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파면이라는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려면 (법륜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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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작년 12월 3일에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계엄을 선포하고, 군경을 동원해 국회 등 헌법기관을 훼손하고, 헌법 수호의 의무를 저버린 죄목으로 오늘 대통령직에서 파면되었습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8인의 전원 찬성으로 탄핵이 결정되었습니다. 우리 헌정사에 이러한 불행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됩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탄핵당한 본인에게도 큰 불명예이자 고통이고,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대한민국이 입은 손실과 대한민국 국민이 겪은 마음고생도 매우 큽니다.
대통령 탄핵, 왜 자꾸 반복이 될까요?
그런데 왜 이런 일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반복이 될까요? 이것은 지난 1987년에 직선제 개헌 당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는 데만 관심이 있었고, 대통령에게 과도한 권한이 부여됨으로 인해 발생할 부작용을 미처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가진 지나친 권한은 역대 대통령들을 불명예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이제는 국민 모두가 마음을 모아서 대통령 권한 일부를 내각으로 분산시키는 방향으로 안전 조치를 취했으면 좋겠습니다.
한 사람에게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되면 좋은 면도 있겠지만 5년이라는 임기 동안 이런저런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모든 책임을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떠안게 되면 임기를 무사히 마치기도 어렵고, 마친다고 하더라도 퇴임 후 감옥에 가는 일이 반복됩니다. 이럴 때 대부분은 대통령 개인의 자질 문제로 평가됩니다. 물론 개인의 자질이 부족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8명이나 되는 대통령이 모두 자질이 없었다고 한다면, 이것은 국민을 모독하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왜 국민은 자질이 없는 대통령을 반복해서 뽑았느냐는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입니다. 그 말은 국민들이 자신의 주권 행사도 제대로 할 줄 모르니까 주권을 회수하자는 주장과 다름없어요.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는 쉽지만, 그것은 국민 전체에게 책임이 돌아오는 일이기도 합니다. 개개인의 자질을 문제 삼을 수는 있지만,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대통령의 과도한 권한에도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합니다.
원래 헌법에는 대통령이 국무 위원을 임명하더라도 총리의 제청을 통해 임명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모든 권한이 대통령에게 집중되어 있고, 총리는 사실상 허수아비에 불과합니다. 각 부의 장관들도 마찬가지예요.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진이 모든 국정을 결정하고, 장관들은 짜인 각본대로 움직이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국정을 실질적으로 맡아서 운영할 총리를 국회가 선출하거나 추천하고, 그렇게 선출된 총리의 제청으로 국무 위원을 임명하고 국무 위원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한다면, 문제가 생겼을 때 국무 위원만 사표를 내고 책임지면 됩니다. 권한이 있어야 책임도 지지, 권한도 없는데 책임만 묻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가 생기면 총리가 책임지고 내각이 총사퇴를 하면 되니까 재선거 없이도 내각을 다시 구성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대통령의 임기 5년도 안전하게 보장될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미국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정도의 경제력을 가진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들은 내각 책임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들은 여전히 ‘대통령은 내 손으로 뽑아야 한다.’는 의식이 강합니다. 그래서 당분간 대통령제와 의원 내각제의 중간 형태인 이원 집정부제(二元執政府制) 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검토할 수가 있습니다. 이원 집정부제란, 대통령이 외교·안보·국방 등 외치를 맡으면서 국가 원수로서 활동하고, 총리는 내정을 맡아 운영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중간에 선거를 통해 다수당이 바뀌면 그 다수당에 총리 자격을 줌으로써 국민의 의사를 그때그때 반영할 수도 있습니다. 한 번 선출되면 5년 내내 아무런 보완 장치 없이 가는 현재의 제도는 국가나 국민 모두에게 불행이 될 수가 있습니다. 