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이 우울증에 걸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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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바다사이 14.♡.70.97
작성일 2024.10.15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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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상담을 하다 보면, 대부분의 피해 자녀 엄마들은 우울감이 심해집니다.

그러한 우울감은 공황장애로 확대되기도 하고,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 만큼 일상이 피폐해지기도 합니다.


​도대체, 왜 피해 자녀 엄마들은 우울증에 걸릴까요?

경험하지 않은 분들은 아마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실제 학교폭력의 현실을 알게 되면 충분히 이해되리라 생각됩니다.


첫 번째, 자녀의 상처 크기를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차리리, 폭력으로 인한 상처라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회복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지만,

정신적 충격에 따른 상처는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자녀가 어느 날 방 안에서 나오지 않고, 말수가 줄어들고 우울감이 심해진다면 그 모습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은 찢어질 겁니다. 무엇보다 자녀가 학교폭력으로 받은 상처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으니 지켜보는 부모는 더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 학교폭력의 원인을 엄마의 책임이라고 인식합니다.


자녀가 학교폭력을 당하게 되면 엄마들은 가까운 지인들에게도 털어놓지도 못합니다.

행여나 자녀의 학교폭력이 가정의 치부로 인식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고, 왠지 자녀가 학교폭력을 당하면 부모들이 아이를 잘못 키운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에 엄마들이 자녀의 학교폭력을 쉽게 털어놓지 못합니다. 그러면서 엄마들은 자녀에게 죄책감을 갖습니다. 자녀가 학교폭력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만큼 엄마도 배 이상의 고통을 마주합니다.


세 번째, 아무도 우리 자녀를 보호해 주지 않습니다.


엄마들은 학교와 교사들이 자녀를 보호해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학교와 교사들은 우리자녀를 보호해 줄 만한 권한이 현실적으로 없습니다. 억울함을 들어주지도 않습니다. 그저 학교와 교사들은 절차만 이야기할 뿐입니다.

피해 자녀 엄마들은 가해 학생들의 처벌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자신의 자녀를 보호해 주고, 억울함을 들어달라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이야기함에도 아무도 피해 가족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지 않습니다. 그제서야 엄마들이 현실을 절감합니다. 아무도 우리 자녀를 보호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러면서 엄마들은 무력감을 느끼게 됩니다.


​네 번째, 현실에서 악마를 보게 될 것입니다.


학교폭력 신고를 하면 당연히, 가해 학생 부모들이 사과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을 쌍방 학교폭력으로 신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없는 사실을 꾸며서 신고하는 경우도 많고, 가해 학생들이 무리로 허위의 진술을 통하여 마치 있는 사실 마냥 신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해 학생들의 거짓말에 분노를 느끼지만, 그 분노는 두려움으로 변질됩니다.


​다섯 번째, 삶의 가치관에 대한 혼란이 올 것입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공정하게 판단해 줄 것이라고 대부분 기대합니다.

그러나, 결과가 공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니 학교폭력의 처리 과정이 불합리다고 느끼실 겁니다.

이는 사회적 인프라에 대한 불신으로 작용될 것이고, 사회 전체의 혐오로 변질될 것입니다.

이제껏 자신이 살아온 삶의 가치관을 부정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공정하다는 착각,

인간의 기본 윤리와 도덕이 만연할 것이라는 착각,

인간은 태생적으로 선하다는 착각 등등

이제껏 살아오면서 축적된 자신만의 삶의 가치관이 무너지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여섯 번째, 부부간의 갈등이 확대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남편은 자꾸만 피해 자녀에게 자신이 수십 년 전에 경험한 학교폭력을 이야기하며, 참고 견디라고 이야기합니다. 자녀의 상처에 감정이입하기 보다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그때부터, 엄마들은 남편과의 갈등이 확대됩니다. 자녀를 위하여 가장으로의 책임을 회피하는 남편을 보면서 실제로 이혼을 선언한 엄마들도 있습니다.


일곱 번째, 모두가 강 건너 불구경입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습니다. 아니 모두가 강 건너 불구경입니다.

자녀의 학교폭력 사실을 목격한 학생들을 찾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실제 목격을 했던 학생들도 쉽사리 증언을 해주지 않습니다. 하물며 자녀와 친한 친구였고, 그 친구의 엄마와도 교류가 있음에도 말입니다.

학교와 교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에게는 그저 피, 가해 학생이 아닌 학교폭력에 연루된 학생일 뿐입니다. 피해 학생이라고 해서 감정 이입하지 않습니다.


여덟 번째, 사기를 당한 것은 아닌가 자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혼자서는 도저히 버텨낼 수가 없어서 고액의 비용을 들여 학교폭력 변호사를 선임하지만, 모든 것들이 실망투성입니다. 더욱이 끊임없이 불안감을 조성하는 변호사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으며, 거기다가 변호사를 선임했음에도 원하지 않는 결과를 얻게 되다면, 그때부터는 더 큰 자책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실제, 거액의 비용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가해자로 선도조치가 나와서, 자신이 변호사에게 사기를 당한 것같다고 자책하는 엄마들도 의외로 많았습니다.


​아홉 번째,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몇 개월 동안 식음을 전폐하며 준비했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끝났지만, 그 후로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학폭위의 선도 조치는 가해 학생들에게 별다른 불이익이 없습니다.

