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은 가벼우면 가벼운대로 무거우면 무거운 대로 신경쓰이네요.
페이지 정보

본문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근무중입니다.
종종 글을 적었었고 또 소재야 항상 생기는 편인데 근무 시간이 바뀌다 보니 그 부분이 뭔가 좀 신경쓰이네요.
적응이 안됐다기엔 시간이 지났고 그냥 여가 시간이 좀 줄어든 느낌에 시간에 쫓기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가벼운 민원이라면 난방이 안나온다는 집에 방문해서 벽에 있는 이 버튼을 누르면 난방이 켜지는 겁니다. 라는 설명을 한다던가.
전기가 안된다는 집에 방문해서 떨어진 차단기를 올려주고 온다던가 하는 것 등등이 있겠습니다.
여기서 제가 말하는 종류의 민원은 전부 저희 업무가 아닌 부분입니다. 좀 강하게 말하면 그냥 갑질입니다. 물론 대부분 관리사무소에서 해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사람들 기분을 상하게 하면 솔직히 그냥 자리 날아가는 경우가 꽤 있으니까요.
이번 에피소드는 언젠가 글에 적었던 나이가 많으신 할머님인데 전화가 안오면 2~3달도 안오지만 자주 오면 일주일에 2~3번도 부르시는 분입니다.
내용도 당장 기억에 남는 거만... TV리모컨 건전지를 갈아들인다던가 TV 자동 채널 설정을 해드린다던가 방문이 잠겨서 젖가락을 눌러서 열어드린다던가
뭐 전등 교체나 가스렌지 위쪽 후드 커버가 떨어져서 끼워 드린다던가..
가끔씩은 해드리면서도 이런 부분으로 저희 부르시면 곤란합니다. 라고 말씀드리곤 해도 전혀 개의치 않으시고 부르시죠.
심지어 관리소에 민원 있으면 이거 다 안해주는게 맞긴 한데 그냥 가서 해줘. 평소에 이렇게 말하시고 또 사람들 평판에 신경쓰시는 제 윗분은 이 할머니는 너무한데.. 다음부터 전화오면 못해드린다고 해. 라고 할정도 분이십니다.
지난 주에 있던 일인데 나무 전지할 것이 있어 공구랑 이것저것 챙겨놓고 5분만 앉아있다가 나가자고 하고 앉아 있는데 민원 사항 올라오는 직원 단톡방에 그 할머님이 쓰러지셨다고 급히 와달라고 하는 민원이 왔습니다.
그 알람이 뜨고 워치로 알람을 확인 하자마자 평소 고등학교 친구들과 있을 때만 그것도 추임새랑 강조의 의미로만 욕을 하는 제 머리속에 "xx x됐다" 다섯 글자가 떠오르고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할머님집 현관에 도착은 했는데 문을 못열죠. 그 당연한 것도 생각을 못하고 응급차를 불러야하나 고민하면서 그냥 달렸습니다.
현관에서 두드리면서 할머님 괜찮으세요? 소리를 지르니 안에서 소리가 납니다.
소리를 치시는데 급한 느낌이 아니라 안들리는 사람에게 크게 소리치는 느낌입니다. 자세히 들어보니 전화로 하라는 군요. 전화로 현관 비밀 번호를 듣고 들어가니까 거실 쇼파에 누워계시다가 떨어지신 듯한 모습이었고 못움직이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날 들어서 쇼파에 뉘어놓고 그냥 가라는데 아무리 봐도 심각해서 이거 병원 가보셔야 될 것 같다고 몇 차례나 말씀드리는데도 죽어도 거부하시더군요.
와.... 진짜 마지막까지 억지로라도 전화해야하나 하다가 쇼파에 뉘어드리고 다시 몇 번이나 응급실에 가보셔야 할 것 같다고 하는데 죽어도 싫다고 하시네요.
솔직히 이정도로 거동이 불편하시면 혼자 사는게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자식들이 모시거나 시설에 거주하시게 하는 선택이 힘들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내막은 모르지만 바로 얼마전 방문했을때도 저희가 처리 못하는 부분이 있어 업체에 맡겨야 한다고 말씀드려도 이걸 내가 어떻게 하냐면서 업체 번호라도 알려달라고 하시는데
저희도 그게 불가능할뿐 더러 개인적으로 찾아서 업체 알려줬다가 곤란한 일 당한 적이 있다고 들은 이야기가 많아서 직접 알아보시거나 아드님이 전화해보시는게 나을 거라고 말씀드리니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울살아서 못온다고 해달라고 반복하시더군요.
오시는게 아니고 전화로만 업체에 전화해서 여기로 오시게 하는 것도 무척 싫어하셨습니다. 사이가 안좋으신건지 부담을 지게 하는 것 같아 싫으신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아드님에게 전화드리는걸 극도로 꺼리시더군요.
그렇다고 해도.. 제 입장에서는 노부모를 직접 모시거나 시설에 들어가시게 하거나 다른 방법을 찾는 선택이 어려우니 그냥 선택을 미루다가 곤란한 일이 생기면 그냥 관리소에 일을 떠넘긴다고 밖에 생각이 안듭니다.
물론 그분들이 곤란하면 관리소에 떠넘겨야지! 의도를 가지고 하신다고 생각은 안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단지내에 어떤 분은 치매셔서 본인 집이 고층에서 물건 집어 던집니다. 그것도 한두개가 아니라 그냥 지름 5m정도가 엉망이 될 정도로 몇 번을 집어 던지고 또 나오기만 하면 항상 뭔가를 들고 들어가셔서 택배나 마트에서 장본 물건들 도둑 맞았다고 경찰이 몇 번이나 와서 아들이 와서 변상해주고 물건 던지는건 창문에 조치를 취해달라고 저희가 몇 번이나 요청했지만 안하시다가 유리병이 사람 머리에 맞을 뻔한 일이 생기고 창에 못던지도록 조치를 취하셨죠.
또 어떤 분은 몇 달에 한번 밤 12시 ~ 1시 사이에 난 며느리고 저희 어머님이 집에 못들어 가고 있으니 가서 문 좀 열어달라고 하는 전화가 옵니다. 근데 몇 호 사시는지는 아는데 몇 동 사시는지도 모르고 1층에서 못들어가시는지 집 현관에서 못들어가시는지도 모르시죠.
밤에 여기저기를 찾아다녀서 들여보내 드리는 걸 반복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은 들여보내 드리고 며느리분이 항상 꼭 다시 전화달라고 하셔서 어머니 잘 들어가셨다고 전화 드리면서 다음부터는 무슨 조치를 좀 취해달라고 조심히 부탁드렸더니 "이런 일 몇 번 없었는데요?"라며 날카롭게 반응하시더군요.
이런 분들 특징은 반복된다는 겁니다. 몇 번이나 말하지만 그 선택이 어려운건 알고 있습니다만 이런 일이 한번 벌어지면 당장은 아니라도 좀 대처 방안을 고민해볼 법도 한데 그냥 방치상태로 같은 일을 반복하죠.
물론 여러모로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란 건 알고 있고 급한 일이면 업무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도와드리지만 반복되면 솔직히 저도 사람인지라 짜증이 나긴 합니다.
뭐 그 할머님도 그 일이 있고 몇 일정도는 별 일 없으시겠지 라고 걱정했지만 벌써 지난 주 일이니 큰일는 없으신 모양입니다만.... 역시나 반복될 거 같아 걱정 반 짜증 반이네요.
항상 글이 길어지는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늘색님의 댓글의 댓글
물론 내부적으론 고민이 많으실 수도 있지만 솔직히 그냥 고민만 하시면서 방치하시고 급한 일이 생기면 어쩔 수 없으니 떠넘기는 느낌을 버리기 힘드네요.
DJsera님의 댓글