중간에 대통령이 잘못했을 때 수습하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탄핵뿐이라는 점도 위험합니다. 이처럼 불행이 되풀이될 위험이 큰 상황에서 양당 간에 보복심이 작용하다 보니 갈등이 점점 깊어질 수도 있습니다. 옛날에는 갈등이 있어도 선거에 지면 승복을 하고 재판의 결과가 나오면 받아들였는데, 이제는 재판 결과를 두고 ‘재판이 잘못됐다.’며 승복하지 않고, 선거 결과 역시 ‘부정 선거’라며 부정하는 일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헌정 질서가 유지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법으로 해결하기보다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그래서 이번에 자신이 지지하는 쪽이 판결에서 이겼다고 해서 만세 부르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하나밖에 볼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정치는 판사가 하는 게 아니에요. 정치는 국민의 뜻에 따라 이루어져야 합니다. 법률에 따른 판결은 최후의 수단일 뿐입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는 모든 걸 다 법으로 해결하려고 해요. 그러면 정치가 왜 필요합니까? 법률만 있으면 되지요. ‘법에 맞느냐, 틀리냐.’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이 그것을 원하느냐, 원치 않느냐.’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정치가 복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사안을 법원에 맡기는 일은 앞으로 줄어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치인들은 국민의 뜻을 받드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기를 지명해 준 당이나 지도자한테만 충성하고 국민에게는 충성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진정한 충성이 아니에요. 국민과 국가에 충성하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배신자입니다. 특정 세력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해서 배신자라고 낙인찍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억울해하거나 분해하면 나만 손해입니다. 반대로 내가 바란 대로 결과가 나왔다고 기뻐하고 춤출 일도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웃고 있을 때 누군가는 울고 있다는 것을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대통령 파면이라는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려면
현재 대한민국의 선거 제도는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지지를 받으면 모든 것이 결정되는 시스템입니다. 지금처럼 진보와 보수가 거의 비등비등하게 맞서 있는 상황에서 이런 방식은 결국 승패만 반복하는 게임이 됩니다. 감정이 격화되면 언젠가는 폭력으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의 불행한 사태를 교훈으로 삼아서 이런 일이 다시는 재현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일에 사회적 합의를 모아 나가야 합니다. 시간이 없다고 그냥 지나치면 결국 다음 대통령이 또 희생자가 됩니다. 그때 가서야 뒤늦게 헌법 개정을 논의하려고 하겠지요. 이번 기회에 바쁘더라도 최소한 대통령의 권한 분산만큼은 이뤄질 수 있도록 헌법 개정을 추진한 뒤에 선거를 치러야 앞으로의 불행을 막을 수 있습니다.
조금 더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중앙 정부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하고 지방 자치가 너무 약한 현재의 구조도 개선해야 합니다. 지방 자치가 도입된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실질적인 권한이 이관되어야 진정한 자치입니다. 중앙 정부의 권한이 광역 지방 자치 단체로 이관되고, 광역 지방 자치 단체의 권한이 다시 기초 자치 단체로 이관되고, 그리고 기초 자치 단체의 권한이 국민에게 좀 더 이관되어야 합니다. 지금은 선거 때만 국민이 주인이 되고, 선거가 끝나면 4년 내내 기관장들이 주인이 되는 구조입니다. 대통령은 임금처럼, 기관장들은 사또처럼 행세하는 방식으로 나라가 운영되고 있어요. 지방 자치를 강화하자는 말은 지방 자치 단체장이 또 다른 왕처럼 행동하라는 뜻이 아니라 국민이 일상 속에서 실질적인 권한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국회의원이든 대통령이든 임기 중 잘못했을 경우, 꼭 탄핵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거치기보다는 국민이 소환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필요한 것은 선거 제도의 개선입니다. 지금의 선거 제도는 한 표라도 더 얻으면 모든 것을 가져가는 승자독식 구조입니다. 이 제도는 국민의 의사를 왜곡합니다. 예를 들어, 어느 정당이 5% 정도 더 득표했을 뿐인데 국회 의석을 70% 이상 차지하게 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사표(死票)가 줄어들도록 비례성과 대표성이 어느 정도 반영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지만 국민의 의사와 의석수가 비교적 비슷하게 반영되어야 해요. 