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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을 보며 강기훈을 떠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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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426 39.♡.223.199
작성일 2024.12.1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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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훈씨가 누군지 아는 사람은 연식 인증 하는 겁니다.

강기훈씨는 1991년 발생한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의 피해자입니다. 모르시는 분은 알아서 찾아보시고, 짧게 요약하자면 강기훈씨의 혐의는 아래와 같습니다.

  • 사회 혼란을 조성하고 반정부 시위를 확산시키기 위해
  • 재야단체 동료 회원의 분신 자살을 조장하고
  • 유서를 대필했다


강기훈씨는 자살 방조라는 죄명만 해도 어마어마한데, 유서를 대필했다는 혐의까지 받은 겁니다. 국과수 필적 감정인은 유서를 쓴 것이 강기훈씨라고 감정했고, 결국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운동권은 목적을 위해선 죽음을 이용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파렴치한 집단이 되었고, 김지하는 운동권을 향한 쓴소리랍시고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고 일갈을 했습니다.

20대 젊은이였던 강기훈씨는 형기를 고스란히 살았고, 출소 이후에 조용히 살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2007년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이 사건을 다시 주목하고, 국과수에 필적 감정을 의뢰하자, 이번에는 1991년 당시의 감정 결과가 뒤집혔습니다. 법원의 재심이 시작되었고, 추악한 검찰은 계속해서 항고, 항소, 상고를 했으나 2015년 강기훈씨는 최종 무죄 판결을 받습니다.

24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그 사이에 부모님 두 분 모두 암으로 돌아가시고, 강기훈씨도 중년의 암 환자가 되었습니다. 강기훈씨는 6억원의 국가 배상을 받았지만, 담당 수사검사들이나 최초 유서 필적을 감정한 감정인 등 누구도 심판 받지 않았고, 개인에 대한 손해 배상도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참고로 강기훈씨를 기소한 검사 중 하나가 곽상도입니다.

무죄 판결 이후에도 강기훈씨는 언론사들의 무수한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고, 조용히 살고 계십니다.


강기훈씨가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해도, 얼마 간의 손해 배상을 받았다고 해도, 그가 받았던 의심의 눈초리와 사회로부터의 격리, 그가 받았던 고통, 그가 잃어버린 젊음, 잃어버린 가족, 그가 잃어버린 삶의 무수한 가능성들, 그 무엇도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아마 오늘도 그는 지옥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삶을 살고 있겠지요. 지금 벌어지는 쿠테타 소동은 그의 상처에 뿌려지는 소금 같을 겁니다.


맨처음 윤석열과 검찰이 조국을 겨냥했을 때, 저들이 검찰 개혁을 얼마나 두려워 했으면 저러는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검찰 개혁 때문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집요하고 지나치게 잔인했습니다. 추미애 장관 역시 검찰 개혁을 시도했지만, 추미애 장관에게는 그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이재명 대표에게조차도 조국 일가를 후벼파는 정도는 아니었다 봅니다. 이재명 대표의 정직성을 더럽히려고는 했지, 가족들 모두를 난자하지는 않았습니다.


조국 의원이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되기도 훨씬 전부터 김건희 일가가 역술가들에게 조국의 사주를 묻고 다녔다는 소문을 듣고서야 그 의문이 풀렸습니다. 조국 의원이 정치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전부터 김건희 일가는 조국을 정적 1호로 찍어놓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들이 그렇게 가지고 싶었던 권력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거라는 역술가들의 말을 듣고 조국을 찍어내기로 한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토록 집요하게 물어뜯을 리가 없습니다. 주술과 미신을 신봉하는 그들이라면 충분히 그런 사고 과정을 거쳐, 그런 행동을 했으리라 의심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조국과 그의 가족이 받은 고통이 얼마나 클지, 저는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제가 조국과 친분이 있었다면, 저는 아마 해외로 떠나라고 조언을 했을 겁니다. 아들, 딸 모두 데리고 남미 시골 어딘가에 한국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 가서, 조그만 목장 하나 사서 농사를 지으며 다 잊으라고, 다 잊혀지라고 했을 겁니다.


