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사회 암세포가 결집을 하려는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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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다시피 우리 민주공화정의 위기는 이미 박근혜 탄핵 때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설마 이런 일이 벌어지겠냐며 애써 그 위기를 무시한 게 사실입니다. 촛불집회로 뒤집어졌으니 이제는 이에 도전할 작자들이 없어질 거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건 우리의 안일한 생각이었죠. 지난 탄핵과 문재인 정부 시절, 서북청년단이 나타났고, 드루킹으로 애꿎은 김경수 지사만 잡혀갈 때에 명태균 같은 게 설치기 시작했으며, 야당정치인에 대한 테러 활동으로 그 많던 차세대 민주 지도자들이 하나 둘씩 제거되고 이재명 대표는 암살 미수를 겪어야 했습니다. 이전 탄핵 때는 계획만 있었던 불법 계엄도 실제로 벌어졌고, 이제는 극우 백골단까지 조직되고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이렇게 된 걸까요. 저는 이게 우리가 제대로 조직화되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조직이 아니고 자발적인 존재라는 것을 강조한 나머지, 촛불집회에 나선 이들의 의견을 모으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게 조직화되지 못한 점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속적인 갈라치기 시도가 먹혀들어갔고, 그 갈등 속에서 촛불집회 당시의 기억들은 몇 년 안 가서 사라져버렸습니다.
또 아쉬웠던 것은 탄핵 이후 시대를 맞이하여 여러 세미나와 공청회가 열렸지만, 이게 제대로 종합되지도, 정책에 반영되지도 못했다는 점입니다. 결국 대부분이 묻혀버렸고, 반대로 반민주주의 오물 지식인들이 모여서 민주정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부패한 이념놀이를 시작했죠. 그 결과물이 '조국흑서' 같은 겁니다.
결국 우리는 많은 것을 잃어버렸고, 심연 속에서 이승만-군부독재정권의 망령이 실체화되는 것을 방치했습니다. 그래서 더 최악의 상황을 목도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지난 촛불집회가 헛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집회는 발전하였고, 더 유연하고 더 잘 연대된 시위대를 구성하게 되었으며, 더 자발적이고 아낌없는 지원이 선결제 등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지난 탄핵에서처럼 조직화를 외면하고, 기억을 정리하여 민주적 전통으로 이어 나가지 않으면, 그리고 견고한 시민사회를 형성하지 않는다면, 다시 우리는 뿔뿔히 흩어지고 민주주의의 기둥들은 각개격파될 것입니다. 특히 이미 민주공화국의 적은 여전히 존재하며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오물 지식인, 백골단, 서북청년단들은 여전히 있으며 언론/검찰/관료들은 여전히 이들을 수족으로 삼아 역습을 노릴 것입니다.
이런 작자들은 결코 법적으로만 제어될 수 없습니다. 꾸준한 기억과 성취물들을 정리하고, 우리가 추구하는 소망을 모으며, 이를 전통으로 하고 가르치면서 견고한 시민사회를 만들 때에만, 겨우 겨우 극복이 가능하게 됩니다. 그러니깐, 멧돼지를 당장 포박하고 심판해야 하는 동시에, 견고한 민주주의의 텃밭과 요새를 세워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난 탄핵 때의 실수를 더 이상 반복하지 않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글을 마치며 타오르는 목마름으로 다시 한번 외칩니다.
대한 민주공화국이여 영원하라!
파키케팔로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