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머니 (61.♡.186.175)
2025년 11월 4일 PM 06:38 · 수정됨(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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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https://damoang.net/free/5219928
벌써 3편이네요.
한국 출국 3일째, 그리스에서는 이틀째의 해가 밝았습니다. 아침 식사는 호텔 조식 뷔페로 든든하게 채웠습니다. 이날의 일정은 딱 두개였습니다. 아크로폴리스, 미케네 유적지. 간단하죠?
하지만 정말 험난한 하루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건 나중에 설명하도록 하죠.
아크로폴리스 입장은 첫 번째 시간대인 8시로 잡았습니다. 이 시간대가 사람이 제일 적습니다. 이후 시간대에는 단체 관광객이 본격 몰리기 시작하기 때문에 바글바글합니다. 그러니 아크로폴리스에 가신다면 이 시간대를 노리세요.
호텔에서 아크로폴리스까지는 멀지 않았습니다. 걸어 가도 15분 거리고, 버스를 타면 5분 거리였습니다. 참고로 지하철로 가도 10분 정도입니다. ‘오늘은 꽤나 걸어야 하니 버스를 타자!’ 그렇게 생각하며 아크로폴리스 입장 시간 30분 전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 느긋하게 구글 지도를 열어봤습니다. 오~ 3분 안에 버스가 온다고 뜨네요. 버스 티켓은 전날 미리 1일권을 끊었습니다. 오늘을 대비한 거죠. 후훗.
그러나… 버스가 안 옵니다. 분명 구글맵에는 곧 온다고 하는데, 버스가 안 옵니다. 심지어 구글맵에 버스가 지나갔다고 뜹니다. 어라? 나 계속 서 있었는데? 아테네 버스는 투명 버스? 투명 버스가 크아앙하고 울부짖었나?
서서히 초조해졌습니다. 아크로폴리스는 입장 시간이 정해져 있어 해당 시간에 입장하지 않으면 못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이제 입장 시간까지 17분 남았습니다. 속으로 온갖 욕을 다 하며 빠른 발걸음으로 아크로폴리스 남쪽 슬로프를 향해 다급히 움직였습니다. 다행히 아주 완만한 내리막길이라 걷기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가는 길에 하드리아누스의 문이 있으니 걸어서 이동하시는 분은 참고하세요. 사실 이 하드리아누스 문은 어제도 본 것이기는 합니다. 어제 글에서 말씀드린 제우스 신전의 입구에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빨리 걸은 덕분에 입장 시간 5분 전에 도착했고 제 앞에는 대충 100명 정도 되는 사람이 먼저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팁 하나!
아크로폴리스는 입구가 두 군데 있습니다. 북쪽 슬로프와 남쪽 슬로프가 있죠. 북쪽 슬로프가 좀 더 정문 개념에 가깝지만, 저는 무조건 남쪽 슬로프로 가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북쪽 슬로프는 사람이 엄청 몰립니다. 아크로폴리스 티켓 오피스를 검색하면 북쪽 슬로프만 뜨기 때문에 아무래도 사람들이 북쪽으로 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현장 결재라면 모를까, 대부분 사전 예매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굳이 북쪽으로 가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둘째, 남쪽은 올라가면서 볼 게 훨씬 많습니다. 그건 차차 설명하도록 하죠.
남쪽 슬로프의 유일한 단점은 북쪽에 비해 걸어 올라가야 할 높이가 좀 높다는 정도입니다. 아크로폴리스의 고도가 156미터라 이 정도 높이를 걸어 올라가는 게 너무 부담된다면 북쪽으로 가시는 게 좋습니다.
방금 현장 결재 얘기를 하기는 했는데, 아크로폴리스는 시간대별 입장 인원 제한이 있어서 현장에서 표를 구매하려면 정말 힘듭니다. 많이 기다려야 할 수도 있으니 입장권은 꼭 공식 홈페이지에서 미리 구매하세요. 입장료는 30유로입니다. 사실 올해 5월까지만 해도 아테네 통합권이라 해서 여러 유적을 한 장으로 저렴하게 볼 수 있는 티켓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돈에 미친 그리스가 이 통합권을 없애고 모든 유적지를 각각 돈 내고 들어가라고 바꿔 버렸습니다. 제 생각에는 아마 몇몇 유적지는 가는 사람이 이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8시 정각이 되자 입장이 시작됩니다. 줄을 서서 티켓에 있는 QR코드를 보여주면 단말기로 인식하고 통과시켜줍니다.

