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과 너무 멀어지는 것 같아 힘이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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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넋두리입니다.. 너무 답답하고 어디 터 놓을 곳이 없어 여기 글이라도 써봅니다..
서명 글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전 크리스쳔입니다. 그냥저냥 교회만 다니는 교인이 아니라 아버지는 목사님(이미 몇 해 전 은퇴하셨지만) 이시고 본가 친척 모두 다른사람들 보기에 모두 ‘독실’하다고 생각되는 골수 보수 기독교 집안입니다. 부산이고요. 친척 어르신 중에 일부 몇몇 분은 태극기집회에 나가시는 분도 계시지요. 그래도 처음에는 나랑 정치적인 성향이 그냥 조금 다르겠거니 생각하고 최대한 접촉을 피한 채 그냥 지내고 있었습니다.
12.3내란 사건이 터지고 너무 화가나고 답답하고 다모앙에 글 몇자 쓰는걸로 답답한 마음을 풀어보려고 하고 최대한 가족들과는 관련된 걸로 대화는 피해보려고 했습니다.
저에겐 3살 차이 나는 형이 있습니다. 제가 내일 모레 40이니 형님도 아직 40대 초반인 젊은분이죠. 근데 내란 사태 이후 형님이 크게 각성을 했는지, 연일 페북에 글들을 올립니다. 주로 반공에 대한, 밑도끝도 없는 문재인 이재명 공산주의자 같은 글을 올리며 자기는 계엄보다 문재인 시절 종북 공산화 같은 상황이 더 걱정이 되었었다며 그런 글들을 올립니다. 보는게 너무 괴롭고 힘듭니다.
우리 집안에서 저만 외계인인것 같습니다. 분명 같은 신앙을 가지고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극과 극의 다른 결론을 가지고 그것이 절대진리 인 것 마냥 추종하는 모습에서 사상이 무엇인지, 신앙이 무엇인지,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계속 고민하고 좌절하게 됩니다..
한 달 전 쯤 이었나, 아버지와 통화하는 과정에서 저의 낙담한 말투에서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신건지 며칠 뒤 저희집에 오셔서 아버지랑 저랑 단 둘이서 잠깐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때 최대한 침착하게 열을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제 생각을 말씀 드린 적 있었습니다.
나는 이러이러한 이유로 인해 이 정부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고, 그 근간은 신앙적인 부분이다. 성경에서 말하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살아가는데 지금의 현실은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왜 아버지를 비롯해서 우리 가족들은 같은 신앙관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것이 종국에 이르러서는 다른 정치관으로 나타나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다..
아버지께서는 별 말씀 없이 듣기만 하셨습니다.
이번 내란 사태 이후 저랑 우리식구는 여의도에도 다녀오고 이 사태의 끝은 윤석열의 탄핵과 구속으로 끝나야 한 다는 것을 드러나게, 드러나지 않게 표시했습니다. 그런데 형님이 페북에 쓰는 글들, 알고보니 형님은 최근에 광화문 태극기 집회에도 참석했었다고 하네요.
어제, 부모님이 저희 집에 간만에 방문하셨습니다. 길고 깊게 표현하시진 않았지만 많은 걱정을 하시는게 느껴졌습니다. 당신께서는 고작 아들 둘을 가지고 계시지만 한 아들은 여의도에 다녀오고 한 아들은 광화문을 다녀오고 그러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로써 마음이 편치않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대략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지 알 것 같아 더 이상 깊은 대화로 가지는 않았지만, 저 또한 많이 괴롭습니다. 저에게 있어서는 기독교 신앙이라는 것이 단순한 종교의 의미를 넘어 가족, 신념, 정치관 모두 이어지는 그러한 것이거든요. 그런데 그게 가장 가까운 가족 특히 형님이라는 존재와 부딪히다 보니, 아.. 참 이게 어렵네요.
