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에 '나락' 가는 아이들 (feat. 여학생들의 학교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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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바다사이 14.♡.70.97
작성일 2024.10.2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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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인 딸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다른 반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딸과는 그저 인사 정도만 하고 지내는 사이였는데, 어느 날 딸이 저희 부부에게 이야기합니다.


"엄마, 00 자퇴했어"

"왜?"

"잘 모르겠어, 아이들 이야기로는 '나락' 갔다고 하더라고"

"그래?"

"응, 그런데 아이들한테는 유학 가려고 자퇴한다고 얘기했다고 하더라고"

"그럼, 유학을 간 거야?"

"아니, 자퇴한지 꽤 되었는데 아이들이 동네에서 모자 푹 눌러쓰고 돌아다니는 것을 봤다고 하더라고"

"음.... 아이들 하고 사이가 좋지 않았나? 아니면 학교폭력을 당한 건가?"

"모르겠어, 아이들하고 잘 지냈던 것 같은데 순식간에 안 좋은 소문이 퍼진 것 같아..."


학교폭력 상담을 하는 제 입장에서 딸의 이야기가 안타까왔던 것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음에도 해결 보다 단절을 통하여 스스로 고립한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그 여학생의 부모와 적극적으로 상담을 할 수도 없으니 말입니다.


요새 아이들은 '나락'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순식간에 자신의 이미지가 나빠져서 아이들하고의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되는 것을 소위 '나락'이라고 표현을 합니다. '나락'으로 떨어지면 아이들하고의 관계가 틀어져 복구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원인 조차 불분명하다는 겁니다.

더욱이 최초 발생되었을 때,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자신이 좋아하는 남학생과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었다는 이유만으로 상대 여학생을 괴롭힌 사례, 아주 사소한 것들을 트집 잡아 상대 여학생의 허위 소문을 퍼트려서 문제가 확대되는 사례가 의외로 많습니다.

남학생들이라면 대화를 통해서 오해를 푸는 경우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여학생들 간의 갈등은 감정의 앙금이 오랜 시간 지속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그래서, 여학생들의 학교폭력이 더 무서운 것입니다.

폭력의 원인이 불분명하고,

상처의 피해가 눈에 보이지 않으며,

감정의 앙금이 아주 오래도록 남아 해결 방법이 묘연합니다.

그렇다고, 그러한 사안들을 모두 학교폭력으로 신고하는 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폭력의 증거를 찾기도 힘들뿐더러, 잘못하다가는 가해 학생들의 스펙트럼이 넓어져 더 교묘한 2차 가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학교폭력이 자녀의 성향과 기질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자녀들이 성장할수록 학교폭력은 성향과 기질이 아닌, 상황이 좌우합니다.


내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오해받을 수 있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거나,

익숙하지 않은 감정 표현으로 상대방에게 왜곡되어 전달이 된다면,

그때부터 따돌림의 표적이 되고, 소위 '나락'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자녀들이 오해와 갈등이 벌어졌을 때, 슬기롭게 해결하고 극복할 수 있는 마음 근육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마음 근육이 생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느 순간, 비난을 받거나 놀림을 받게 된다면

무기력해지고 결국에는 자포자기하여 관계의 해결이 아닌 관계의 단절과 고립으로 확대됩니다.


'나락' 가는 것은 한순간입니다.

자녀의 마음 근육을 어려서부터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자존감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고, 관계의 기술에 대해서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러한 마음 근육은 한순간의 나락을 방지하는데 최선의 예방책이 될 것이며,

자녀들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중심을 잡아줄 근본이 되어 줄 것입니다.


순식간에 나락 가는 아이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해결 방법이 학교폭력 신고외에는 대부분 부모들이 해결책을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관계에서 벌어지는 오해와 갈등을 해결이 아닌 관계의 단절로 해결한다면, 그때부터 자녀의 상처는 아주 오래도록 지속될 것입니다.

특히, 여학생들이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여학생들의 학교폭력이 해결하기 더 힘든 것입니다.

댓글 12 / 1 페이지

웃자오늘도님의 댓글

작성자 웃자오늘도 (203.♡.4.4)
작성일 10.28 18:06
학교폭력은 이쪽면이든 저쪽면이든,
간접체험을 통해서라도 부모들이 "꼭" 알아야 하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는 영역이죠.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바다사이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바다사이 (14.♡.70.97)
작성일 10.28 18:11
@웃자오늘도님에게 답글 감사합니다.

미란다조아님의 댓글

작성자 미란다조아 (119.♡.171.148)
작성일 10.28 18:08
휴 딸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생각이 많아지는 글이네요...

바다사이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바다사이 (14.♡.70.97)
작성일 10.28 18:15
@미란다조아님에게 답글 네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합니다.

finalsky님의 댓글

작성자 finalsky (2001:♡:6940:♡:dde2:♡:f811:4549)
작성일 10.28 18:13
자존감을 키우고 친구들과 원만하게 지내는 방법을 가르치기가 쉽지 않아요. 우리 자랄 땐 이런 환경이 아니어서 조언을 해주기가 어렵습니다.
많이 답답해요.ㅜㅜ

바다사이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바다사이 (14.♡.70.97)
작성일 10.28 18:15
@finalsky님에게 답글 자녀 양육과 소통에 대한 이야기라서 참 글로 말씀드리기가 어렵네요.

MrSlash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MrSlash (183.♡.107.225)
작성일 10.28 18:15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이 사회의 병폐가 온전히 다 동물적으로 드러나고 있어서 마음이 아픕니다.

어른들이 우리 공동체와, 서로를 바라보고 대하는 방법을 아이들은 따라할 뿐인데, 여과없이 진심으로 받아들이니 더 드러날 뿐이라고 봅니다.

결국 어른들이, 우리 공동체의 선을 위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먼저이지 않으면.. 이 사회의 병폐가 계속 이어지는 것이 끊어지지 않을 것 같아 두렵습니다.

hotsync님의 댓글

작성자 hotsync (78.♡.106.247)
작성일 10.28 18:17
여학생만 그런게 아니라 군대도 저렇다더군요. 다 끌려온 마당에 뭐가 그렇게 못마땅한지 자기들 맘에 안 들면 그냥 따돌려 버린대요.

sdfsdfsdf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sdfsdfsdf (112.♡.119.26)
작성일 10.28 18:17
제 아이가 처한 상황이라 생각하면,
피해자가 될 것 같으면 차라리 가해자가 되라고 가르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booknbeer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booknbeer (61.♡.162.10)
작성일 10.28 20:37
학교에서 친구사귀가 어려워지면서 한반에 동성친구 50명이 득실대던 콩나물  시루같은  교실보다 더 힘든 교실이 되어가는것 같습니다
학창시절 나쁜친구들의 괴롭힘에 힘들었지만 그래도 친한 친구들끼리 뭉쳐서 위로해주고 같이 힘을 냈지만 지금아이들은 서로 뭉쳐서 왁자지껄하게 가는 아이들 보기힘든것 같습니다
형제도 동네 친구 교실친구도 없는 외로운 아이들만 있는것 같습니다

12시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12시 (2600:♡:a121:♡:6cb1:♡:870a:5a9)
작성일 10.29 04:07
@booknbeer님에게 답글 아아 정말 그렇겠군요. 한반에 60명은 넘게 있던 때와 비교하면 친구관계가 훨씬 더 중요해 지겠네요. 실패하면 안되니까 조심스럽고 위태롭기도 하겠구요. 여러모로 요즘 아이들 힘들어 보입니다

aka개마님의 댓글

작성자 aka개마 (221.♡.167.53)
작성일 10.28 20:45
딸아이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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