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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이 한강에게 깊은 감명을 받은 이유와 12.3 윤석열 내란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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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diynbetterlife 220.♡.37.28
작성일 2024.12.08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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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신랑이 일어나서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서 노벨위크에서 강연한 것을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이제껏 한강은

‘현실을 살고 있는 산 자가, 어떻게 죽은 자를 구원할 것인가’가

항상 작품을 관통하는 질문이었는데, 


신랑은 이번에 12.3 계엄이 마침 <소년이 온다>에서처럼

계엄 상황이 발생했고 이를 시민들이 막아낸 상황인걸 보고

한강 작가의 뒤집은 질문을 이해하게 됐다고요. 그리고 그 한강작가의 통찰에 감탄했다고요.


한강작가의 뒤집은 질문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했다

(한강 작가는 이번 12.3 내란 이전에 여러 번의 현실을 보고 수차례 느꼈다고 합니다)


  • 전에 안귀령 민주당 대변인도 겸공에서 얘기했었습니다. 12.3 윤석열 내란의 밤에 국회를 점령하려 한 무장 계엄군을 막아낼 수 있던 저항심은 먼저 피를 흘리신 민주열사 선배님들의 덕이기도 하다고요.
  • 다모앙에서도 비슷한 의견들을 본 것 같습니다. 앞선 민주 열사들 덕분이라고요.
  • 그리고 이번에 22대 국회가 의결한 ‘계엄해제 요구권’도 광주 민주화 운동 이후에 생긴 성과라고요.


헌법 제77조 5항​은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에 윤석열이 국회에 투입한 군 병력이 12.12 사태 때 수보다 훨씬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굥은 진심 전력을 했던거였습니다. 

장교 3명, 병사 95명 vs 685명


그걸 결사적으로 막아내야 한다는 절박함.

현장에 투입된 군인들의 머뭇거림

(실제로 국회의원들이 전자투표를 못하게 전원부터 차단해야 하고, 그걸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야간 투시경도 쓰고 온건데, 전원을 안 내렸다는 김어준의 의견이 있더라고요. 시민들에게 밀려나 주는 모습도 목격됐고요).


◉유시민 : 그러고는 1시간도 안 됐을 때예요. 그러고 계엄군들이 이렇게 화면에 잡히는데 적극적으로 시민들과 다투지 않는 거예요.

▶김어준 : 시민들이 밀면 밀려줬어요.

◍김도균 : 밀려줬어요.

▶김어준 : 밀려줬어요. 그거 중요했어요.

◉유시민 : 그래서 저거 봐라. 야간투시경까지 끼고 왔다는 거는 정전시켜놓고 그 안에서 작전을 하는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온 것 같은데.

▶김어준 : 작전했으면 전원부터 내렸죠.

출처보기


▶김어준 : 이번에는 국회의장의 판단이 정확했어요.

▶김어준 : 모든 절차를 다 지키고.

▷전우용 : 근데 계엄군이 전원부터 내렸으면 그렇죠. 계엄군 판단이.

▶김어준 : 그러니까 저도 계엄군들이 주저했어요.

출처보기


찾아보니 한강 작가도 같은 느낌을 받았군요.

노벨위크 강연보다 앞선 노벨상 위원회와의 인터뷰에서:

"

2024년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2024년 겨울 상황이 다른 점은 모든 상황이 다 생중계돼서 모든 사람이 다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저도 그 모습을 지켜봤다.

맨몸으로 장갑차 앞에서 멈추려고 애를 쓰셨던 분들을 봤고, 맨손으로 무장한 군인들을 껴안으면서 제지하려는 모습도 봤고, 총 들고 다가오는 군인들 앞에서 버텨보려고 애쓰는 사람들 모습도 봤다. 마지막에 군인들이 물러갈 때 잘 가라고, 마치 아들에게 하듯이 소리치는 모습도 봤다. 그분들의 진심과 용기가 느껴졌던 순간이었다.