형님을 마주보고 대화할 자신이 없습니다. 스몰토크라고 해도요. 근원적으로 나랑 이렇게나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어디서부터 어떻게 대화를 이어나가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나와 어느정도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 다모앙회원들이 합심해서 기독교를 까달라, 우리 가족들을 욕해달라 그런걸 바라는것은 아닙니다. 그러면 저는 정말 괴롭습니다. 그냥 이 답답한 감정의 골을 어떻게 풀어야 하나 터놓을 곳이 없어 문자화해 보고자 하는 것 뿐입니다..
이 사태의 결론이 좋고 희망적인 것으로 끝나기를 바라지만, 어떻게 끝날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 결론으로 인해 우리 가족과 특히 형님과의 관계가 돌이킬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는 것은 아닌지 두렵고 겁이 나는게 사실입니다..
주말 동안 부모님이 오시고 그러면서 뉴스도 안보고 커뮤니티도 안하고 그랬었는데 남태령에서 큰 일이 있었네요. 승리의 환호성도 있었지만.. 저는 참.. 복잡하네요. 뭐라 딱 집어서 말을 할 수 없는 답답함이 점점 커져만 가는 것 같습니다..
그냥 넋두리였습니다..
IRONxSTAR님의 댓글
졸린눈고양이님의 댓글
가까운 가족이 저쪽 성향인 경우 대화도 안되고 말도 안통하고 서로 기분만 상하고
저도 돌아가신 아버지와 홀로남은 어머니가 그러셔서 집에서 참 괴로웠습니다.
논리와 감정으로 설득하려고 해도 전혀 먹히지 않더라구요.
우주난민님의 댓글
엘사님의 댓글
서로 완충지대 두시고 적당한 스몰토크 하셔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 가족이잖아요.
현이이이님의 댓글
가족들과 같은이유로 지옥과 같은 시간을 보냈고 보내서 공감이 갑니다
그런데도 세상은 왜 이리 아름다울까요. 이 부조리한 모순은 뭘까요. 집회에 주님과 같은분들 다들 너무 감사합니다
PWL⠀님의 댓글
FV4030님의 댓글
에스까르고님의 댓글
저도 존경하는 제 아버지가 정치적으로는 저와 정반대의 지향을 가지고 있음에 절망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요.
사람은 누구나 한계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아버지에게는 아버지의 한계가 있고, 저에게는 저만의 한계도 있고, 뭐 그런 것 아니겠느냐 생각합니다.
물론 이렇게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집에서 어머니와 저는 편하게 정치적인 발언을 하지만 아버지는 가만 계시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말씀드렸다시피 사람이 다른 사람의 정치적인 성향을 바꾸기란 대단히 어렵습니다.
어느 정도는 포기해야 하지 않느냐 생각하기도 해요.
별도의 글로 쓸까 했던 얘기, 그냥 여기 댓글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2020년 여름 이후 신앙을 버렸습니다.
다만 가족행사로 1주일에 1회 교회에 출석은 합니다.
어제는 제가 가지 않아도 되는 날이어서 가지 않았는데, 어머니께 전해듣자 하니
(부산의 대형교회) 목사가 설교 중에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그동안은 발언을 자제해 왔는데, 이제는 정치적인 발언을 해야 이런 사람이 당선되는 걸 막을 수 있겠다"는 요지였다지요.
언뜻 듣기는 괜찮아 보이지만 그간의 맥락을 보면 전혀 아닙니다.
이 목사 양반은 그동안 은근슬쩍 정치적인 발언을 설교시간에 늘 해왔습니다.
대형교회 목사고, 방송물도 적당히 먹었기 때문에 '선'을 교묘하게 밟고 왔다갔다 했을 뿐이지요.
지난 대선 때 이재명 대표가 인사하러 온다고 했다가 결국 무산되기도 했고,
전 법사위원장 김**의원 초청으로 국회에 갔다 왔다며 칭찬을 어마어마하게 했으며
올 한해동안 역점을 둔 사업만 봐도 영화 '건국전쟁' 홍보에 한국전쟁 중 개신교인의 에피소드를 오페라로 만들어 공연했고
전한길과 메가스터디 손주은의 간증을 하게 해놓고 숱하게 칭찬했으며(손주은 사건 터지고는 조용하더만요)
그래놓고 이제와서 정치적 발언을 대놓고 하겠다는 얘기를 하는 거죠.
