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ynbetterlife (59.♡.103.12)
2025년 5월 18일 AM 10:45 · 수정됨(12:12)
"5월은 피멍이 든 계절. 우리는 그 안에서 비로소 사람이 되었다."
글쓴이 원글보기: Edward Lee
오월, 피보다 붉은 기억
.
어떤 계절은
꽃보다 먼저 피 흘린다.
입도 열지 못한 꽃잎들,
흙 속으로 스며들며
아무도 듣지 못한 울음이 되었다.
.
5월의 몸이 먼저 기억했다.
가슴이 먼저 아팠다.
비명을 내지르지도 못한 채,
몸 안 어딘가에서 오래된 울음이 자라났다.
.
나는 살아 있다.
그것이 죄였던 시절이 있었다.
반가운 얼굴을 피하던 골목.
서로의 눈길을 견디지 못하던 회색의 낮.
살아남은 자들은 서로를 벌처럼 응시했다.
거리 위를 형벌처럼 떠돌며
죽어야 했던 건, 우리였다.
.
그날,
광주의 밤은 너무 조용했다.
주검을 안은 컨테이너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늘은 울음을 삼켰고,
땅은 말을 잃었다.
묻힌 이름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
비는 오늘도 내린다.
창밖의 웅덩이마다
검은 눈동자처럼
누군가의 마지막이 잠겨 있고
나는 매일
그 위를 피하지 못한 채 걷는다.
.
살아남은 자는
형벌처럼 호흡하고,
민주주의는
지워지지 않는 영수증처럼
손바닥에 쥐어진다.
.
그날,
누군가는 총을 들었고
누군가는 깃발을 들었으며
누군가는
아이를 안은 채
핏빛 골목 끝에 엎드려 있었다.
.
죽음은 조용했고
그래서 더 또렷했다.
살아 있는 이들만
그 소리를 들었다.
.
비는 너를 닮았다.
울음을 삼킨 얼굴,
지워지지 않는 흔적.
나는 아직
사진 한 장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다.
.
정의는
구호에 머물고,
이 사회는
진실 앞에서 여전히 고개를 숙인다.
.
민주주의는
죽어간 청춘들의 그날 위에 있다.
주먹밥을 내밀던 손,
비에 번진 대자보의 잉크.
그 모든 것이
나의 빚이다.
.
나는 아직도
그들 앞에 설 말을 찾지 못한다.
이 글을 쓰며
다시 산다.
다시 부끄럽다.
살아 있다는 이유로.
.
그날 이후
단 한 모금의 술도 마시지 않았던
내 시간이
그들에게 드릴 수 있는
유일한 예의였다면,
나는 오늘
그것으로
숨을 쉰다.
.
그리고 기억한다.
너의 웃음,
너의 피,
너의 이름을.
.
민주주의는
무언가가 사라진 뒤에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
그 자리를
누가,
어떻게
채웠는지를
눈물보다 무거운 기록으로
가슴에 새기는 일.
.
5월은
피멍이 든 계절.
우리는
그 안에서
비로소 사람이 되었다.
.
이 모든 걸
잊지 않겠다는
작은 마음 하나가
우리를 지금
여기 살아 있게 한다.
.
PS: 5월의 민주영령들께 바칩니다.

......................
글쓴이 원글보기: Edward Lee
이재명 “진짜 대한민국의 새로운 헌법을 준비합시다”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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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일두유
25.05.18 · 219.♡.171.27
모두가 함께 한다면, 쉬운일인데, 방치하거나, 오히려 악을 도와주는 시민까지, 복잡한 세상에 많은 생각이 듭니다. 나 또한 그러지 않았나 이에 회개 합니다. 그래도 역사가 점차 나아가며 그런 추동력을 행하는 신성을 지닌 분들에게, 항상 정말 감사드립니다. -
Ddiynbetterlife
→ 매일두유 작성자
25.05.18 · 220.♡.37.28
가져도 가져도 부족한 자들이 합법적으로 구조적으로 국민들을 착취해 왔으나 그것도 부족해서 쿠데타를 일으켰죠. 저는 이재용 같은 국정농단 재벌에 대해서도 윤석열 급으로 폐단이 크고 처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자를 부품으로 쓰고 버리는 산업구조와 교육을 통해 양산하는 자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내란수괴보다 더 장기적이고 규모도 국가적이예요. 가진게 많지 않아도 연대하고 함께 살자는 분들이 민주제를 발전시켜왔고요. 그 점에서..'신성'은 매일두유님께도 있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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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까마긔
25.05.18 · 117.♡.3.99
구구절절 마음에 드는 글입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구조적 문제점을 외면하고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만큼 곪아버렸습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기득권들에 맞서 사회의 구조를 고치려고 하셨지만 국민들이 외면하면서 결국 홀로 산화하셨습니다. 이제 다시는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우리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뜻을 모아야합니다. 항상 깨어있으려고 노력해보겠습니다.
덧. 그나저나 다이너마이트님 프사 모바일로 보니까 넙대대한 얼굴의 고양이인 줄 알았는데 집회 현장이었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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