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지금 그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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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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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엄동설한인데 재외국민인 나는 따뜻한 동네에서 페북에 글을 올리니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다른 나라에서는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을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을까?
한마디로 첨부한 BBC 기사 헤드라인과 일치한다.
'도대체 탄핵당한 대통령의 체포가 왜 이렇게 어려운가?'(Why is it so hard to arrest South Korea's impeached president?)
주요 외신이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오늘 동남아의 주요 영자 매체를 모니터링했는데 독자 취재를 하지 않고 주요 외신 기사를 전재하다 보니 같은 질문이 동남아에도 확산하는 모양새다.
도대체 왜 윤석열을 잡아넣지 못하는가?
대통령이 어째서 탄핵당했고 어떤 정치적 논란이 있는지 몰라서 하는 질문이 아니다.
구체적으로는 '민주화의 모범생인 한국의 민주주의 시스템이 왜 작동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이다.
외부에서 보는 한국은 개도국 민주주의 성공 사례였다. 아시아권 국가에서 시민혁명에 준하는 반 정부 시위가 벌어질 때면 한국의 민주화 운동이 거둔 성과가 자주 언급되고는 했다.
법치주의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룬다. 국가 권력은 법에 의해 제한되고 통제되어야 한다. 그 법치주의 시스템이 오작동, 미작동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외신이 우리에게 그런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밖에서는 내란죄를 둘러싼 법적, 사회적, 정치적 논란에는 크게 주목하지 않는다. 향후 헌재에서 판가름이 날 것이기 때문이다.
주목하는 것은 현직 대통령이 헌법에 규정된 내란의 죄를 저지른 것이 명백한 데도 왜 법률에 따라 '구속'되지 않느냐다.
우리가 많은 희생을 치르며 이룩한 민주화 운동의 성과에 외부 세계가 의문을 표하는 상황임을 알아야 한다.
2021년 1월 6일에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 의회에 난입해서 일시적으로 점거하는 일이 벌어졌다.
의사당 내부로 난입한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아시는가?
1,230명이 연방 범죄 혐의로 기소되었고, 그 중 900명 이상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563명이 징역형에 처해져 기소된 사람의 거의 반이 복역 중이다.
특히 의회 난입을 배후 조종한 극우단체 '프라우드 보이스'의 리더 헨리 '엔리케' 타리오는 22년 형을 선고받았다.
미 의사당 폭동은 미국 사회에 누적된 이념적 갈등이 현실에서 터져 나온 사건이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의사당 폭동을 두고 미국 사회 국론분열의 원인과 결과를 꼼꼼히 따져보나?
미국 민주주의의 큰 오점을 남긴 의회 폭동에 대해 엄정한 사법 처리가 이뤄져서 미국의 사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만 기억한다.
만약 의회 침입자들이 경범죄로 다뤄지고, 주동자들은 받으나 마나한 처벌을 받았다면 우리는 미국의 사법 시스템을 어떻게 평가할까? 미국의 민주주의에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다. 관저에 틀어박혀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윤석열을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받은 공수처와 경찰이 끝내 체포하지 못한다면 외부 세계에 한국 사회의 사법 시스템이 완전히 망가졌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
뭐든 쌓아올리는데는 오랜 세월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우리 사회가 지금 그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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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팡핑요님의 댓글
blowtorch님의 댓글
내란수괴 尹의 처결여부가 현 시국 '대한민국 최대의 불확실성'이에요.
여기에 눈을 감고 골백번 경제타령을 한들 해외에서는 납득 못 합니다.
명탐정코란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