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박연폭포>의 감동 포인트, 극적인 단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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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diynbetterlife 59.♡.103.12
작성일 2025.01.1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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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입니다.

글쓴이: 정병모 미술사학자





정선 <박연폭포>의 감동 포인트, 극적인 단순화

얼마 전 내 노트북의 배경으로 정선의 <박연폭포>를 깔아놓았다. 매일 들여다보니, 감동의 포인트가 무엇인지 서서히 눈에 잡힌다. 그는 실제 경치를 보고 그리는 사실주의적 태도를 견지했지만, 단순하게 사실적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극적으로 연출한 것이다. 보이는 것과 보여주고 싶은 것의 접점을 탁월하게 잡아낸 작품이다.

정선의 <박연폭포>에서 느끼는 감동 포인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극적인 연출이다. 박연폭포를 찾아가는데 계곡을 돌아서다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감동의 순간’을 극적으로 포착했다. 정지된 모습이 아니라 진행 과정 중 스팟이다. 오른쪽 절벽이 왼쪽 절벽보다 많이 표현된 것으로 보아 오른쪽에서 들어간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가운데 그림 속 정선 일행은 범사정이란 정자 앞에서 바라보는 모습으로 나타냈다. 두 시점의 중첩이다.

다른 하나는 단순화의 표현이다. 양쪽 절벽은 세세하게 그렸지만, 정작 주인공인 박연폭포는 기하학적으로 단순하게 나타냈다. 보통 박연폭포는 세세하고 주변은 단순하게 처리했을 것 같은데, 정선은 반대의 접근방식을 선택했다. 폭포 위 도암이란 바위에서 아래 고모담에 있는 용두까지 떨어지는 세찬 물줄기를 개념적이면서 생동감있게 그렸다. 우리가 정선의 박연폭포를 보고 감동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역발상의 표현에 있다. 극적인 단순화다.

18세기 정선과 김홍도가 있기에 조선의 화단은 즐겁고 풍요롭다. 두 화가의 공통점은 실제 자연과 생활 속에서 새로운 화풍을 창안한 점에 있다. 그동안 화보나 중국 그림에서 그림을 그려내는 데에는 아무리 천재성을 지니고 있더라도 제한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살아있는 현장은 상상력의 무한한 원천이다. 같은 자연을 그리더라도, 정선은 강렬하고 명료하게 표현했다면, 김홍도는 세련되고 율동감있게 풀어갔다. 표현적 사실주의와 감성적 사실주의의 대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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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박연폭포를 바탕화면에 깔아봤습니다.
생각보다 괜찮은데요? :)


https://www.youtube.com/watch?v=mPZb1KZ5sbY

댓글 1 / 1 페이지

트라팔가야님의 댓글

작성자 트라팔가야 (58.♡.217.6)
작성일 어제 18:55
조선의 칸딘스키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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