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내부 투표 기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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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랑노랑 218.♡.22.247
작성일 2024.10.16 10:47
1,778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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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내부에서 투표가 있습니다.

제 직책에 대한 후임을 뽑는 투표입니다.

금전을 포함해서 어떠한 보상도 없는 명예직입니다.

보수는 없는데 할 일이 많아서 지원자도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권한과 책임이 막중한, 노동자들에겐 최후의 보루같은 직책입니다.

저는 직책을 맡으며 새로운 사장 주변에 있던 문고리들과

노동자들 괴롭히는 적폐 그룹 청산하려고 규정까지 만들며 열심히 싸웠습니다.

덕택에 댓글부대 공격도 받아보고 감사팀 감사도 받아보구요. 회유도 받아봤습니다.

공격 받을때는 아무도 내편이 아니더군요

권한이 있다지만, 이런 상황에서 개인 대 조직  싸움이 쉽진 않터라구요

결국 스트레스와 계속 되는 야근 덕택에 건강 악화로 이어졌습니다.

제가 그만 둘때 제 지지층이었던 노조나 직원들이

제게 재출마를 요청했으나 건강 문제로 고사해버렸는데요

그런데 이번에 출마한 사람들 면면을 보니 제가 출마 안 한 걸 후회했습니다.

두명이 출마했는데, 한명은 그 적폐그룹 출신.

다른 한명은 그 그룹에 빌붙어 아부하던 인물이더라구요

둘 다 같은 계열인겁니다.

후임을 구하라고 퇴임 1년전부터 계속 말하고 다녔는데요

노조나 노동자쪽에서는 아무도 출마 안 한 겁니다. 

투표가 차악을 뽑는 거라지만 출마자들 보니, 차마 투표를 할 수 없더라구요

출근길에 노동자중에 한 분이 왜 출마 안했냐고 한소리하시더군요

조직화된 적폐 그룹을 청산하는게 쉽지 않은 것에 마음 아프기도 하고

그걸 개인이 떠 맡아야 한다는 게 더 슬프더라구요

우리 회사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사회도 비슷한 거 같아요

개인화 되어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조직화된 적폐들과 싸움이 점점 어려워져가는 걸 느낍니다.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노대통령님의 말씀을 다시 한번 깊히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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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 1 페이지

통만두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통만두 (202.♡.209.220)
작성일 어제 10:54
고생 많으셨네요 ㅠ 저희 회사도 알량하나마 노동자 조직이 있는데 매년 아무도 안 하려고 해서 후임자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좀 해주면 좋을텐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절대 나서지 않더군요 늘그니들만 연임을 하다하다 겨우 돌려막기 식으로 연명하고 있는데 이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나랑노랑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나랑노랑 (249.♡.190.203)
작성일 어제 11:03
@통만두님에게 답글 말씀 감사합니다. 노조도 간부 구하기가 힘든가보더라구요. 자신을 보호해줄 공동체가 위협받는데 다들 몸사리는 분위기가 되버렸어요.
ㅠㅠ

alchemy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alchemy (27.♡.242.71)
작성일 어제 10:57
"공격 받을때는 아무도 내편이 아니더군요"
-> 이거 정말 힘들것 같습니다. 배신감도 느껴질것 같고요...

나랑노랑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나랑노랑 (249.♡.190.203)
작성일 어제 11:07
@alchemy님에게 답글 블라인드 글만보고 감사했다는것도 어처구니없는데요. 아무도 믿어주지 않으니 진짜 배신감쩔더라구요. 제 주변인 공격하는데 그 땐 자진사퇴까지도 떠올렸습니다.
오죽하면 감사팀장이 불쌍하다는 말까지 해주더라구요. 어쨌든 감사결과 이상없다더군요.

Awacs님의 댓글

작성자 Awacs (118.♡.188.12)
작성일 어제 11:04
그 정도면 할만큼 하신 겁니다. 고생하셨어요.

나랑노랑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나랑노랑 (218.♡.22.247)
작성일 어제 11:16
@Awacs님에게 답글 감사합니다
 3년동안 만들어놓을걸 후임자가 박살 낼걸 생각하니 마음이 안좋네요.
그래도 이젠 퇴임했으니 미련 버릴려구요

따르릉퇴근길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따르릉퇴근길 (121.♡.101.129)
작성일 어제 16:01
고생하셨습니다!!
왜 출마 안했냐고 한 소리한다니.. 참.. 울컥하게되는 부분이었습니다.
내가 나서는건 싫고.. 남이 나서서 해결해주었으면 좋겠고.... 참.. 양심없는 사람입니다.. 에휴..

나랑노랑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나랑노랑 (249.♡.190.203)
작성일 어제 16:19
@따르릉퇴근길님에게 답글 공감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 노동자는 그나마 양호한 편입니다. 지난번 노조위원장도 찾아와서 출마 종용하던데요. 제가 공격받을때, 도와주는 못할 망정 남들과 같이 공격하던 사람입니다. 사람이 참 염치가 없더라구요. 요샌 아는 척도 안하네요

득과장님의 댓글

작성자 득과장 (2001:e60.♡.2.78:992e:649e:5ff1:79b8)
작성일 어제 16:54
할만큼 하신것 같습니다. 저 역시 하다보면 누군가 알아줄꺼다라고 생각하고 총대매고 일하면서 승진도 마다했는데 지금은 그냥 한직에서 오늘내일 하면서 관망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내편 하나 없는게 좀 외롭지만 내 업보니하고 지냅니다. (노조원이었는데 노조원들의 공격으로 되려 노조에서 쫓겨났네요. 오히려 인사팀에서 위로해주는 사람이 되었습니다.ㅎ)

나랑노랑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나랑노랑 (112.♡.18.169)
작성일 어제 19:44
@득과장님에게 답글 말씀 감사합니다
득과장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득과장님도 그러셨겠지만 선의를 가지고 희생했는데요. 응원은 커녕 뒷통수에 돌 맞아보니, 씁쓸합니다.
늘 싸우던 사장이, 오히려  날 위로해주고 챙겨주는거 보고 더 마음이 안 좋터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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