님의 그 말씀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흰 머리가 희끗한 나이가 되어서야 어머니의 사랑을 겨우 알게 되었지만 이제 그 어머니는 병 들어 누워계시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럽고 참담합니다.
아침부터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눈물처럼 도서관 창 밖을 적십니다.
넋두리 글 용서하십시요
마루날님의 댓글
지나온 시간을 후회하지 마시고 앞으로 다가오는 시간을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어머님이 쾌차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어머님과 소중한 추억 많이 남기시기를 바랍니다.
TANK님의 댓글
랑탕62님도 그리고 어머님도 손 꽉 잡아드리고 싶네요.
랑탕62님 애쓰셨습니다. 꾸벅
mlcc0422님의 댓글
아 처음에 1885년이 아니라 1985년이겠죠?
온더로드님의 댓글
소소바라기님의 댓글
metalkid님의 댓글
다음엔 '어머니의 아들이라서 참 좋았어요. 사랑합니다. 어머니' 라고 전해주시면 참 좋겠습니다.
이미 하셨을테지만 자꾸 해도 모자란 말이잖아요.
고치리전파사님의 댓글
막상 부모님과 함께 하면...항상 켜있는 TV의 종편채널...
(나의 신념과 부모님의 신념의 충돌...결코 변하지 않을 갭차이!!!)
파란단추님의 댓글
엄마가 되보니 알겠더라구요...
차조심하렴. 밥창겨먹으렴...이 말속에 사랑을 꾹꾹 눌러담아 건넨다는걸요....
누가뭐래도 어머님께는 태양같은 눈부신 아들이에요.
어깨펴시고 오늘 하루 힘내세요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인장선님의 댓글
둠칫두둠칫님의 댓글
혹여 자책하지 마시고 남은 시간이라도 어머님과 좋은 기억 많이 남기시길 기원 합니다.
부드러운송곳님의 댓글
그 덕분에 지금의 자유를 누리고 사는것 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께서는 그 누구보다 자랑스럽고
사랑스런 아들 이기에 지금도 걱정을 하신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어머님과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
하늘과땅사이님의 댓글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제가 죄송한 마음이드네요
혹여라도
스스로를 자책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어머니께는 귀한 아드님 이시잖아요...어머님도 랑탕62님도 평안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물바람들판님의 댓글
busker님의 댓글
참 오래된 장면인데요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으면 선명하게
하나하나를 다 기억하시는지... 마음이 다 헤아려지지 않네요.
어머니... 영원히 지울수 없는 오랜 흑백사진 같네요...
초보아찌님의 댓글
그리고, 부모님께 받은 사랑을 자식이 갚을 길은 없죠.
그 사랑의 숭고함과 댓가 없음을 이해하는게 그저 보답하는 길의 전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기적같이 어머님이 쾌차 하시길 빌겠습니다.
은과현님의 댓글
그리고 이제 저보다 한껏 작아진 그리고 하얀 눈이 가득 내린 노모의 얼굴을 떠올립니다.
얼마 없는 귀한 시간 더 귀하게 써야겠습니다.
jaynee님의 댓글
마음에 짐 거두시길 바라면서... 뭐라도 해드릴 수 있는 건 없네요.
그저 마음속 깊이 강건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사열대키맨님의 댓글
그때는 집안을 힘들게하는 애물단지란 생각에
미워한 적도 있었지만
세월이 흐르고 흘러
창문 밖 넘어 불어오는 바람마저도
감사해야한다는 말을 듣고
많이 울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늘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Bcoder™님의 댓글
아무 생각이 없던 저 같은 사람이 민주시민 행세라도 할 수 있는 것은 랑탕62님 덕분입니다.
치명21님의 댓글
퇴근하며 다시 전화 드려야겠습니다 ㅜㅜ
버미파더님의 댓글
언제건 마음을 터놓고 사과하고 용서 받고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랑탕62님의 댓글
사실 클리앙에 쓴 글인데 다모앙에도 올려달라는 한 분의 말씀을 듣고 올렸습니다.
하루 종일 어머님 생각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많은 위로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라는 변명으로, 또 어머니 때문에라는 변명으로 이런 저런 변명을 달고 젊은 날의 신념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이제 예순이 넘었지만 죽는 날까지 세상에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다들 고맙습니다.
Ligo님의 댓글
랑탕님과 어머니, 가족분들 모두 평안하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깊은 울림 있는 글, 감사합니다.
모모님의 댓글
행동해주셔서 감사합니다.
nice05님의 댓글
선생 같은 분들의 노력으로 이 땅에선 군부정치가 종식되지 않았습니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어머님께서 속히 기력을 찾으시길, 그리고 쾌차하시길 기도 드리겠습니다.
마왕님의 댓글
고맙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 동시대를 살아가며 서로를
올바른 민주와 정의를 감염(?)시켜가며 전해주고
견디어주며 싸워 나갈겁니다.
민주주의는
늘 비싼 댓가를 필요로 했고 이번에도 저 악중악의 무리들에게 팔 다리를 내어주었지만...
기꺼이 남은 몸뚱이를 불쏘시게에 던져 넣어서 다시 오는 세대들이 손을 쬘수 있는 온기로 남겠습니다.
랑탕님들 덕분인거에요.
아 싯팔.(욕아님요) 댓글쓰다가 주책맞게 북바쳐서 눈물이 펑펑나기는 처음이네요...
해와별님의 댓글
님과 같은 분들은 그냥 의미없이 스러진 것이 아닙니다. 지금 자유롭게 살고 있는 우리들, 사회가 님께 그리고 님의 어머님께 빚을 지고 있습니다. 힘껏 싸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일 가득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채리새우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