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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양) 유목민족은 왜 대제국을 세우면 몰락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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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코미
작성일 2025.03.27 11:24
747 조회
8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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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민족은 왜 강한 전투력으로 농경국가를 정복해 대제국을 세우고도 시간이 지나면 힘을 잃고 몰락할까요?

이는 역사학자 이븐 할둔의 ‘아사비야(عصبية)’란 개념으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아사비야란 혈연이나 공동체 의식을 중심으로 한 강한 집단 연대감을 뜻하는데, 주로 유목민 사회에서 강하게 나타납니다.

사막이나 초원 등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의지하고 단결해야 했기 때문에 유목민은 자연스럽게 아사비야를 발전시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결속력은 외부에 대한 강한 전투력과 내부의 조직력을 만들어내며 결국 문명국을 정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유목민족이 문명국가를 정복하고 제국을 세운 뒤에는 정착생활과 국가 운영에 들어가면서 아사비야는 점차 약해지게 됩니디.

우선, 풍요로운 문명의 생활방식에 익숙해지며 절제된 유목적 삶의 방식이 무너지고, 사치와 안일함을 추구하게 됩니다.

또 초기의 지도자는 카리스마와 실력으로 권위를 확보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권력이 세습되고 후계자들의 능력은 점차 떨어지게 됩니다.

내부적으로는 권력 투쟁과 귀족 간 갈등이 생기고, 정복당한 농경민들과 혼혈되거나 문화적으로 동화되면서 유목민의 고유한 정체성도 흐려지게 되죠.

국가 운영은 점차 정복당한 농경민 출신 관료들에게 넘어가고, 유목민 지배층은 권력의 중심에서 밀려나게 됩니다.


이렇듯 이븐 할둔은 아사비야가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흥하고 쇠한다고 보았습니다.

한 제국에서 아사비야가 약해지면, 다시 새로운 강한 아사비야를 가진 유목민족이 등장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죠.

설령 다른 유목민족의 도전이 없다 해도 정복한 농경민족이 반란을 일으키거나 정복한 유목민족을 흡수시킵니다.

그래서 유목 제국은 흥망성쇠를 반복하게 됩니다.


이런 사례는 역사 속에서 여러 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몽골 제국은 칭기즈 칸의 강한 아사비야를 바탕으로 광대한 영토를 정복했지만, 후대에는 지역화되고 정복민과 동화되면서 점차 중앙 권력이 약화되었습니다.

튀르크족들이 세운 셀주크 제국과 오스만 제국도 초창기에는 유목민 특유의 결속력으로 세력을 키웠지만, 시간이 지나며 농경 정주 사회로 전환되면서 아사비야가 약화되고 귀족 중심의 정치체제로 바뀌었습니다.

중국사의 금나라, 원나라, 청나라 등 중국 북방의 유목민족들도 처음에는 한족 문명을 정복했지만, 결국 한화(漢化)되어 정체성을 잃고 내부 분열을 겪은 끝에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유목민족은 아사비야라는 강한 연대감을 통해 제국을 세우지만, 정착과 문명화 과정에서 그 힘이 약해지며 몰락하게 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유목민족이 새로운 아사비야를 기반으로 등장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지요.

이렇게 아사비야의 생성과 소멸, 그리고 새로운 아사비야의 등장은 유목 제국의 흥망을 설명하는 핵심 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8추천인 목록보기
댓글 11 / 1 페이지

크리안님의 댓글

작성자 크리안
작성일 03.27 11:26
유목이 DNA 특징이라 정착하면 망합니다

kmaster님의 댓글

작성자 kmaster
작성일 03.27 11:27
전쟁이 끝나면 정치가 시작되는데 유목민족이 이 정치에 약하더라고요
50 랜덤 럭키포인트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순정대학찰옥수수님의 댓글

작성일 03.27 11:30
유목민족의 내재적 한계를 지적하는 사람이 훨씬 많기는 하지만, 유목민족이 제국을 운영하려면 기후가 온난하고 초원이 발달해야 되는데, 흑점 활동이 활발해져서 기온이 상승하고 강수량이 줄어들면 풀이 말라서 말을 타고 제국을 감독하는 게 불가능해져서 그렇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코미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코미
작성일 03.27 12:17
@순정대학찰옥수수님에게 답글 사실 그래서 최후의 유목제국으로 꼽히는 오스만 제국만 해도 초기에는 기병에 의존하다가 나중에는 예니체리나 니자므 제디드 등 보병과 포병 중심으로 바뀌게 되죠.