입구를 통과하면 멀리 아크로폴리스 절벽을 감싸고 있는 거대한 옹벽이 보입니다. 그런데 저 옹벽 중간쯤에 하얀 문 같은 데 보이시죠? 저건 트라실로스의 기념비입니다. 좀 생뚱맞기는 한데 무슨 연주회에서 우승한 기념으로 후원자가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저기 따로 올라갈 일은 없으니 그냥 지나가면서 보시면 됩니다.

계속 올라가면 디오니소스 극장이 보입니다. 극장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고 극장 초입에서 반원형의 그리스 로마 극장의 전형적인 형태를 감상하시면 됩니다. 이따가 더 큰 극장이 나오기 때문에 이건 일종의 에피타이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디오니소스 극장을 지나 조금 더 가면 무슨 기둥 몇 개가 있고 복원 중인 모습이 보입니다. 앞에 있는 설명문을 읽어 보면 에우메네스의 스토아라고 하는데 당시 아크로폴리스 일대를 둘러싸고 있던 건물 중 하나입니다. 기원전 2세기경 페르가몬의 왕 에우메네스가 세운 건물로 디오니소스 극장의 부속 건물 역할을 했습니다. 주로 무대 장식을 보관하거나, 비가 오면 극장 관객들이 잠시 비를 피하는 용도로 썼다고 합니다.
에우메네스 스토아 맞은편에도 반파된 기둥들이 즐비한 건물 흔적이 있습니다. 테미스 신전 자리입니다. 테미스는 어제 박물관에서 봤던 법과 정의의 여신입니다. 여기까지가 남쪽 슬로프로 와야만 볼 수 있는 것들입니다. 북쪽으로 들어와 나가면 다 놓치는 거죠.

계속 다소 울퉁불퉁한 길을 올라가면 헤로데스 아티쿠스 극장이 보입니다. 북쪽 입구로 나가 남쪽 슬로프로 가는 길에 이 극장 정문을 볼 수 있습니다. 일단 아크로폴리스 내에서는 이렇게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식으로 보게 됩니다. 상당히 웅장한 건물입니다. 광각으로 찍어서 그렇지 실제로 보면 엄청 큰 극장입니다. 현재도 공연을 하고 있는 곳이어서 밖으로 나가 정문 쪽에서 보면 진행 중인 공연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계속 올라가면 이제 북쪽 슬로프에서 올라온 사람들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짜잔~ 아크로폴리스로 들어가는 진짜 입구인 프로필라이아가 나옵니다. 들어가는 쪽에서 보면 오른쪽에 아테나 니케의 신전이 있고, 왼쪽에는 아그리파 기념비가 있습니다. 아그리파는 미술 학원을 한 번이라도 다녔던 분이라면 다 아시는, 스케치할 때 썼던 그 잘 생긴 조각상의 주인공입니다. 아우구스투스의 친구이자 사위로 아우구스투스가 안토니우스와의 내전에서 승리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장군이기도 하죠. 설명문에 보면 아그리파가 전차를 끌고 있는 조각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파괴되어 기단만 남아 있는 상태라 진짜 모습은 알 수 없습니다.
이제 사람들을 따라 계단을 올라 프로필라이아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죠. 프로필라이아 자체는 기둥이 도리아식 중심이기는 하나 일부 이오니아식 기둥이 좀 섞여 있습니다. 아마 건물의 건축 시기가 조금 달랐거나 후에 보수하는 과정에서 양식이 혼합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프로필라이아를 지나면 마침내 파르테논 신전이 보입니다! 근대까지 모든 서양 건축의 모델이라 할 수 있는 건물의 장엄한 자태가 보입니다. 아크로폴리스의 정면을 보면 삼각형 모양의 페디먼트가 있습니다. 원래 여기에는 온갖 장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남아 있는 게 없죠. 일부는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 있지만, 대부분은 런던의 영국 박물관에 있습니다. 19세기 엘긴 백작이 술탄의 허가를 받아 뜯어 갔고, 나중에 이혼 소송비를 감당하기 위해 국가에 팔아버린 것입니다. 지금은 엘긴스 마블이니 따위 소리로 전시 중인데, 그리스에서 계속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제국주의 깡패 국가들이 언제 훔쳐간 유물 돌려준 적이 있던가요. 당연히 씹고 있습니다.
파르테논 신전 안에는 기둥 안쪽으로 벽체가 있었습니다. 그리스와 로마 신전은 회당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제사를 지낼 소수의 인원만 들어가면 되었기에 넓은 공간이 필요 없었습니다. 파르테논 신전은 워낙 크다 보니 내부 공간도 꽤 넓었을 것이고, 그래서 12미터나 되는 아테네 신상이 있었다고 합니다. 상아와 황금으로 장식되었다고 하는데 당연히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정말 안타깝죠.
기독교가 로마 제국의 국교가 된 뒤 기독교인들이 신전을 파괴하기 시작했고, 내부 벽체를 파괴한 뒤 그 자리에 성당을 지었습니다. 이후 오스만 제국에 점령당한 뒤 성당은 모스크로 개조되었죠. 성당→모스크 또는 모스크→성당으로 개조는 기독교 국가들과 이슬람 국가들이 상대방을 능욕하기 위한 오랜 전통 놀이입니다.
17세기에 이 모스크는 화약 창고로 썼습니다. 당시에 베네치아가 아테네 점령을 위해 침공했고, 오스만 제국이 이를 방어하기 위해 아크로폴리스를 요새화했기 때문입니다. 베네치아군이 발사한 박격포탄이 이 모스크에 직격했고 내부의 화약이 연쇄 폭발하며 파르테논 신전은 문자 그대로 박살이 났습니다. 이슬람군은 설마 이 역사적인 건물은 안 건드리겠지 하며 화약을 보관했는데, 이를 안 베네치아군이 “우리는 그런 거 몰라~”하며 쏴 버린 것입니다. 하여간 베네치아 놈들은 제4차 십자군 전쟁 때도 트롤짓을 해서 결국 콘스탄티노플의 멸망을 초래해 소피아 대성당이 모스코로 개조되는데 일조하더니, 파르테논 신전까지 날려 먹었습니다. 그것으로 모자라 남이 있는 페디먼트를 훔쳐가려고 떼내다가 떨어뜨려 박살내기까지 했습니다.
18세기 말 그리스가 독립하기 얼마 전에는 아까 말씀드린 엘긴 백작이 남아 있는 페디먼트를 떼어 갔고, 파괴된 신전의 대리석들은 다른 건물 짓는 데 재활용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복원되고 있는 파르테논 신전을 보면 얼룩덜룩하죠. 이는 기둥만 해도 온전히 남은 게 몇 개 안 되다 보니 기둥에 새로운 대리석 블록을 덧붙이는 식으로 복원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크로폴리스에서 또 다른 중요한 건물은 에레크테이온입니다. 사진을 보시면 건물 앞에 잔디 같아 보이는 게 있죠? 그 자리는 헤카톰페토스 신전 자리인데 정말 흔적만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에레크테이온은 그 유명한 페리클레스가 지은 건물입니다. 건물 이름은 전설 속 아테네 영웅 에레크테우스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트라키아와의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 신탁을 청했는데, 신탁에서 딸을 하나 제물로 바쳐야 한다고 나왔고, 딸들은 누가 하나 희생되면 다 같이 죽자고 맹세하는 바람에 다 죽고 말았습니다. 딸들의 죽음으로 전쟁에서는 이겼지만, 죽은 트리키아의 왕 에우몰포스가 포세이돈의 아들이라 화가 난 포세이돈이 삼지창으로 찔러 죽였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미노타우로스를 죽인 테세우스의 고조 할아버지 되는 사람이라 신화 속 인물일 따름이죠.

