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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은 당분간은 가능한 지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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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스누피
작성일 2024.03.31 10:23
568 조회
14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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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짓는 얘기를 잠깐 해 보려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신축공사는 가능한 하지 말기를 권합니다. 어쩔 수 없다면 해야 하겠지만 대안이 있다면 가능한 안하는 게 좋다는 얘깁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대한민국은 개발도상국을 거쳐 준선진국으로 진입을 한 상태입니다. 이미 경제적 맥락에서는 선진국이라고 말하는 곳도 있지만, 선진국의 의미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니 결론이 나긴 쉽지 않겠지요.

 

한국만 그런게 아니라 모든 국가가 산업화를 거치는 단계에서 개발도상국, 즉 공업화, 산업화, 기술성장 등이 있는 단계에서는 폭발적인 성장을 합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화 사회로 바뀌는 단계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변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국가가 개발도상국의 지위에 있을 때는 건설 산업이 흥하게 됩니다. 토목, 건설은 도시 환경 조성에 필수니까요.

 

여기서 건설과 건축을 구분하지 않고 쓰는 경우가 있는데, 건설과 건축은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반대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다른 것입니다.

 

가령 정부가 대기업 건설사들을 동원해 신도시에 100만호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런게 건설입니다. 가능한 비슷한 거 똑같은 걸로 대량생산해서 공급하는데 의의를 두는 겁니다. 하지만 똑같은 100만호를 건축으로 공급하면 100만개의 서로 다른 프로젝트가 생깁니다. 집주인, 설계자, 시공자, 관리자 들이 모두 개별적으로 100만개 생기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건설업이 흥하면 건축은 쇠퇴하고, 건설업이 주저 앉아야 건축이 흥하는 이치가 생깁니다.

 

그래서 개발 도상국에는 건설업을 하는 기업이 대기업인 경우가 많지만, 이미 도시화가 끝난 선진국은 건설업이 대기업인 경우가 없습니다. 그리고 유명한 건축가들은 대부분 선진국에서 나오는데, 선진국은 이미 지을 거 다 지어서 건축으로만 도시를 유지해 나갈 수 있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이제 건설업이 끝난 상태입니다. 건설업은 아파트 사업이 성장을 주도해 왔는데, 신축할 거 다 하고 나서 재건축 사업으로 한동안 유지되었고, 재건축할 것도 마땅치 않게 되자 정부에서 인공호흡기 달아주려고 BTL, BTO 사업을 몇 년간 했지만 그게 미래를 살아갈 사람들에게 비용 부담을 시키는 행위라고 비난이 일어 BTL 사업도 중단되어 버렸고, 한동안 정부와 지자체가 호화청사를 짓던 관행도 자기들이 호화롭게 지내고 싶어서가 아니라 지역마다 있는 건설사들의 인공호흡을 조금이라도 연장시키기 위한 방편이었습니다.

 

그렇게 정부가 시간을 벌어주는 동안 건설업은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이제 더 이상 대기업 사장단 회의에 건설회사 대표는 참여하지 않고 현재 대기업에서 건설업 대표는 부장이나 과장 정도의 인사가 맡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것은 십수년 전부터 예고되어 온 일이고 업계는 여기에 맞춰서 나름의 방식으로 연착륙을 하는 중입니다.

 

문제는 집을 짓는 인프라가 모두 대량 발주에 의존하는 건설업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건설업에 익숙한 기술자들을 데려다 작은 집을 짓는 건축업을 하려면 상당히 골치가 아프다는 것입니다.

 

현재 속이 텅 빈 상가 건축 조차도 평당 1200만원, 1500만원을 부르는 세상이 되었는데, 이 돈을 받아도 남는다는 말을 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평당 400만원이면 충분히 짓던 걸 생각해 보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죠.

 

신축비용을 상승시킨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1. 법규, 안전, 단열 기준의 강화로 인한 건물 기본 구성 요소의 증가

2. 빨리 짓고 빨리 허물던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발주자가 오래갈 건물을 짓고자 하는 성향이 생김

3. 원자재 가격의 상승 (펜데믹, 전쟁 등으로 최근에 폭발적으로 상승)

4. 인건비의 폭발적 상승

 

위 네 가지 이유가 주류인데, 이 중 언론에서 자주 다루는 건 원자재 가격의 상승입니다.

