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계엄령 - 소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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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걸 전국민이 뼈속까지 느끼는 시절과 어울리는(?) 소설 추천합니다.
제목: 최후의 계엄령 (전 3권)
글쓴이: 고원정
1991년 출간
줄거리:
현직 대통령 이름이나 시기가 명시되지 않고, 대통령이 군부 출신이지만 형식적인 민주주의는 불안하게 유지되고 있고,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는 어느 시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가상정치소설입니다.
정권 말기, 소속당에서는 자신의 임기 이후를 보장 받을 수 없는 야권 출신 후보의 선출이 유력해지고, 정권과 맞서온 야당 지도자도 다시 대권에 도전하는 어느 시점에, 대통령은 은밀하게 친위 쿠데타를 준비합니다. 정치 격변기에 여기저기에서 사회 혼란이 발생하고, 전국이 불안에 휩싸입니다.
파국이 임박한 상태에서, 야당 지도자도, 한때 민주투사였으나 여당에 합류해 대통령 후보가 된 이도, 모두 자기 이익만을 노리며 분열하고, 학생이나 민주화세력 역시 이들에 환멸을 표시합니다.
쿠데타 세력은 오래 전부터 준비해온 암살자를 이용해 소요를 일으키고 마침내 계엄령을 발동합니다. 대통령의 지시로 쿠데타를 준비해온 계엄사령관은 사실 현 대통령을 날려버리고, 스스로 권력을 차지할 욕망을 오래 전부터 키워왔습니다. 군부대가 전차를 앞세우고 서울로 진입하고, 야당 세력과 민주화 세력은 여의도에 고립됩니다. 대학생들은 차가운 한강물을 맨몸으로 헤엄쳐 봉쇄를 뚫고 여의도로 모여들고, 민간인들이 여의도로 진입하는 한강다리에서 맨몸으로 전차를 가로막습니다. 강제 진압을 명령한 계엄사령관의 명령을 거부한 양심적인 장교는 계엄사령관의 권총에 사살되고, 사망한 양심적인 장교의 부관에 의해 계엄사령관이 저지되면서(어떻게 저지했는지 오래 전이라 기억이 안납니다), 계엄군은 민주화 세력에 합류하는 것으로 소설이 끝납니다.
노태우 정권 말기, 김영삼이 민자당의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당시에 이미 노태우 정권이 친위 쿠데타를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었습니다. "최후의 계엄령"은 3권 짜리 소설로, 바로 그 시기에 맞춰 출판되어 당시에 상당히 화제가 됐지만, 그때가 지나자마자 바로 잊혀져버려서 아마 지금은 기억하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겁니다.
소설의 결말이 해피엔딩이긴 하지만, 소설 내내 당장에라도 있을 법한 정치적인 사건의 연속과, 근시안적인 정치인들이 우왕좌왕하다가 골든 타임을 놓치면서, 브레이크가 고장난 버스가 비탈길을 서서히 굴러내려가다가 절벽을 향해 점점 속도를 올려가는데, 그 안에 앉아 무기력하게 비명만 지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했습니다. 이 소설을 빌려보던 친구는 너무 무섭다며 중간에 읽기를 포기하더군요.
그때는 시민들이 맨몸으로 전차를 막는다는 게 너무 황당하게 느껴졌습니다. 이게 말이 되니? 광주에서 시민군들이 총을 들고 싸워도 버티지 못했는데? 그런데 그것이 현실에 일어났습니다?
이번 내란 소동을 겪으면서 30여 년 전에 읽었던 이 소설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단, 이 소설은 절판 된 지 오래 되어서 아마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대체 찾기도 어려운 책을 왜 추천한 걸까요?) 만약 지금 어디 창고에라도 재고가 처박혀 있다면 기막힌 마케팅이 되었을텐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