이 건물에는 보시는 것처럼 여섯 명의 여성이 조각상이 기둥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여인상을 카리아티드라 부르는데 아크로폴리스에 잇는 카리아티드는 복제품이고 진품은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 전시 중입니다. 그런데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 가보면 여섯 개가 다 있는 게 아니라 다섯 개만 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어디로? 당연히 영국 박물관에 있죠. 제일 상태 좋은 것을 훔쳐갔습니다. 하여간 유물 도둑질에는 세계 제일입니다.
이제 파르테논 신전 반대편으로 가보겠습니다.

내부 신전 벽체가 좀 더 잘 보이죠? 저 벽을 다 쌓아 올려야 진짜 신전의 지성소가 되는 셈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아직 기둥이 모두 복원되지 않았습니다. 저 무거운 기둥이 박살날 정도였으니 당시 화약고 폭발이 얼마나 엄청났을 지 짐작이 갑니다.
이 웅장한 건물을 짓기 위한 돌들을 도대체 어떻게 날랐을지 궁금하시죠? 150미터나 되는 높이까지 인간이 돌을 끌고 오기에는 좀 그랬겠죠? 하지만 고대 그리스인들 나름 머리를 썼습니다. 안티키테라 기계를 만든 자들인데 그 정도 머리는 당연히 썼습니다. 일단 경사로를 만든 뒤 정상에 도르래를 설치합니다. 끌어 올릴 돌을 한쪽에 매달고 정상에서 나귀들이 반대쪽 줄을 매달고 내려옵니다. 그럼 돌이 올라가겠죠? 나귀들도 내려가면 되니까 상대적으로 힘이 덜 듭니다. 올라갈 때는 맨몸으로 다시 올라가고, 또 줄을 끌고 내려가면서 돌을 올립니다. 아주 영리한 방식을 썼습니다.