젊은 경찰 분들, 젊은 군인 분들 태도도 인상 깊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뭔가 판단을 하려고 하고, 내적 충돌을 느끼면서 최대한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명령을 내린 사람 입장에서는 소극적인 것이었겠지만 보편적인 가치의 관점에서 본다면 생각하고 판단하고 고통을 느끼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던 적극적인 행위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 모든게 과거 민주항쟁 열사들이 피를 흘려 지켜낸 역사가

머리속에서, 가슴속에서 되살아나서, 서로의 입장사이의 간극을 매워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민: 결사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군인: 북한이 아니라 시민을 상대로 하다니

결론: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그러니 저들이 이 간극을 매우지 못하도록 역사를 왜곡하는 거겠죠.

광주는 민주 열사들의 항쟁이 아니라 폭도나 공산당의 작업이었다고요.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하지 못하도록, 

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하지 못하도록.


그래서 산 자들간의 간극을 매우지 못하도록.


우리는 죽은 자들의 도움을 받았고,

죽은 순국선열들에게 도움을 드려야 합니다.

⭐️ 그럼으로써 죽은 자들과 산 자들과 앞으로 살아갈 자들의 간극을 금실로 이어야 합니다.⭐️


<1974년 4월에 쓴, 8살 한강 작가의 일기>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

사랑이란 무얼까?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금(金)실이지.



8살의 한강작가 본인의 일기에서 던진

사랑에 대한 질문과 답 입니다. 


이 금실을 언어로 끊임없이 자아서

노벨위크에서도 언급합니다.


뛰는 가슴 속 내 심장.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 그걸 잇는 금(金)실. (사랑).


...................


한강 작가의 노벨위크 강연 중 발췌:


<소년이 온다>

빛과 따스함의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소설을 쓰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내 삶을, 세계를 끌어안는 그 소설을 눈부시게 투명한 감각들로 충전하겠다고. 

제목을 짓고 앞에 20페이지 정도까지 쓰다 멈춘것은, 그 소설을 쓸 수 없게하는 무엇인가가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시점까지 나는 광주에 대해 쓰겠다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해보지 않았습니다. 1980년 1월 가족과 함께 광주를 떠난 뒤 4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그곳에서 학살이 벌어졌을 때 나는 9살이었습니다. 이후 몇 해가 흘러 서가에 거꾸로 꽂힌 광주 사진첩을 읽었을 때는 12살이었습니다.


생략 (이하 …)


당시 정권의 철저한 언론통제로 인해, 왜곡된 진실을 증거하기 위해 유족들과 생존자들이 비밀리에 제작해 유통한 책이었습니다. 어렸던 나는 그 사진들의 정치적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으므로, 그 훼손된 얼굴들은 오직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으로 내 안에 새겨졌습니다.


(폭력을 휘두르는 인간)

인간은 인간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가?


나는 생각했습니다.

동시에 다른 의문도 있었습니다.

같은 책에 실려있는 총상자들에게 피를 나눠주기 위해 대학병원 앞에서 끝없이 줄 서 있는 사람들 사진이었습니다. 


(희생과 사랑을 나누는 인간)

인간은 인간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가?


양립할 수 없어보이는 두 질문이 충돌해 풀 수 없는 수수께끼가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2012년 봄, 삶을 껴안는 소설을 쓰려고 애쓰던 어느날 한번도 풀린 적 없는 그 의문들을 내 안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이었습니다. 


오래 전에 이미 나는 인간에 대한 근원적 신뢰를 잃었다. 그런데 어떻게 세계를 껴안을 수 있겠는가?

그 불가능한 수수께끼를 대면하지 않으면 앞으로 갈 수 없다는 것을, 오직 글쓰기로만 그 의문들을 꿰뚫고 나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얼어붙은 망월동 묘지를 나오며 생각했습니다. 정면으로 광주를 다루는 소설을 쓰겠다고.

이후 광주뿐 아니라 국가폭력을 다룬 사례들을, 인간들이 전세계에 걸쳐 긴 역사에 걸쳐 반복해온 학살에 대한 책들을 읽었습니다. 


그런 작업 속에 내가 떠올리곤 했던 두 개의 질문이 있습니다. 20대 중반에 일기장을 바꿀때마다 맨 앞 페이지에 적었던 문장들입니다. 


(긴 세월 작품을 관통하며 변치 않았던 질문)

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는가? 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자료를 읽을 수록 이 질문들은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되는 듯 했습니다. 

인간성의 가장 어두운 부분들을 지속적으로 접하며 오래 전에 금이 갔다고 생각했던 인간성에 대한 믿음이 마저 깨어지고 부서지는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을 쓰는 일을 더 이상 진척할 수 없겠다고 거의 체념했을 때

한 젊은 야학교사의 일기를 읽었습니다. 