선도조치가 나오더라도 피해학생은 똑같이 가해 학생들과 학교를 다녀야 하고, 또다시 그 학생들과 연루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할 뿐입니다.

그래서 피해 학생들이 전학을 가거나 자퇴를 하는 것입니다.


열 번째, 자녀의 트라우마가 엄마들에게 확대될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서 자녀의 상처는 일정 부분 회복되겠지만, 엄마들의 트라우마는 쉽게 회복되지 않습니다.

자녀의 학교폭력으로 그동안 내재되었던 우울감이 한꺼번에 폭발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수면제에 의지해 지탱하다가 공황장애까지 확대되는 겁니다.

지나온 삶에 대해서 부정하는 순간, 극단적인 시도를 한 사례도 있습니다.


​학교폭력이라는 주제가 부모들에게 불편한 주제인 것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은 우리 자녀는 언제든지 학교폭력 피, 가해 학생으로 연루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실이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자녀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치부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현실에서 학교폭력을 마주하게 된다면,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것입니다.


학교폭력에 관심을 가지라고 더 이상 이야기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자녀의 학교폭력이 자녀의 일상과 미래, 가정의 행복을 한순간에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것을 꼭 알고 계시기 바랍니다.


​부모들의 무관심이 제 입장에서는 안쓰러울 뿐입니다.

그 고통을 알고 있기 때문이며,

그 파급력을 직접 마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녀의 학교폭력으로 인해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댓글 11 / 1 페이지

호호하하낄낄님의 댓글

작성자 호호하하낄낄 (183.♡.66.167)
작성일 10.15 18:21
첫째는 때린놈 잘못 둘째는 지키지 못한 국가의 잘못

6미리님의 댓글

작성자 6미리 (112.♡.196.186)
작성일 10.15 18:25
​아홉 번째,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다른거도 슬프지만... 아홉번째가 너무나도 슬프네요 ㅠㅠ

부드러운송곳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부드러운송곳 (253.♡.230.100)
작성일 10.15 18:29
정말 정확하게 보고 계시군요
학교 폭력을 줄이려면
특단의 법적 대책과 어려서부터 폭력에 대해
명확하게 가르켜야 합니다
근데 이게 이렇게 어렵군요
세상은 발전을 한다고 하는데
인성은 왜 퇴보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타로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타로 (223.♡.54.32)
작성일 10.15 19:19
@부드러운송곳님에게 답글 그러기에는 자격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보입니다.
결국에는 법과 제도에 기대야 하는데.... 헌실은 그렇지 못하니 걱정입니다.

생트님의 댓글

작성자 생트 (182.♡.43.43)
작성일 10.15 21:36
잘 봤습니다.

말씀 하신대로 학교 폭력과 더불어 , 말도 안되는 후속 조치들때문에
 가족 구성원들이 모두 심각한 정신적 장애를
입는 수준이라면, 그만 두는 것도 선택지로 고려해볼만 할텐데
대부분은 학교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지금의 상황들 때문에
구성원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극단적으로  가중 시키는것 같습니다.

someshine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someshine (61.♡.87.225)
작성일 10.15 22:07
실제 경험한 학부모로써 하이라이트 된 제목만 보는데도 너무 심하게 오열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경험해보지 않으신 분들은 절대 알 수가 없죠.. 그리고 학폭 관련 경험을 하기 전에는 아이들이 얼마나 무서운 온라인 세상(인스타 DM...) 에 내팽개쳐져 있는지 아마 전혀 모르실 겁니다.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은 그 당일 몇 시간 분 캡쳐 떠서 확인하면서 극도의 공포 안에 갇혔고 그 다음날 저도 대상포진에 걸렸었습니다. 아이들이 살고 있는 온라인 세상은 정말 무섭습니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학교 다니가 학원 다니고 공부만 하면 문제 없다고 아마 생각하시며 하루 하루 보낼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르고 살아가는게 나을 정도입니다...

someshine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someshine (61.♡.87.225)
작성일 10.15 22:52
@someshine님에게 답글 혹시 초등생 학부모님들 너무 걱정하실까 싶은데 중2 기준 이야기 입니다..물론 딱 중2 이야기가 아닐수도 있겠지만요.. 제가 본 것이 중2였을 뿐.

다나가님의 댓글

작성자 다나가 (150.♡.199.106)
작성일 10.15 22:14
올해 초1, 내년에 둘째도 초1이 됩니다.
한없이 밝고 학교를 가고 싶어하는 아이들이지만, 항상 학폭이라는 불안감이 있습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는 것도 안좋은거 같지만, 현실이 너무 잘 보이니 참 불안하네요..

기억하라3월28일님의 댓글

작성자 기억하라3월28일 (125.♡.166.19)
작성일 10.15 22:15
간만에 정독했습니다. 애들 아빠로서 이애들 어떻게 키워야할지 갑갑합니다.

그래요미안해요님의 댓글

작성자 그래요미안해요 (1.♡.48.191)
작성일 10.15 23:25
감사합니다.

농약벌컥벌컥님의 댓글

작성자 농약벌컥벌컥 (211.♡.184.190)
작성일 10.16 00:04
우리애들은 절대로 괴물로 키우지않겠지만 괴물들이 득실대는 그들속에서 학창시절을 보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어떻게 키우는게 최선일지 감이 잘 안옵니다. 데미지를 최소화하면서 학창시절을 통과하는게 최선인지 ... 항상 관심을 기울이며 잘보듬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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