아크로폴리스 끝으로 가면 그리스 국기가 휘날리고 있습니다. 원래 요새화되었을 당시 감시탑 자리라고 합니다. 지금은 그냥 전망대죠. 여기 올라오면 아래 아테네 시내가 훤하게 내려다 보입니다.

제가 제우스 신전 갈 필요 없다고 아까 말씀드렸죠? 여기서 다 보이기 때문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하드리아누스 입구 뒤로 저 기둥 두어 개 보려고 입장료 내는 것은 바보짓입니다. 통합권 있을 때는 어차피 추가 요금 없으니 한 번 들려볼 수 있었겠지만, 별도 요금을 내야 하는 지금은 굳이 가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전망대 쪽에서 바라본 파르테논 신전입니다. 전망대와 파르테논 신전 사이에 무슨 건물이 있었던 흔적이 있습니다. 이 자리에는 로마의 아우구스투스 신전이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에야 진짜 흔적만 있으니 알 수 없죠.
아크로폴리스는 천천히 봐도 솔직히 1시간이면 다 볼 수 있는 곳이지만, 시간을 들여 음미할 가치가 있습니다.
이제 나갈 시간이 되어가기에 북쪽 슬로프를 통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왜 남쪽이 아닌 북쪽? 이유가 있습니다.
북쪽 슬로프가 나오면 입구 정면에 길 건너편에 계단이 하나 보입니다. 그곳이 바로 아레이오스 파고스 언덕으로 올라가는 계단입니다. 북쪽 슬로프로 나온 이유가 바로 이곳에 오르기 위함이었습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거대한 대리석 언덕이 나옵니다. 사람들이 다니며 연마되었기 때문에 미끄럽습니다. 아크로폴리스도 그렇지만 접지력 좋은 신발 신어야지, 미끄러지기 쉬운 신발 신으면 다칠 수 있습니다.

아레이오스 파고스 언덕에서 바라본 아크로폴리스입니다. 멋지죠? 좀 전까지 저기에 있었는데 지금은 밖으로 나왔다는 게 뭔가 아쉽습니다.

반대 방향을 보면 아테네 시내가 또 보입니다. 정면에는 마지막 날 가게 될 고대 아고라가 보이고, 오른쪽 가장 자리에는 로만 아고라도 보입니다.
경치가 좋은 곳이니 잠깐 아픈 다리도 쉴 겸 이 언덕에 앉아 경치를 감상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물론 의자가 있거나 한 것은 아니고 울퉁불퉁한 돌 위에 앉아야 하기에 엉덩이는 불편합니다.
다시 계단을 내려와 이제 다음 목적지를 향해 출발합니다. 다음 목적지는 미케네 유적지! 이 미케네 유적지는 패키지 여행으로 오시는 분이라면 대부분 선택 관광으로 가시게 됩니다. 관광 버스로 가니까 편하고 좋죠. 하지만 저는 외로운 자유 여행자! 고난의 길이 이제 시작됩니다. 우선 시외버스 터미널(Station Kifisou)까지 가야 합니다. 시외버스 터미널이 아테네 북서쪽 외곽에 있는 터라 트램을 타고 가야 해서 남쪽 슬로프 방향으로 가야만 합니다.

