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5679는 나를 불안케 한다 - 박상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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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79는 나를 불안케 한다
- 박상천
나는 왜,
앞에 가는 자동차 번호판 숫자를
바꾸고 싶을까
5679는 5678이나 4567로 순서를 맞추고 싶고
3646은 3636으로, 7442는 7447로 짝을 맞추고 싶을까
5679, 3646, 7442는 나를 불안케 한다.
나는 왜,
카세트 테이프는 맨 앞으로 돌려서 처음부터 들어야 하고
삐긋이 열린 장롱문은 꼬옥 닫아야 하고
주차할 때 핸들은 똑바로 해두어야 하고
손톱은 하얀 부분이 보이지 않도록 바짝 깎아야 할까
테이프와 장롱문과 핸들과 손톱이 나를 불안케 한다.
나는 왜,
시계는 1분쯤 빨리 맞추어 두고
컴퓨터의 백업 파일은 2개씩 만들어 두고
식당에서는 젓가락을 꼭 접시 위에 얹어 두어야 하고
손을 씻을 때면 비눗기가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손을 헹구어야 할까
시계와 컴퓨터와 젓가락과 비누가 나를 불안케 한다.
그래도 나는,
나를 불안케 하는 것들과 함께 살아간다, 잘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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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저마다 선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선에 엄격하고
누군가는 타인의 선에 엄격하며
그 각각의 선 또한 사람에 따라 정도가 모두 달라
누군가에게는 괜찮은 것이
누군가에게는 거슬리고 신경쓰이고 불편해 합니다.
또는 한 사람도 언제는 괜찮다가 언제는 불편해 합니다.
그 선은 사회로 부터 전달받아 스스로 만든 것도 있고
자신은 동의치 않으나 대다수에 떠밀려 억지로 지키는 것도 있습니다.
삼청공원 안자락을 걷다가
길자락에서 떨어진 저 멀리 숲속에서 철망이 쳐진 선, 경계를 발견합니다.
인간의 선은 땅도 가르고 자연도 가르고
가를 수 없는 물도 가르고 정신도 가릅니다.
경계가 없는 철새에게는 국경도, 철책선도 따라 없으니
경계를 없애야 한다는 사고도 없지만
언젠가 인간은 AI에게도 경계, 그 필연을 가르치고야 말 것입니다.
아니면 AI가 인간에게 경계가 없음을 가르쳐 주게 될까요.
신이 아직까지 인간에게 가르쳐 주지 못한...
또는 어리석은 인간이 깨닫지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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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대학의 시국선언 기사를 보다가
모대학이 나와 유심히 이름을 올리신 분들의 이름을 보다가 낯이 익은 이름을 보았습니다.
94년 대학에 발을 들였지만, 언론에서 떠드는 '대학', '낭만' 이라는 단어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모르던 시절
2학년 전공이 시작되는 시절에 국문과 과목을 도강하게 되었습니다. 아니 도강을 했습니다.
숫기 없던 시절에 도강을 하며 교수님과 눈을 맞추고 질문도 하고... 무슨 깡이었는지...
유일하게 도강을 했던 과목이었고, 교수님이었는데
사회 생활을 하면서도 절판이 된 그분의 책을 중고서점에서 보면 사두었다가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 이름을 다시 보고 검색창에 열어보니 그 이후의 그분의 연혁이 나오는 중에 보였던 그분 어머니 이환희 여사의 이야기...
우리가 자손에게 넘겨야 할 기억은 무엇일까요
생존의 본능일지 인간 됨됨이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