1시간 이상 문앞에 서있거나 등등 어디 연락할 곳이 없어서 매번 괸리실에 연락하면 직원분이 오셔서 처리해 주셨는데
결국은 가족이 모시고 가셨어요
하늘색님의 댓글의 댓글
가사라님의 댓글

책임을 미루라는 말이 아니고 그 책임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맡기는게 맞다는거죠.
하늘색님의 댓글의 댓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려가면서 119에 연락을 해야하나 고민을 하는게 아니라 먼저 전화했어야 되지 않을까? 라는 고민도 그날 계속 들었습니다.
몇 번을 생각해도 댓글에 적으신 내용이 맞습니다만 어후.... 뭐랄까 그냥 그 상황이 힘드네요. 조금이라도 큰 일이 생겼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권해효님의 댓글

하늘색님의 댓글의 댓글
정말 크게 악성 민원을 제기하시는 분들도 꽤 흔하고 저는 들은 이야기이고 겪어본 적은 없지만 대놓고 직원 괴롭혀서 쫒아내려고 하는 동대표나 혹은 자기가 운영하고 있거나 아는 업체에 이익을 몰아주려고 규정이나 법을 어기도록 강요하는 동대표도 꽤 있다고 들었고
또 사고계열 예를들어 정전이나 화재나 수도 공급 펌프나 저수조나 배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일은 정말 상상도 싫습니다.
하늘색님의 댓글의 댓글
운하영웅전설A님의 댓글의 댓글
모두 다 치매 예방이라던지 건강한 노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면 됐지 나쁘진 않은 것 같더라구요...
찰스님의 댓글

우리나라가 고령화되며 늙어간다는게 요즘 부쩍 피부에 닫는것같아요...
앞으로 큰 사회문제가 될텐데...
이런문제에 힘을쏟아야할 시간에
윤 탄핵으로 나라 에너지가 낭비되는게 너무 답답합니다 ㅠ
민중의잔소리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