아까 위에서 봤던 헤로데스 아티쿠스 극장 정문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공연 중인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죠. 이 극장 입장료만 무려 30유로에 달합니다. 이미 다 봤는데 굳이 안에 들어갈 필요는 없겠죠? 저는 시간도 없으니 지나갑니다. 하늘 보세요. 날씨가 정말 예술입니다. 그런데 조금 더웠습니다. 10월 말인데 27도 가까이 되고 구름도 거의 없으니 좀 많이 덥습니다.
부지런히 트램 정거장을 향해 걸어가 계획한 시간 내에 정거장에 도착했습니다. 나란 사람, 정말 시간 엄수는 확실하구나. 후훗! 트램이 왔으니 타야겠죠? 그런데 어라라? 주머니에 넣어뒀던 교통권이 없어졌습니다. 아까 아크로폴리스에서 주머니에 물건 넣었다 뺐다 하는 사이에 훌러덩 빠진 모양입니다. 내 4.1유로… 세 번은 더 타야 본전인데… 흑흑.
다음 번 트램을 타려면 티켓을 사야 하는데 근처에 티켓 자판기가 안 보입니다. 티켓을 사려고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시간이 계속 흘러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이제는 교통권을 사도 트램 타고서는 버스 놓치기 딱 좋을 듯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아레이오스 파고스 언덕에서 좀 더 일찍 내려왔어야 했는데 여유 부리다 망했습니다.
이제 방법은 딱 하나 택시입니다. 엄숙한 얼굴로 길가에 서서 지나가는 택시들을 노려봅니다. 나와 눈을 마주쳐라, 마주쳐라. 멈춰라, 멈춰라.
하지만 아테네 택시들… 그렇게도 많은 택시들… 다 손님 태우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빈 택시 그렇게 많은데 이 동네는 어찌 된 일일까요? 슬슬 포기각을 세워야 하나 싶은 그 순간!
벤츠 택시(아테네에는 벤츠, 아우디 같은 고급차량 택시가 생각 외로 많습니다. 독일 근처라 덜 비싼 걸까요?) 운전자가 저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서로 강렬한 눈빛을 교환했습니다.
택시기사: 타실?
빅머니: Take my money!
택시기사: I got it!
택시가 멈추고 재빨리 탑승해 구글맵을 보여줬습니다. 기사는 오케이를 외치며 달리기 시작합니다. 저한테 왜 가냐고 묻더군요. 미케네 유적지 가려고 시외버스 타려고 한다니까 버스 시간을 묻습니다. 11시 버스라고 하니 15분(택시로 딱 15분 거리였습니다.) 남은 것을 보고 갑자기 방향을 틉니다. 구글 지도상으로는 더 돌아가는 길입니다. ‘이 자식이 돈 더 받으려고 미쳤나?’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서울로 치면 일종의 내부순환도로에 들어가는 것이었고, 신호 대기가 없으니 신나게 달릴 수 있었습니다.
가는 와중에 어디서 왔냐, 처음 왔냐, 아테네 좋니, 뭐 할 생각이냐 등등 스몰토크를 날리더군요. 사실 제가 영어를 아주 잘하는 게 아닙니다. 간신히 여행 영어 조금 하는 정도죠. 20대 이후 장거리 자유 여행을 처음 나간 것도 괜한 게 아니었죠. 기사가 쿠사리를 먹입니다. “너 영어 잘 못하네~.” 그래… 나 영어 못 한다. 으드득.
그래도 이런저런 수다를 하며 10분 만에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14.5유로인데 잔돈 50센트는 빨리 왔으니 고마운 마음에 팁으로 줬습니다.
아테네 시외버스 터미널은 정말 구식입니다. 외국인은 헤맬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어느 버스를 타야 할지 몰라 물어물어 버스를 찾았습니다. 버스표는 출국 전에 미리 예매해놨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버스 찾다가 놓칠 뻔했습니다. 게다가 어찌나 더럽고 냄새 나고, 사방에서 담배 피는 인간들 때문에 머리가 다 아프더군요. 참, 비흡연자는 그리스 가면 고생 좀 합니다. 길거리는 기본이고 식당에서도 밥 먹으면서 담배 피는 인간들이 넘쳐납니다. 여기는 우리나라 같이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래도 버스가 출발하니 이제 안심이 되었습니다. 대충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고 알고 있으니, 좀 쉬면서 풍경을 감상하기로 했습니다.

구글맵으로 이동한 경로를 보여드립니다. 참고로 구글맵에서는 이 시외버스 루트가 검색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저도 여기를 갈 수 있는 것인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영어로 검색을 하니 시외버스 이용한 사례들이 나와서 겨우 찾을 수 있었습니다. 시외버스는 현장 구매해서는 못탈 가능성이 있으니 며칠 전에 예매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무튼 보시는 것처럼 아테네 시외를 벗어나면 해안을 따라 달려 풍광은 좋습니다. 그리고 중간에 코린트 운하도 지나가서 버스 안에서 운하 구경할 수 있습니다. 굳이 내려서 그 운하만 따로 볼 필요는 없어진 셈이죠.
주말이라 그런지 길이 좀 막힙니다. 시외로 나가는 차들이 꽤 됩니다. 구글맵을 보니 이제 슬슬 도착해야 했을 시간인데 아직도 거리가 좀 남았습니다. 앞으로 가서 운전 기사에게 슬쩍 물어봤습니다. “얼마나 남았죠?” “3~4분 더 가면 됩니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는 구라는 만국공통이더군요. 20분 가까이 더 갔습니다…
이제 버스 정류장이 있는 피흐티에 내렸습니다. 버스에 내리는 순간 숨이 턱 막히더군요. 일단 구글 스트리트뷰를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https://maps.app.goo.gl/Wpdd6xg6cQhX4cE36
주변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커피숍 하나가 전부입니다. 저는 점심도 못 먹은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택시 타고 올라갈 생각이었는데 택시도 안 보였습니다. 버스 정류장 앞에 외국인 관광객 대상으로 영업하는 택시가 있고 편도 5유로를 받는다는 글을 봤기에 그것만 믿었거든요.
4km가량을 걸어야 되었습니다. 먼 길은 아니죠. 그러나 땡볕 밑에서, 이제 기온이 29도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걷기에는 녹록치 않은 거리이기도 합니다. 칼로리와 수분 보충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커피숍에 들어가니 커피 외에 다행히 차가운 음료와 공장빵(다른 선택지는 아예 없었습니다)을 팔고 있어서 그걸 샀습니다. 편의점 빵 같은 거 생각하시면 됩니다. 500밀리 제로콜라 하나와 공장 빵 하나, 우리나라면 대충 3천원 정도 하죠? 그런데 여기는 아닙니다. 무려 4.5유로! 우리 돈으로 7쳔원이 넘습니다. 손을 덜덜 떨며 이거라도 먹어야 걸을 수 있다는 생각에 걸으면서 빵을 씹었습니다.

