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내부 투표 기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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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내부에서 투표가 있습니다.
제 직책에 대한 후임을 뽑는 투표입니다.
금전을 포함해서 어떠한 보상도 없는 명예직입니다.
보수는 없는데 할 일이 많아서 지원자도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권한과 책임이 막중한, 노동자들에겐 최후의 보루같은 직책입니다.
저는 직책을 맡으며 새로운 사장 주변에 있던 문고리들과
노동자들 괴롭히는 적폐 그룹 청산하려고 규정까지 만들며 열심히 싸웠습니다.
덕택에 댓글부대 공격도 받아보고 감사팀 감사도 받아보구요. 회유도 받아봤습니다.
공격 받을때는 아무도 내편이 아니더군요
권한이 있다지만, 이런 상황에서 개인 대 조직 싸움이 쉽진 않터라구요
결국 스트레스와 계속 되는 야근 덕택에 건강 악화로 이어졌습니다.
제가 그만 둘때 제 지지층이었던 노조나 직원들이
제게 재출마를 요청했으나 건강 문제로 고사해버렸는데요
그런데 이번에 출마한 사람들 면면을 보니 제가 출마 안 한 걸 후회했습니다.
두명이 출마했는데, 한명은 그 적폐그룹 출신.
다른 한명은 그 그룹에 빌붙어 아부하던 인물이더라구요
둘 다 같은 계열인겁니다.
후임을 구하라고 퇴임 1년전부터 계속 말하고 다녔는데요
노조나 노동자쪽에서는 아무도 출마 안 한 겁니다.
투표가 차악을 뽑는 거라지만 출마자들 보니, 차마 투표를 할 수 없더라구요
출근길에 노동자중에 한 분이 왜 출마 안했냐고 한소리하시더군요
조직화된 적폐 그룹을 청산하는게 쉽지 않은 것에 마음 아프기도 하고
그걸 개인이 떠 맡아야 한다는 게 더 슬프더라구요
우리 회사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사회도 비슷한 거 같아요
개인화 되어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조직화된 적폐들과 싸움이 점점 어려워져가는 걸 느낍니다.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노대통령님의 말씀을 다시 한번 깊히 새겨봅니다.
나랑노랑님의 댓글의 댓글
ㅠㅠ
alchemy님의 댓글
-> 이거 정말 힘들것 같습니다. 배신감도 느껴질것 같고요...
나랑노랑님의 댓글의 댓글
오죽하면 감사팀장이 불쌍하다는 말까지 해주더라구요. 어쨌든 감사결과 이상없다더군요.
나랑노랑님의 댓글의 댓글
3년동안 만들어놓을걸 후임자가 박살 낼걸 생각하니 마음이 안좋네요.
그래도 이젠 퇴임했으니 미련 버릴려구요
따르릉퇴근길님의 댓글
왜 출마 안했냐고 한 소리한다니.. 참.. 울컥하게되는 부분이었습니다.
내가 나서는건 싫고.. 남이 나서서 해결해주었으면 좋겠고.... 참.. 양심없는 사람입니다.. 에휴..
나랑노랑님의 댓글의 댓글
득과장님의 댓글
나랑노랑님의 댓글의 댓글
득과장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득과장님도 그러셨겠지만 선의를 가지고 희생했는데요. 응원은 커녕 뒷통수에 돌 맞아보니, 씁쓸합니다.
늘 싸우던 사장이, 오히려 날 위로해주고 챙겨주는거 보고 더 마음이 안 좋터라구요.
통만두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