하지만 조국은 투사의 길을 걷기로 결심을 했고, 오늘 다시 한 번 파렴치한 위선자라는 오욕을 받고야 말았습니다. 가족들은 또 얼마나 깊은 상처를 받았을까요? 이 상처, 이 고통, 대체 무엇으로 씻어낼 수 있을까요? 그가 다시 재심을 받고 무죄가 증명된다고 상처가 사라질까요? 다시 국회의원이 되고, 대통령이 되면 그 고통이 다 씻겨질까요?


이번 쿠테타에 분노한 사람들 중에도 많은 수가, 여전히 조국은 유죄라고 말합니다. 조국이 억울한 누명을 썼다고 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들의 믿음과 다를게 뭐냐고 합니다. 많은 사람이 윤석열과 김건희와, 검찰이 얼마나 추악한 자들인지 보면서도, 그자들이 만들어낸 수사 결과는 사실이라고 믿습니다.


12월 3일 계엄령을 선포할 때부터, 이곳 말고 다른 커뮤니티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여기서 우리끼리 힘을 북돋우고 우리끼리 어깨동무 하는 것보다는, 정치색이 크지 않은 커뮤니티에서 그곳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사람들이 힘을 모으는데, 글 한 줄이라고 보태고 있었습니다. 그 커뮤니티에서도 체감상 80%는 윤석열 심판에 동의하고 분노합니다. 윤석열을 찍었던 사람들도 자기들의 판단을 후회하고 사과의 글을 올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래도 그들에게 조국은 여전히 유죄입니다. 단, 조국을 턴만큼 다른 놈들도 털어라는 의견이 대세입니다. 조국 유죄는 유죄고 윤석열 심판에 집중하자고 합니다. 저 역시 그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강하게 조국을 옹호하지 못합니다. 미안합니다, 조국씨. 정경심씨, 조민씨, 조원씨, 미안합니다.


조국을 보며 강기훈씨를 다시 떠올린 이유입니다.


이곳 사람들은 그러는군요. 기다리겠다고, 몇 년 후에 다시 돌아와 다시 우리를 이끌어달라고. 저는 차마 그렇게 말하지 못하겠어요. 다시 고통 받으시라고 말하지 못하겠어요. 그가 다시 투사가 되겠다면, 정말 그렇게 해야겠다면, 그를 믿겠습니다. 그가 모든 걸 내려놓고 조용한 삶을 살겠다면, 잘 생각했다고 어깨를 두드리겠습니다. 누구도 조국과 조국 가족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으니까요.


이 글은 조국 의원에게 정계 은퇴를 권하거나, 어떤 정치적인 주장을 하고자 하는 글도 아닙니다. 패배주의를 조장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어떤 사람들에게 연민 밖에 드릴 것이 없어서, 어딘가에라도 하소연하고 싶어서 다 늙은 아재가 대낮에 눈물 콧물 흘리며 올리는 감상일 뿐입니다. 이 글 가지고 제게 싸우자고 덤비지 말아주세요. 저도 지금 너무 아픕니다.

댓글 5 / 1 페이지

BlueX님의 댓글

작성자 BlueX (106.♡.128.58)
작성일 16:10
제가 국과수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동물원님의 댓글

작성자 동물원 (106.♡.130.88)
작성일 16:18
평소 눈팅만하다 너무 공감되는 글이라 로그인하고 댓글 답니다 저도 기억합니다 '강기훈'이라는 이름과 김지하의 글까지..

시커먼사각님의 댓글

작성자 시커먼사각 (49.♡.218.16)
작성일 16:18
강기훈씨가 그가 무죄판결을 받기 전 어렵게 투병 중일 당시 개인적으로 만났던 적이 있습니다. 차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더군요. 후........
끝까지 그 누구도 되돌아보지 않은 그의 고통은.... 후...................

수육백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수육백반 (106.♡.194.226)
작성일 16:20
그들은 알고있죠 그들 누구도 책임 지지 않아도 된다는걸.

DAVICHI님의 댓글

작성자 DAVICHI (1.♡.82.118)
작성일 16:39
유서대필때문에 방송국에서 일본필적감정사 찾아가서 물어보니  국과수와 반대의견을 보여준게 기억나네요...
몇년후 인가 국가수 감정위원이 토지사기단에 연루되어 뉴스에 나온걸 봤습니다.그사람이 필적감정한사람인지는 모르지만
신뢰를 잃게 만들었다고 봅니다.
91 랜덤 럭키포인트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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