제리아스님의 댓글

작성자 제리아스
작성일 03.27 11:35
뭐 이렇게 시간이 흐르고 봐서 흥망성쇄가 반복되는거처럼 보이지만 당사자들은 엄청 긴시간 동안 최강이라 좋아했겠죠. 미국도 뭐 잘나간지 200년도 안되었잖습니까

사막여우님의 댓글

작성자 사막여우
작성일 03.27 11:38
유목제국의 문제는
그들이 '소수'라는 것에서
모든 통치의 문제가 발생하죠.

소수이기 때문에
'느슨한 통치'가 되거나
'가혹한 통치'가 되어서
상대적으로 빨리 몰락하는 것으로 보이는거죠.

FV4030님의 댓글

작성자 FV4030
작성일 03.27 11:41
기관총과 철조망이 나온 이상 유목제국의 영광도 끝났죠
22 랜덤 럭키포인트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Badger님의 댓글

작성자 Badger
작성일 03.27 11:58
저는 이 이론에 좀 공감하기 힘든게 일단 대제국 이룬 경우가 역사에 그리 많지 않지만 유목민 출신 아닌 대제국도 금방 박살나고 깨진 예가 많거든요. 게다가 청나라 정도면 금방 깨진 나라에 넣어야 할지도 의문입니다. 중국 역사 전부 통틀어서도 제일 오래가고 제일 잘 유지된 왕조 아니었나 싶은데요.

그보다는 정치 체제의 안정성이나 이민족에 대한 포용능력등 시스템 자체의 역량이 더 중요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코미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코미
작성일 03.27 12:15
@Badger님에게 답글 아사비야가 주목하는 건 왜 초기에는 그렇게 강력하던 유목민이 멸망시기에는 나약하고 손쉽게 몰락하냐를 주목한 거라서 그건 결이 다르고요...
청나라는 뭐.. 아무래도 가장 마지막 왕조다보니 기존의 다른 유목제국과 중국 각 왕조의 역사경험을 잘 녹여서 그나마 버틴 거 같긴 해요.

테세우스의뱃살님의 댓글

작성일 03.27 16:17
로마제국 말고 그렇게 오래 지속된 제국이 있기는 한가요?
제국이라는 것은 정복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라 애초에 전투 유목민이 이룰 가능성이 많아서 그들이 세운 제국이 많은 탓도 있죠.

제국이라는 것(다양한 문화의 대집단을 통일된 정치체계 안에서 다스려나가는 것)이 1-2백년 이상 지속되기 힘든 것이 아닐까싶은 생각입니다.
대영제국조차도 제1제국, 제 2제국 모두 대충 200년 정도 지속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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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여우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사막여우
작성일 03.28 10:44
@테세우스의뱃살님에게 답글 로마제국이 엄청난거죠.

제국이 오래 살아남으려면
제국시민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다수'여야하죠.

제국이 빠르게 커질수록
제국시민의 숫자가 소수가 되는데
이걸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게 제국의 수명을 결정한다고 봐요.

로마라는 도시국가에서
이탈리아 반도를 정복하고
피정복민이 아니라 로마시민으로 바꿨죠.
이 덕분에 한니발을 극복할수 있었죠.

로마가 지중해를 정복하고
카이사르가 갈리아를 정복한 이후에
공화국에서 제국을 선언하고 황제국이 되고
제국의 피지배민들에게 황제의 신민을 줌으로
로마의 정체성을 가진 제국민이 다수는 아니라도
소수가 되는 건 피할수 있었죠.

그 이후에 다시
기독교를 국교로 정함으로써
제국에 기독교적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다수로 만들었죠.

그런 유산이 현재까지 남아서 EU가 된거라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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