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남발하지 맙시다 (어느 미술 전시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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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WL⠀

작성일
2025.02.02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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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서울 국립 현대미술관 서울관에 다녀왔습니다. 다른 전시는 다 제 취향과 거리가 먼데 이강소라는 작가의 전시회만 마음에 들더군요. 아마도 모니터 화면이나 VR 체험 방식이 아니라 그랬을겁니다. 시대가 변하면 예술도 그 변화를 반영하기 마련이지만 이런식의 매체는 기존의 작품처럼 한 순간에 반하게 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 전시회에 나온 작품도 괜찮았지만 작품 설명글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요새 미술전시회에 등장하는 글은 대부분 비문 투성이입니다. 글을 읽어도 어법상, 논리상 말이 안 되는게 너무 많아요. 한숨만 나올 지경입니다. 그런데 이 전시회에 등장한 설명은 그나마 미간을 찌뿌리지 않고도 어느정도 이해가 가능한, 비교적 평이한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작가를 소개하는 글을 읽다가 저 b를 발견하게 되었죠.
그냥 괄호에 1943이라고 쓰면 보통 당연히 1943년생이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1943년생이라고 써도 될텐데 굳이 b.1943을 쓰는 것은 도대체 뭘까요? born in을 줄인 것이겠죠? 왜 자꾸 영어나 로마자를 디자인 요소로만 인식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 b. 용법은 처음 보는지라 읽자마자 헛웃음만 나오더라구요.
그래도 전시는 좋았던지라 이 전시회는 한번 더 보고 나왔습니다. 전시회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담긴 블로그 글 주소를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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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9
/ 1 페이지
인생은타이밍이지님의 댓글
작성자
인생은타이밍이지

작성일
02.02 10:59
굳이 저걸 born 을 썼어야 했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 1943 출생 이렇게 해도 어차피 한글자 더 들어가는 건데 ㅋㅋㅋ
은비령님의 댓글
작성자
은비령

작성일
02.02 11:00
소옹, 청야음 같은것도 굳이 한자 병기 해주면서 b.1943은 웃기네요. ㅎㅎ
1943년생 이라고 써도 그리 길지 않은데 말이죠.
1943년생 이라고 써도 그리 길지 않은데 말이죠.
Container님의 댓글
작성자
Container

작성일
02.02 11:02
아.. 미술 전시회 설명글이 특히 더 그렇죠. 말씀하신대로 비문 투성이에 정체 불명의 영어식 표현까지 범벅이죠. 가끔 읽다보면 무식한 사람이 유식해 보이려고 억지스러운 만연체로 쓴 글 같아 오글거리도 하고요ㅜ
PWL⠀님의 댓글의 댓글
작성일
02.02 11:02
@Container님에게 답글
그냥 저는 작가 내지는 미술계의 수준이라고 봅니다. ㅡㅡ 이젠 불평하기도 지칠 지경이며 한 두명도 아니라서요.
Container님의 댓글의 댓글
작성일
02.02 11:09
@PWL⠀님에게 답글
넵.. 저는 요즘 일명 보그체 글을 만나면 카메라로 찍어서 텍스트로 변환한 다음에 AI에게 다듬어 달라고 한 다음에 읽어요. 근데 사실 이것도 귀찮네요 ㅜㅜ
PWL⠀님의 댓글의 댓글
작성일
02.02 11:15
@Container님에게 답글
그걸 AI가 도와줄 수 있을거라고는 상상도 못해봤습니다 ㅎㅎ
며칠전에는 제가 작품을 보러 미술관에 갔는지 글 읽다가 지적질하러 갔는지 헷갈릴 지경이었습니다.
며칠전에는 제가 작품을 보러 미술관에 갔는지 글 읽다가 지적질하러 갔는지 헷갈릴 지경이었습니다.
깨몽님의 댓글
작성자
깨몽

