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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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고를 대하는 사람들의 반응 중에 일부 아쉬움이 있어서 글을 적습니다.
안전과 관련된 업무를 하면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기도 한데요... 무슨 일만 생기면 안전하게 만들었다면서, 안전 관리한다면서 왜 사고가 생기냐고 합니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안전은 없습니다.
집을 10미터가 넘는 두께의 콘크리트로 지으면 안전할까요? 1미터짜리 운석이 그위로 떨어지면 박살나는데요?
이러면 반응이 다들 그러죠. 운석이 집에 떨어질 일이 어디 있다구요?
이게 현재 안전관리 원칙입니다. 무한히 안전함을 추구하려면 무한한 돈과 자원이 소모됩니다.
그래서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최대의 안전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객기는 10^(-9) 비행시간 동안 1번의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하구요. 작은 비행기들은 10^(‐6~7) 정도로 설계합니다.
공항시설기준은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유사한 경험적인 사고율을 가지고 기준을 만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사고가 났으니 누군가 책임져야지라고 생각할 게 아니라.. 지켜야될 기준을 안 지켜서 사고가 난건지, 지켜아 할 건 다 지켰는데도 사고가 난 것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할 책임을 다 한 사람에게 '그래도 사고났으니 책임져!'라고 말한다면 누가 안전 관리자를 하고 누가 조종사를 하고 싶겠어요.
그나마 항공업계는 ICAO의 지침에 따라서 움직이기에 할 책임을 다 했으면 징계를 하지 않습니다.(아닌 곳도 있겠지만...ㅜㅜ) 그래서 사고조사를 정말 면밀하게 합니다. 어떻게든 증거를 찾아내서 사고원인을 밝힙니다.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던 일을 다루는 거니까요.
사람이 문제가 아니었다면 그다음은 안전기준이 적합했는지를 확인합니다. 안전기준을 상향시키는데 사람들이 공감해 준다면 비용을 감수하고 기준을 높입니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 그 기준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고 말하면서요.
시간이 없어 정리 못하고 두서 없이 적었는데... 안전을 이해하는 분들이 조금이나마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finalsky님의 댓글의 댓글
팡파파팡님의 댓글의 댓글
그만큼 현재 여러 면에서 객관적으로 진상 조사에 임하려는 중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원래 항공기 사고는 진상 규명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조속히 결론 내버리고 치워 버리는게 아니라
남겨진 유족들이 좀 더 많은 위로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큽니다
finalsky님의 댓글의 댓글
팡파파팡님의 댓글의 댓글
그래도 여러 시민분들이 직접 무안까지 달려가셔서 도움 주시는 모습 보면서
저 또한 많은 위안을 얻었어요. 제가 감히 유족의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없겠지만... 마음의 안정을 되찾기를 멀리서 바라고자 합니다
DRJang님의 댓글
비행기를 더 튼튼하게 만들지 못하는 것도, 다른 이동수단에서 가능한 안전장치를 더 하지 못하는것들도 상당수가 잘 나는데 문제가 커지기 때문이죠.
비상시에 벌어지는 일도 같이 신경쓰면서 설계하고 대응하면 좋겠지만 그로 인해서 나는데 문제가 생기고, 이착륙에 문제가 생긴다면 결과적으로 사고율이 올라가니까요.
그래서 단편적으로 판단하고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 하기가 어렵죠.
팡파파팡님의 댓글의 댓글
근데 그걸 내릴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지 아니었을까? 라는 전문가 개인 의견이 있었어요.
비상 상황에서 19개의 절차가 있는데, 아주 위급한 상황에서는 프로토콜을 건너 뛰어야 할 수도 있다고
- 정확한 숫자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제가 종사자는 아니어서요
그래서 1, 2, 3, 이렇게 가는게 아니라 1에서 19로 바로 가야만 할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하시더군요
finalsky님의 댓글의 댓글
하지만 동체착륙 사고들을 보면 생각보다는 자주 있습니다. 그래서 동체착륙 절차가 메뉴얼에 있는 거구요.
이번 사고의 핵심은 동체 착륙이 아닙니다. 왜 활주로 중간에 내려야 할 정도로 급하게 착륙을 하게되었는지가 핵심입니다. 그건 사고조사에서 밝혀지겠죠.
DRJang님의 댓글의 댓글
날고 있는 상황이었다보니 당연히 비행기가 잘날도록 설계한 그 의도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었다면, 랜딩기어도 더 많이 확인하고 대응할 시간도 있었을거고요.
활주로에도 미리 좀 동체 착륙을 대비할 여러 조치를 할 수 있었을거고요.
잘 날아주기만 했다면 다른 요소가 어떻게 되었건 인명피해를 줄일 방법, 더 나은 방향을 찾을 시간이 있었을텐데...
그래서 지금 사고에서 핵심은 결국 왜 잘 날지 못했는가 인거죠..
@finalsky 님이 말씀하신것처럼요.
해방두텁바위님의 댓글
"아무리 큰 비가 와도 절대 물이 차지 않게 만들라고 하면 그렇게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수십년에 한번 내리는 큰 비에 '완벽히' 대응하기 위해 거액의 예산을 쏟아붓는 건 낭비다. 항상 100퍼센트 완벽한 행정은 매우 예산 비효율적인 행정이다. 하지만 언론들이 그걸 자꾸 뭐라고 하면 돈을 거기에 퍼부어야 한다. 그게 잘하는 일인가"
팡파파팡님의 댓글
다른 것보다 유족들 두 번 죽이는 일만 안 일어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