걸어가는 길은 그래도 꽤나 운치 있는 시골길이었습니다. 구수한 퇴비 냄새가 가득한 시골길이었죠. 그래서인지 웬 파리가 엄청 날라 다닙니다. 진짜 그 놈의 파리 생각하면 지금도 치가 떨리네요.
제 옆으로는 차 갖고 온 사람들이 신나게 지나갑니다. 저 혼자 외로움에 몸부림치며, 뜨거운 햇볕을 맞으며 걸었습니다. 진짜 히치하이킹 한 번 해야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저는 차가운 내향인. 그런 짓은 못합니다.

아놔, 2km쯤 걸으니 경사가 시작됩니다. 저 멀리 미케네 유적지가 산 위에 있는 것을 봤기에 하이킹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미 햇볕에 지친 몸은 이걸 계속 가야 할 생각에 죽을 맛이 듭니다.
점점 땀으로 목욕하면서 헥헥 대며 언덕을 계속 올랐습니다. 잠깐씩 나무 밑 그늘에서 숨을 고르며 승용차와 관광버스가 지나가는 것을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봤습니다. 택시만 탔어도 이 고생을 안 했는데.

그래도 저 멀리 보이는 미케네 유적지가 있으니 발을 돌릴 수도 없죠. 계속 걸었습니다.
가는 도중에 아트레우스의 보고가 따로 있는데 여기는 돌아오는 길에 들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아시죠? 계획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1시간 넘게 고생하며 걸은 끝에 마침내 미케네 유적지 앞에 도착했습니다. 뭐라 뭐라 써 있는지 지친 저는 아무 생각이 안 들어 일단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땀을 식히고 숨을 골라야 했습니다. 참고로 미케네 유적지는 해발고도가 220미터 정도 됩니다. 저는 여기를 보면서 도대체 이 산속에 사는 인간들이 무슨 생각으로 트로이까지 쳐들어 갔을까 싶었습니다. 진짜 산속이거든요. 심지어 비도 잘 안 오고 물도 부족한 곳이라 아무리 봐도 사람 살기 좋은 곳은 아니었습니다. 보니까 물 저장고를 따로 건설할 정도였습니다. 미케네는 메두사를 처단한 페르세우스가 건설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페르세우스는 무슨 생각이었을까요? 자기는 페가수스 타고 다니니 괜찮다 이거였겠죠?
그럼에도 여기에 도시를 건설한 것은 이곳이 코린트와 나플리오 중간이어서 육상 교통의 목인데다, 양쪽 항구를 통제하기 좋은 곳이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즉, 지중해 무역을 장악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죠. 물론 저는 좀 공감하기 좀 힘들었습니다. 맨몸으로도 올라오기 쉽지 않은 이곳에 당시 중장보병이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열사병으로 쓰러졌을 것 같았습니다.
어쨌든 좀 쉬었으니 들어가야겠죠? 입장권은 20유로입니다. 하여간 그리스는 입장권 사다가 돈 다 쓸 판입니다. 미케네 유적지는 정상까지 쭈욱 이어지기 때문에 계속 올라가야 합니다. 올라가는 길 왼쪽에 박물관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는데, 박물관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하는 곳이라 마지막에 들르기로 했습니다.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길도 있는데, 이쪽에는 클리타임네스트라 무덤과 서클B 무덤, 아이기스토스 무덤이 있습니다. 티에스테스는 자신의 형 아트레우스와 사이가 안 좋았는데, 아트레우스는 조카들을 살해한 후 요리해 아이기스토스에게 대접했습니다. 자기 자식들을 먹었다는 사실을 안 티에스테스는 분노했고 딸을 겁탈해 낳은 자식이 복수를 해줄 것이라는 신탁에 따라 딸을 겁탈해 손자이자 자식을 낳았습니다. 이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버려졌지만, 아트레우스가 어떻게 알고 데려다 키웠습니다. 아트레우스는 아이기스토스에게 할아버지이자 아버지인 티에스테스를 죽이라고 명령했지만, 티에스테스에게 진실을 들은 뒤 돌아가 아트레우스를 죽였습니다.
그러나 티에스테스는 아트레우스의 아들 아가멤논에게 살해(또는 추방)당했고, 아이기스토스는 아가멤논의 아내인 클리타임네스트(트로이 전쟁의 원인 헬레네의 언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헬레네보다는 못해도 엄청난 미인이었다고 하죠)와 공범해 아가멤논도 살해합니다. 클리타임네스트는 남편이 카산드라를 첩으로 삼아 돌아오자 남편에게 분노한 상황이었거든요.
그렇게 복수를 다 한 뒤 아이기스토스는 미케네의 왕이 됩니다. 하지만 그 역시 아가멤논의 아들 오레스테스에게 살해당하고 후손들이 자멸하면서 아트레이드 왕조가 끝장나게 됩니다.
물론 실제로 이 무덤들이 클리타임네스트나 아이기스토스의 무덤인지는 모릅니다. 미케네 유적 밖에 따로 있는 아트레우스의 보고도 마찬가지고요. 단지 발굴 당시 이름을 그렇게 붙였을 뿐입니다.