작성일
02.02 11:09
옛날에 양반들이, 평민들이 쓰는 말 대신 한자말을 읊고(우리말이 없어서 할 수 없이 한자말은 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봅니다.)
조선말 대신 배알도 없이 일본말을 찌끄리고
우리말 표현이 있음에도 굳이 영어나 서양말을 쓰는 것은 모두
'나는 특별한 존재야'라고 하는 특권 의식이고 차별 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쉬운 말을 쓰는 것이 민주주의고 인권이고 평등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선말 대신 배알도 없이 일본말을 찌끄리고
우리말 표현이 있음에도 굳이 영어나 서양말을 쓰는 것은 모두
'나는 특별한 존재야'라고 하는 특권 의식이고 차별 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쉬운 말을 쓰는 것이 민주주의고 인권이고 평등이라고 생각합니다.
PWL⠀님의 댓글의 댓글
작성일
02.02 11:13
@깨몽님에게 답글
전체적으로 저 전시관에 게시된 글은 말씀하신 이상한 글보다는 훨씬 양호한 편이었습니다. 다만 저 b는 읽는 사람을 고려 안 해서 생긴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겉보기에도 딱 로마자 한 글자인데 너무 튀어서 말이죠.
깨몽님의 댓글의 댓글
작성일
02.02 11:24
@PWL⠀님에게 답글
예술계 쪽에서 저런 게 얼마나 관행화 되어 있나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게 아무런 의식없이 쓰이다가 일반화될까 걱정도 됩니다.
가장 흔하게 보는 보기로, 개업한 년도를 나타내는 'since', 손수 떠다 드시라는 뜻으로 쓰는 '셀프' 같은 게 있을 겁니다.
이미 너무 널리 쓰이다 보니 그 표현 자체가 마치 법칙처럼 쓰이는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표현도 차라리 숫자만 써도 사람들은 대충 태어난 년도인가 보다 하지 싶은데 왜 굳이 그렇게 한 것인지...
가장 흔하게 보는 보기로, 개업한 년도를 나타내는 'since', 손수 떠다 드시라는 뜻으로 쓰는 '셀프' 같은 게 있을 겁니다.
이미 너무 널리 쓰이다 보니 그 표현 자체가 마치 법칙처럼 쓰이는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표현도 차라리 숫자만 써도 사람들은 대충 태어난 년도인가 보다 하지 싶은데 왜 굳이 그렇게 한 것인지...
PWL⠀님의 댓글의 댓글
작성일
02.02 11:16
@magicdice님에게 답글
저 철자 딱 하나여서 보그인문‘체‘라고 하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다른 전시관에 있던 글들은 차마 못 읽을 수준이었어요.
PWL⠀님의 댓글의 댓글
작성일
02.02 11:28
@werebear님에게 답글
미술관에 가는거 좋아하는데 저렇게 쓰인 것은 처음 봤습니다. 아니면 그동안 미처 그런 것은 신경을 안 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까망꼬망님의 댓글의 댓글
작성일
02.02 11:29
@werebear님에게 답글
이전엔 딱히 본 기억이 없는데..최근에 쓰이는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다만 최근에 많이 쓰인다고 그게 맞다라고 하긴 좀 그렇지 않을까 싶네요
예전 한참 논란됐던 ~용 대신 통신쪽에서 ~향 쓰던 어법처럼요..
일본에선 되려 요즘 상대방이랑 계약할때 안쓰는데 어디선가부터 쓰기 시작했죠
전형적인 식민주의 사고방식 아닌가 싶더라구요.
다만 최근에 많이 쓰인다고 그게 맞다라고 하긴 좀 그렇지 않을까 싶네요
예전 한참 논란됐던 ~용 대신 통신쪽에서 ~향 쓰던 어법처럼요..
일본에선 되려 요즘 상대방이랑 계약할때 안쓰는데 어디선가부터 쓰기 시작했죠
전형적인 식민주의 사고방식 아닌가 싶더라구요.
PWL⠀님의 댓글의 댓글
작성일
02.02 11:48
@Cornerback님에게 답글
제발 좀 이중언어로 표기할거 아니면 한국어로 글 좀 제대로 쓰면 좋겠습니다. 특히 공공기관 문서나 간판은요.