 

그러나 그 비율을 따져 보면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큰 영향을 주진 못합니다. 영향이 없진 않지만 프로젝트가 진행 되느냐 마느냐를 가르는 기준이 될 정도로 영향이 크지 않다는 얘깁니다. 전체적으로는 1, 2번이 가격 상승을 주도해서 출발선이 굉장히 올라간 것이 있는데 그걸 원자재 가격 상승만으로 설명하려니 답이 없는 겁니다.

 

그리고 원자재는 아주 우스울 정도로 인건비가 높습니다. 기술자 1명이 매일 30~40만원씩 가져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매일입니다. 그런 비싼 기술자가 숙련도도 떨어져서 공정률도 나쁩니다. 그나마 한국말이라도 통하면 감사하게 생각해야 할 정도로 소통의 문제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건비의 상승을 얘기하면 사람들은 그걸 인정하기 싫어합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인건비가 상당한 지출 항목 중 하나인데 왜 그렇게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하느냐를 고객이 묻기 시작하면 설명할 말이 없습니다. 

 

인건비가 높게 잡힌 이유는 건설기술자가 건축업이 아니라 건설업에 맞춰서 일을 하는 관행이 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건설업은 100만호 공급과 같이 오래 길게 일할 수 있는 현장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에 이 경우 매일 15만원씩만 받아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건축업은 오늘 일이 있어도 내일 일이 없을 수 있어서 건축업에 들어온 기술자들은 본인이 일을 할 수 있는 날 수에 월 필요한 생활비를 계산해서 요구하기 때문에 말도 안되는 비용을 청구하게 되는 것입니다.

 

즉 대한민국은 아직 시공기술자들이 매일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사회 구조가 안되어 있어서 건축 시공비를 높게 잡을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습니다. 건설업은 줄어들고는 있지만, 아직 건축업은 기존 건설업이 해 오던 것 만큼 빠르고 효과적으로 건물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거죠.

 

건설업이 주도적으로 시장에 상품을 공급하던 시절 건축업 종사자들은 건설업의 보조자 역할을 하거나 아니면 아주 돈이 많은 사람들의 특별한 건물들을 다루는 일들을 해 왔습니다. 그러니 건축업 종사자들에게 동네 집 고치고 싸게 빨리 만들어 공급하는 건 익숙한 일이 아니죠.

 

대한민국은 건설업이 죽어가고 건축업은 아직 성장하지 못한 시기를 지나고 있기 때문에, 거기다가 우연히고 팬데믹과 전쟁, 기후이변이라는 여러 악재를 동시에 만나 안 그래도 오늘 내일 하는 사람 산소호흡기를 떼 버리는 지경에 이른 현재 상황 때문에 건물을 새로 짓는다는 것이 아주 불합리한 시장 여건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있는 걸 고쳐쓰거나 혹은 아주 신중하게 생각해서 준비를 많이해서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방법을 써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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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 1 페이지

cicero님의 댓글

작성자 cicero
작성일 2024.03.31 10:28
저희집이 35년된 주택이라 집을 새로 지어야 할 타이밍인데 이거때문에 진짜 고민이 많습니다. 인건비는 너무 올라서 견적 낼 엄두도 안나는데, 들어보면 퀄리티는 제가 생업 팽개치고 하루종일 현장 와서 감시해도 안 나오는건 여전한 것 같고..

보리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보리
작성일 2024.03.31 11:06
@cicero님에게 답글 공감합니다. 그 돈 주고라도 맡기는 건 그 시간에 다른 일 하겠다는 건데.. 일당 30 받아가고 반나절도 안되어 끝냈다고…눈엔 엉성하게 해놔서 손볼 곳 많은데, 집에 갈 준비 다해놓고 끝냈다고…

니가사와라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니가사와라
작성일 2024.03.31 10:29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냐옹냠냠님의 댓글

작성자 냐옹냠냠
작성일 2024.03.31 10:33
와 좋은 글 너무 감사합니다

수류탄님의 댓글

작성자 수류탄
작성일 2024.03.31 10:34
상가 평당 공사비는 너무 높게 잡으신듯 합니다.
규모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현재 대략 평당 700에서 1000만원 정도면 됩니다. 물론 디자인이나 자재에 따라 그 이상으로 갈 수도 있지만 일반적인 근린상가라면 1000만원 이상은 아닙니다.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오르긴 했죠.