먼저 아이기스토스 무덤입니다. 천장이 뻥 뚫려 있으며 원형입니다. 원래 천장이 없는지는 모릅니다. 왜냐하면 다른 무덤들은 모두 천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천장이 없는데도 안에 들어가 발을 구르면 텅~텅~하면서 소리가 울립니다. 재밌더군요.


클리타임네스트의 무덤은 안쪽에 높은 돔형 천장이 있습니다. 기원전 15세기경 건물이라고 하기에는 굉장히 정교하죠? 아트레우스의 보고도 위와 거의 같은 구조입니다.
다시 밖으로 나와 정상을 향해 걸어 올라갑니다.

그러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것이 미케네 유적의 상징과도 같은 사자문입니다. 성문 위에 커다란 삼각형 바위에 사자 두 마리가 조각되어 있습니다. 사자는 고대 유럽과 중근동에서 용맹의 상징이었습니다. 아프리카도 아닌데 사자가 뭔 얘기냐 할 수 있겠지만, 사실 사자는 유럽과 중근동에도 살았던 동물입니다. 아프리카 사자와는 다른 유럽 사자라는 종이 있었고, 기원전 1세기경에 멸종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그리스 신화에 헤라클레스가 사자를 때려잡았다느니 하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다 이유가 있습니다. 튀르키예 하투샤 유적에도 사자 조각상이 있는데 같은 맥락입니다.

사자문을 지나 안쪽으로 쭉쭉 들어가면 서클A 무덤이 나옵니다. 이 안에는 총 6개의 왕의 무덤이 있었다고 하며 황금 장신구로 장식한 유해들이 여럿 나왔다고 합니다. 그냥 보면 단순한 원형 구조물이지만 중요한 공간이라는 얘기겠죠.
계속 길을 따라 오르면 다양한 방의 흔적들이 보이고 그 앞에는 설명문이 쭉 써 있습니다. 왕궁터도 나오고 각종 주거지 공간도 나옵니다.

마침내 정상이 보입니다. 저 위가 왕들이 머물렀다는 공간입니다. 저 위에 올라가면 계곡 전체가 내려다 보입니다.

하나의 신화와 하나의 문명을 동시에 상징하는 이 장소에 오르면 시간 앞에 모든 것이 스러질 수밖에 없음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그 영광이 이제는 돌무더기로 남아 아는 사람 아니면 알아볼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계속 걸어가면 다시 내려가는 길입니다. 이쪽에는 여러 개의 방들이 또 나오는데 하나 하나 설명은 안 하겠습니다.