PWL⠀님의 댓글의 댓글
작성일
02.02 16:34
@오사카님에게 답글
말씀 감사합니다. 학문서 등에 적용되는 출판지침에 b.가 출생년도를 뜻하는 약어라고는 나와있는데 이 규정 때문에 b.를 썼다면 사실 다른 약어도 써야 하거든요.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안내문에 굳이 저걸 쓰는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한국어는 한국어 답게 썼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글을 써보았습니다.
그냥 한국어는 한국어 답게 썼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글을 써보았습니다.
오사카님의 댓글의 댓글
작성일
02.02 16:38
@PWL⠀님에게 답글
이게 팜플렛도 공식 출판물의 하나라서 그렇습니다. 한국어를 한국어 답게 써야한다는 건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아마 관련하여 국현에서도 토의가 있긴 했을거에요. 비교적 외국기관과의 교류가 많아 영어표기를 더 사용하는 쪽으로 결론을 낸 것 같아 보입니다.
PWL⠀님의 댓글의 댓글
작성일
02.02 16:41
@오사카님에게 답글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쓴 사람 찾고 싶은 생각은 이제 없어졌는데 회의에 좀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ㅎ
오사카님의 댓글의 댓글
작성일
02.02 16:43
@PWL⠀님에게 답글
미술계에서도 탈식민주의는 자주 다뤄지는 분야라 무지해서 저렇게 한 것은 아닐거라는 것만 알아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ㅎㅎ 여러가지 고려했을거에요
오사카님의 댓글의 댓글
작성일
02.02 16:46
@PWL⠀님에게 답글
관련하여 실무자 인터뷰를 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지 않을까 싶어요ㅎㅎ 이수연 학예사님이 큐레이팅 하셨더라고요. 팜플렛에는 없는것 같아 알려드려요
PWL⠀님의 댓글의 댓글
작성일
02.02 16:53
@오사카님에게 답글
혹시 아시는 분이면 전시 잘 봤다고 말씀 전해주시겠어요? 작품 몇 개는 저희 집에 가져오고 싶었습니다 :-)
그리고 본문에도 썼듯이 글 설명이 이해하기 쉬워 좋았습니다. 잘 쓰인 글에 b. 가 나오니 너무 이질적으로 보였습니다. :-/
그리고 본문에도 썼듯이 글 설명이 이해하기 쉬워 좋았습니다. 잘 쓰인 글에 b. 가 나오니 너무 이질적으로 보였습니다. :-/
오사카님의 댓글의 댓글
작성일
02.02 16:41
@PWL⠀님에게 답글
쓴 사람에게 물어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아마 쓴 사람은 크게 할 말이 없을겁니다. 기관의 출판양식을 따라야하니까요.
someshine님의 댓글
작성자
someshine

작성일
02.02 17:19
저도 아직은 VR이나 시각적으로 인위적인 양방향 감상을 강요하는 전시보다는 기존의 방식이 더 안정감 있고 감상하기도 좋습니다.
표기 부분 오늘 하나 배웠네요 ㅎ
그래도 아파트 이름에 영어 쓰는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ㅋㅋㅋ 어질어질해요 지도 볼때마다
표기 부분 오늘 하나 배웠네요 ㅎ
그래도 아파트 이름에 영어 쓰는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ㅋㅋㅋ 어질어질해요 지도 볼때마다
PWL⠀님의 댓글의 댓글
작성일
02.02 17:23
@someshine님에게 답글
그 ‘강요한다는 느낌’이 저도 싫더라구요. 시각적 요소에 자극을 받고 싶은데 자꾸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생각해내야 해서 피곤해요. 어찌보면 융합예술인가봅니다 ㅡㅡ
셀빅아이님의 댓글
b라고 해서 BC인가? 라고 생각도 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