저는 그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왜 예수도 하지 않은 정치적 발언을 그렇게 하려고 하는가, 교단 내의 일에나 집중하라.
그래서 전광훈은 과연 이단인가 아닌가.
그렇게 칭찬하다가 2020년 이후로 입 싹 닫으면 그만인가.' 라고요.
내란을 내란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내각이 내란 동조범이듯
유일신을 죽일 수 있다고 말하는 전광훈을 이단이라고 적시하지 못하는 개신교단 역시 그 동조세력입니다.
sCloud님의 댓글
그 이후로 가족끼리 심각해질 수 있는 정치얘긴 피합니다.
맘 차분히 가지세요.
meteoros님의 댓글
저도 기독교 맹렬 신자였는데 제 나름대로의 오랜 연구와 고민 끝에 종교에 대해 결론을 내리고 오래 전에 그만 뒀습니다.
그러면서 멀어질 가족들은 알아서 멀어지게 되더군요. 이게 정치적 스탠스가 별개가 아니고... 사람에게 있어서 삶을 대하는 근본적인 방식의 차이라서 결국에는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가족의 의미는 씨족기반의 과거 개념에서 현대에 많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가능한 것 같습니다. 바뀐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 받아 들이시고 그에 따른 변화도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됐다는 걸 깨닳아야 한다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류겐님의 댓글
종교, 정치가 아니어도 대화가 잘 안되었는데 정치까지 너무 다르니 진짜 말하는 것부터 어색해지더라구요. 교회도 어린 시절부터 다니던 교회 떠나서 억지로 부모님 다니는 교회로 옮겼다가 이제는 그마저도 아예 나가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개신교에 대한 회의가 매우 짙어졌거든요. 신앙을 포기하고 싶은 건 아닌데 교회의 모습, 교단은 너무 싫습니다.
저 같은 사람들을 가나안 교인들이라고 하던데.. 정말 잘 맞는 단어 같아요. 지금 개신교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라고 봅니다. 이미 정치, 돈과 너무 얽혀 있어서 벗어날 수가 없죠. 예수께서 나를 따르려면 다 버릴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과연 그걸 제대로 지키는 종교 지도자가 몇이나 있습니까? 소돔과 고모라 때처럼 진짜 의인 단 1명이라도 있다면... 하는게 지금 한국 개신교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답답하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그 오랜 광야 생활을 했던 가나안 때처럼 돌아갈 곳을 찾을거라는 희망 아닌 희망을 안고 살아갑니다.
아들낳은중전님의 댓글
부모님 두분 다 전라도에서 나고 자라셨고 심지어 아버지는 캐나다에서 침례교 신학대학원의 석사과정도 하셨는데 어떻게 생각이 이렇게 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부족한 사람이라 차분히 대화는 할줄 몰라서 박근혜 때 대판 싸우고 그뒤로는 정치 얘기는 한마디도 안합니다...
제 생각에는 민주당에서 성소수자를 지지한다는 이유 하나로 절대악 삼는 것 같은데 너무 답답해요;;
말로 설득될 분들은 아니고 해서 뭐 이것도 다 결국에는 선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고 최대한 맘 비우고 살려고 노력합니다.
peress님의 댓글
그럴 때는 큰집 형들하고 다 같이 힘을 합쳐 계속 큰 목소리 내면서 싸웁니다. 싸우면 어른들은 논리에서 밀리죠.
형님은 경우가 좀 다르겠지만 계속해서 큰 목소리 낼 수 밖에 없습니다. 아니면 평생 짊어지고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밝은계절님의 댓글
이웃을 사랑하지 아니하고 거짓으로 증언하지 말라는 예수님과 성경의 말씀을 무시하는 개신교의 행태를 보면 참으로 거짓 선지자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이러한것이 과연 신천지와 다를바가 무엇입니까
whodadak님의 댓글
결국 가족이라는 이름의 타인이라고 생각하시고, 그냥 본인이 맘편히 지내시는게 더 나은 길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