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왜 그 모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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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내란 계엄령 이후 대법원의 행보는 의뭉스럽기 그지없습니다. 현역 판사를 체포하려했다는 소식도, 현임 대법원 판사이자 선관위원장을 잡아서 고문하려 했다는 정황이 흘러나와도 이에 대한 성명조차도 없습니다. 사법부가 법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것과 위헌적 상황에 대해서 강력한 입장을 발표하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는 제가 알기로 12.3 내란에 대해 명확한 입장(계엄을 규탄하거나 위헌적 내란임을 지적하는 등)을 밝힌 바가 없습니다.
그리고 오늘 찾아본 신년사를 보니 기가 막힌 부분이 있습니다. 아래 링크의 법률신문에 나온 '기관장 신년사'에서 대법원장의 신년사는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연말 계엄과 탄핵 사태로 인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였습니다."
평시 상황이라면 매우 드라이한 중립적 진술로 보이겠습니다만, 이 진술은 계엄과 탄핵을 병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서 이 병치된 두 사건으로 인해 혼란의 소용돌이가 발생한 것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매우 교묘하고 의도적인 문장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신년사 전문에서는 전반적으로 건조한 어투로 중립적입니다만, "법치주의"를 말하면서 이 법치주의에 깽판을 치고 헌법을 파괴하려 했던 행위(계엄)와 헌법을 수호하고 대한민국을 지켜낸 행위(탄핵)를 동일 선상에 놓은 것은 의도적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이전에 대법원에서 계엄/내란에 대해 강력한 입장문을 밝혔거나 이를 규탄하는 전적이 있었다면 다르게 읽을 수도 있지만, 정중동을 하지 말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정중동을 하고 있는 그들의 행태를 보자니, 이런 문장은 매우 거슬릴 수 밖에 없습니다. 굳이 해당 문장을 고쳐보자면 이런 식으로 바꿀 수 있을 겁니다.
"지난 해 우리나라는 연말 계엄으로 초래된 혼란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 있습니다."
윤씨를 탄핵했던 것은 앞서 쓴 바와 같이 혼란을 바로 잡으려 하는 정치적 행위였던 만큼 '혼란' 초래의 주체에 대한 진술이 빠지는게 옳습니다. 굳이 '엄중한 중립'의 스탠스를 지켜서 민주당 쪽으로 기울어진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다면, 위와 같이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대법원장의 신년사는 (내란도 아니고) '계엄'과 '탄핵'을 병치시켜 두 행위가 동일한 가치를 지닌 것처럼, 작금의 혼란이 두 행위로 인해 발생한 것처럼 만들고 있습니다.
교묘한 중립은 이런 가면을 쓰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지금이라도 헌법을 유린했던 위헌적 내란과 계엄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법치주의를 지키는 사법부로서의 명예를 회복하고자 해야 할 겁니다. 그런데 그들이 과연 그럴까요? 아닐 겁니다.
사족: 아마 대법원은 지금쯤 매우 기분이 안 좋을 겁니다. 본인들은 헌재보다 위에 있는 상위기관이라고 생각할 건데, 대통령 탄핵이 발생하면 늘 사법부의 중심은 헌재로 옮겨집니다. 이런 것 때문에 박근혜 정부 시절 상고법원을 별도로 신설하고 사법부 위의 사법부로 있고 싶었는데 실패했었죠. 그 이후 다시 발생한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마치 사법부의 중심이 헌재인 것처럼 돌아가는 현재의 형세가 매우 기분 나쁠 겁니다. 그래서 내란과 계엄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과객님의 댓글
염장마왕님의 댓글
지금의 3심을 대법원이 하고 대법관 정수가 14명으로 고정인데 행정처장이랑 대법원장 제외하면 12명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상고까지 오는 사건의 수가 폭증하다보니 재판 지연현상때문에 일반사건(?)의 3심을 처리할 상고법원을 따로둬 상고법원에서 처리하자는 내용입니다.
sooo님의 댓글
대법원장이 법관들 인사를 하구요..
국민을 말을 안들으면 다음 선거에서 탈락 시킬수 있으니... 주구장창...못해먹고... 권력에 기대 못햐처먹게요..
검사장도 투표로...
미피키티님의 댓글
판사는 모두 AI로 대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사리사욕의 사악함 보다 차라리 AI가 낫습니다).
※ 언론개혁/검찰개혁/사법개혁/의료개혁/군사개혁 5대 개혁 반드시 필요합니다.
시커먼사각님의 댓글
이렇게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