1980년 5월 당시, 광주에서 군인들이 잠시 물러간뒤 10일동안 이뤄졌던 시민자치의 절대공동체에 참여했으며, 군인들이 되돌아오기로 예고된 새벽까지 도청역 YMCA에 남아있다 살해됐던 수줍은 성격의 조용한 사람이었던 박용준은 마지막 밤에 이렇게 썼습니다.


“하느님, 왜 저에게는 양심이 있어 이렇게 저를 찌르고 아프게 하는 것입니까? 저는 살고 싶습니다.”


그 문장들을 읽은 순간, 이 소설이 어느쪽으로 가야하는지 벼락처럼 알게됐습니다. 

두 개의 질문을 이렇게 거꾸로 뒤집어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됐습니다. 


(광주 순국선열의 일기를 보고 뒤집힌 질문)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이후 이 소설을 쓰는동안, 실제로 과거가 현재를 돕고 있다고, 죽은 자들이 산자를 구하고 있다고 느낀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이따금 그 (망월동)묘지에 다시 찾아갔는데 이상하게도 갈 때마다 날이 맑았습니다. 눈을 감으면 태양의 주황빛이 눈꺼풀 안쪽에 가득찼습니다. 그것이 생명의 빛이라고 나는 느꼈습니다. 말할 수 없이 따스한 빛과 공기가 내 몸을 에워싸고 있다고. 


12살에 그 (광주학살) 사진첩을 본 이후로 품게된 나의 의문들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인간은 어떻게 이토록 폭력적인가?

동시에 인간은 어떻게 그토록 압도적인 폭력의 반대편에 설 수 있는가? 

우리가 인간이라는 종에 속한다는 사실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간의 참혹과 존엄 사이에서, 두 벼랑사이를 잇는 불가능한 허공의 길을 건너려면 죽은자들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어린 동호가 어머니의 손을 힘껏 끌고 햇빛이 비치는 쪽으로 걸었던 것처럼.


당연하게도 나는 그 망자들에게, 유족들과 생존자들에게 일어난 그 어떤 일도 돌이킬 수 없었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은 내 몸의 감각과 감정과, 생명을 빌려드리는 것 뿐이었습니다.


소설의 처음과 끝에 촛불을 밝히고 싶었기에..


.................................

강연 전문 텍스트로 보기

댓글 11 / 1 페이지

푸른미르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푸른미르 (14.♡.186.98)
작성일 12.08 13:10
멋진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PWL⠀님의 댓글

작성자 PWL⠀ (112.♡.206.167)
작성일 12.08 13:16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11 랜덤 럭키포인트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바나나좋아좋아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바나나좋아좋아 (61.♡.127.116)
작성일 12.08 13:25
큰 감동입니다. 저장해놨어요.

아항항항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아항항항 (118.♡.1.123)
작성일 12.08 13:27
감사한 마음으로 한 줄 한 줄 읽었습니다.
16 랜덤 럭키포인트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가랑비님의 댓글

작성자 가랑비 (58.♡.137.93)
작성일 12.08 13:34
정리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아이들과 나누겠습니다.

아기고양이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아기고양이 (223.♡.51.238)
작성일 12.08 14:01
글로 다시 읽어도 전율이 입니다. 스크랩할게요. 감사합니다.
58 랜덤 럭키포인트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프랙시스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프랙시스 (118.♡.11.197)
작성일 12.08 14:14
저도 읽고 정말 감명 받았습니다. 역시 최고!

란데셀리암님의 댓글

작성자 란데셀리암 (14.♡.75.210)
작성일 12.08 14:17
글의 울림이 대단하네요..

반짝반짝빛나는님의 댓글

작성자 반짝반짝빛나는 (31.♡.50.230)
작성일 12.08 14:29
좋은 글 감사합니다.

Pororo40님의 댓글

작성자 Pororo40 (117.♡.2.140)
작성일 12.08 14:34
와 정말 소름돋는 내용입니다. 눈물이 날 정도네요 ㅠㅠ

아나이스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아나이스 (211.♡.163.138)
작성일 12.08 18:25
감사합니다.눈물이 쏟아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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