이렇게 대통령 권한의 분산, 중앙 권력의 분산, 승자 독식 선거 제도의 개혁, 이 세 가지만 이루어져도 상황은 한결 나아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헌법 개정을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연성 헌법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금처럼 헌법 개정이 너무 어려운 상태에서는 시대 변화를 반영할 수가 없어요. 기후 위기, 빈부 격차와 같은 현실을 고려하여 국민의 기본 생존권을 더욱 보장하는 방향으로 헌법이 보완되어야 합니다. 지금 한국 사회는 1987년 직선제 개헌을 했을 때와는 많이 달라져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헌법에 반영되어야 하는데 지금의 헌법 개정 절차로는 반영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그래서 이번에는 여야가 비교적 쉽게 합의할 수 있는 기본 사항부터 개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지금 말씀드린 부분은 여야 간의 합의가 비교적 쉬운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다음 권한을 가질 사람이 이에 동의하지 않거나 미온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자신은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작 중간에 잘못을 하게 되면 그때 가서 헌법 개정을 하려고 하지만, 그 시점에는 또 다음의 권력 주자가 그걸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이런 일이 벌써 다섯 차례나 반복됐습니다. 매번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헌법 개정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 그 약속을 지킨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이번에는 최소한의 개정만이라도 하고, 헌법을 연성 헌법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그런 후 새로 대통령이 된 사람이 다음 임기 중에 국민의 뜻을 폭넓게 모아서 세세한 부분까지 개정을 해나가면 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서로 화합하는 자세
현직 대통령의 파면이라는 불행이 대한민국 헌정사에 두 번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국민 모두가 마음을 모아야 합니다. 이런 일을 단순히 승패의 문제로 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지금 국제 정세도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트럼프의 관세 장벽, 미국과 중국과의 패권 경쟁으로 우리의 미래가 결코 녹록지 않습니다. 머리를 맞대고 서로 의논해도 이 장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 불투명한데, 지금처럼 내부가 사분오열되어 있으면 국운이 내리막길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을 몇몇 지도자의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국민 여러분이 주권자로서 올바른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화합하는 자세입니다. 패자는 승복하는 태도가 필요하고, 승자는 포용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판결이 났다고 해서 사필귀정이라는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됩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12.3 비상계엄으로 인해 훼손된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정상화시키는 일입니다.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까지 남은 두 달 동안 국민 여러분께서는 올바른 자세로 지도자를 선출하고, 정치 지도자들은 선의의 경쟁을 통해 통합의 정신으로 국가 발전을 도모했으면 좋겠습니다.”
읽어볼만은 할 거 같아서 퍼옴요
이해는 하겠으나 현재 바로 하기에는
국민들이 설득이 되어야 한다 저는 생각합니다.
김남용님의 댓글

스님도 민중의 일인이니 정치에 대해 말할 수 있고 당연히 자신의 의견을 표출 할 수 있지만, 그리고 그 어떤 것도 정치에서 하나의 담론이 될 순 있겠지만
스님이 내각제를 정답으로 놓고 이야기하는 건 좀 들어주기 힘드네요.
남들이 내각제 한다고 우리도 내각제 할 필요나 당위가 없으니까요.

Superidiot님의 댓글

국민의 뜻을 잘 받들 수 있는 선거제도를 도입하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갑자기 내각제로 나가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지요. 우원식 국회의장의 선출 과정이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 그 반례입니다.
게다가 더 기분 나쁜 것은, 감옥에 간 일부 자질 부족한 대통령들과, 정말 우리 역사에 갖기 어려웠던 위대한 대통령들을 한데 섞어서, 여덟이나 되는 자질 부족한 대통령을 뽑은 부족한 국민이라고는 하지말자.... 라는 식이라니요. 백번 양보해서,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이 네 명은 누가 봐도 자질 없고 부족한 인간들 아닙니까... 어떻게 김대중대통령과 노무현대통령, 문재인대통령을 갖다 비벼버립니까...
살면서 물론 좋은 게 좋은 거라는 태도가 우리네 삶을 아주 약간은 더 위로해 주기는 합니다만, 적어도 공공선의 최대화를 추구해야 할 정치의 영역에서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주장하시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정치 비평은 다른 분들에게 맡기시길 멀리서 바랍니다.



디카페인중독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