스누피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스누피
작성일 2024.03.31 10:39
@수류탄님에게 답글 제가 작년에 방배동에 상가 견적을 내고 다른 사업자들 견적도 같이 봤는데 1500 밑으로는 하려는 데가 없었어요. 물론 지하가 있어서 공사비가 높은 이유가 있긴 했고 그 때 막 전쟁이랑 수에즈 운하 사건이랑 다 겹쳐서 수급이 되니 마니 하던 때로 시기적으로 아주 안 좋은 때이긴 했지만, 지금도 1천 만원 미만으로는 어렵다고 보는게 현실입니다. 원가로 보면 안되고 사업자니까 리스크와 직원 급여, 이윤 등도 고려해야 해서 그래요. 지금 만들면 원가 기준으로 말씀 하신 대로 700~1000 정도면 될텐데 그럼 남는게 없죠.

수류탄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수류탄
작성일 2024.03.31 11:39
@스누피님에게 답글 도심에 지하층까지 있다면 공사비가 좀 더 잡히기는 하는데..제가아는 선보다 높네요.

그리고 건축과 건설을 구분하셨는데..
현업에서 건설은 건축물 뿐 아니라 교량 도로 등 토목구조물을 포함한 모든 시공행위를 건설이라고 통칭합니다. 건축은 건축물의 설계, 감리, 시공을 모두 포함하고 이경우 토목분야와는 별개입니다.
즉.. 건축설계, 건축감리, 건축시공..등은 건축
건축시공, 토목시공.. 등은 건설입니다.

까망꼬망1님의 댓글

작성자 까망꼬망1
작성일 2024.03.31 10:35
인건비가 오른 이유 중에 하나가 안전이 중요시하다보니 각종 안전규제를 통해 안전관리자들이
추가되죠...그러니 이전에 3명 작업할거 4,5명 늘어나게 되서 1인당 인건비가 고정이라도 실제로
지출되는건 2,3명이 더 늘어나는거라...오를수밖에 없죠.

스누피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스누피
작성일 2024.03.31 10:41
@까망꼬망1님에게 답글 작은 현장은 안전관리자가 따로 없거나 있어도 겸직이 가능해서 비용 부담이 그리 크진 않습니다. 프로젝트 성사를 좌우할 정도의 부담은 아니라고 봅니다.

까망꼬망1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까망꼬망1
작성일 2024.03.31 10:43
@스누피님에게 답글 작은 현장은 그렇긴하죠...그냥 뭉둥그려서 적은 댓글이었네요..^^...그리고 안전관리자 아니래도
아무래도 이전보다 사람을 더 쓸 수 밖에 없는 구조로 가는터라서요...
회사에서 가끔 공사 입회 들어갈때 이전에 비해 그렇게 안전관리자 항목들이 늘어나서 적어봤어요

암튼 좋은 글 감사합니다 ^^

꾼주재은숨님의 댓글

작성자 꾼주재은숨
작성일 2024.03.31 10:41
좋은 글입니다.
저도 집을 최근에 건축했는데 건축과 건설의 차이가 뭔지도 몰랐네요

게코젤리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게코젤리
작성일 2024.03.31 11:19
좋은 글 감사합니다! 건설과 건축 개념을 알게되었습니다!

facade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facade
작성일 2024.03.31 12:29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은 하자가 있더라도 그래도 싸게 지었다? 라고 하면 다 이해되긴 했죠.
지금 인건비 건축비용이 상당하게 상승했지만 그 품질은 예전 싼맛나는 시기와 별반 차이가 없는게 문제 인 것 같습니다.
모든게 올랐지만 기술자들의 능력치와 자재품질은 그대로이거나 되려 안좋아졌죠.
변화가 필요한 시기인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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