위 두 사진은 유적 거의 끝자락에 있는 것들로 우물과 지하 저수지 입구입니다. 메마른 산 위에 지은 유적이라 물 구하기가 굉장히 힘든 곳입니다. 아마 이런 저수 시설이 없었다면 이곳은 애당초 유지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유적의 마지막인 비상 탈출구(?)입니다. 여기를 끝으로 미케네 유적은 끝입니다.
다시 돌아오는 길은 우회해서 성벽을 따라 걸으면 굳이 정상까지 다시 오르지 않고도 사자문 쪽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사자문을 나오면 아까 말씀드린 박물관으로 갈 수 있는데, 꼭 가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여기서 발굴된 대부분의 유물이 첫날 갔던 아테네 국립 고고학 박물관에 있기 때문입니다. 거기를 들렀던 분은 굳이 여기 박물관은 갈 필요가 없고, 가지 못했던 분은 가볼 만합니다. 다만 여기 있는 유물들은 대부분 진품이 아니라 복제품입니다. 진품은 아테네에 있습니다. 저는 유물들 한 번 쓱 돌아보고 아픈 다리도 좀 쉬고 땀도 식힐 겸 들어갔습니다.
버스 도착까지 1시간 30분쯤 남기고 미케네 유적을 나섰습니다. 올라오는 길에 들르지 않았던 아트레우스 보고를 돌아가는 길에 봐야 하니 1시간 30분은 꼭 필요한 시간이었습니다.
아~ 고난의 시간이 또 시작된다 싶었네요. 이 뙤약볕에 또 1시간 30분? 일단 4.5유로나 주고 오렌지를 바로 착즙한 주스 한 잔 마셔준 뒤 힘을 냈습니다.
아트레우스 보고까지는 5분 정도 거리라 금방 갈 수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택시가 나타났습니다! 나이가 지긋한 택시 기사 영감님이 저를 보고 묻더군요.
영감님: 자네, 아까 피흐티 마을에서 올라오던 친구 아녀?”
빅머니: 그런데요?
영감님: 5유로만 내면 마을까지 태워준다!
빅머니: 콜!
덕분에 오늘 하루에만 두 번째 택시를 타게 되었습니다. 이 택시도 벤츠에요. 아, 사치스러워라~. 아트레우스 보고를 못 들렀지만 이미 너무 지친 상태라 그냥 가기로 했습니다.
제가 올라올 때 택시가 없어서 정말 힘들었다고 했더니, 미케네 택시 기사로 검색하면 자기가 나온다며 전화하지 그랬냐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정말 못 찾았었거든요. 찾았어도 전화는 안 했을 것 같기는 합니다. 아아, 내향인의 삶이란…
어쨌든 정말 5분 만에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영감님은 저 길 건너에 버스 오니까 여기서 쉬다가 가~ 하고는 5유로를 받고는 버스 정류장 앞 커피숍에서 카드 게임을 하고 있는 노인네들에 합류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저 영감님 아까 저를 봤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왜 그때는 제안을 안 했을까요? 택시 찾아 한참 서성였는데…
택시를 타버리는 바람에 1시간 20분 이상 시간이 붕 떠버렸습니다. 더위도 식힐 겸 커피숍에서 제로 콜라 한 병 또 사서 시간을 떼우는데 정말 시간 안 가더군요. 노인네들 떠드는 소리, 담배 냄새 아주 곤욕입니다. 그런데 정말 그 커피숍 외에 주변에 갈 곳이 없어요. 식당도 문 닫았고, 다른 커피숍도 없고~ 아주 동네 사랑방입니다.
마침내 오후 5시가 되자 조금 늦었지만 버스가 왔습니다. 티켓을 확인 받고 버스에 타자 어라라? 제 자리에 딴 놈이 앉아 있습니다. 이 그리스놈들은 지정 좌석이 뭔지 모르나 봅니다. 제 자리라고 하고 비키라니까 일행이 모두 모여 있다며 앞에 빈 자리 앉아 주면 안 되겠냐고 부탁합니다. 덩치 여럿이 부탁 아닌 부탁을 하니 저는 어쩔 수 없이 오케이.. 하며 다른 자리에 앉았습니다. 풍광 구경하려고 창가 자리 예약했더니…
사실 저만 그런 게 다른 사람들도 탈 때마다 자리 때문에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이럴 거면 좌석 지정은 왜 한 걸까요?
그러다가 저도 다음 정거장에서 좌석 주인이 타는 바람에 쫓겨나 또 다른 자리에 앉았습니다. 제 자리 두고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길이 또 막히는 터라 2시간이 거의 소요되어 아테네에 도착했습니다. 버스 터미널 근처에서 지하철을 타고 모나스티라키 광장에 내리니 8시가 거의 다 되었습니다.

굉장히 활기 찬 곳이고 식당마다 사람도 바글바글했습니다. 자리 있는 식당 찾아갈 힘도 안 남은 저는 이참에 기로스를 먹어보자 싶어서 기로스 맛집에 갔습니다.

이 가게인데 유명한 곳인지 손님이 엄청납니다. 테이블은 가게 앞에 서너 개뿐이라 포장해서 호텔로 가져갔습니다. 호텔이 이 가게에서 걸어서 4분 거리라 멀지 않았거든요. 4.4유로인데 기로스 개꿀맛! 정말 맛있었습니다.
샤워를 마치고 바로 쓰러져 잠들었습니다. 다음 날은 크레타 섬으로 가야 하는 날이 또 바쁜 하루가 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내일(또는 모레)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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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DK
25.11.04 · 12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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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빅머니
→ SDK 작성자
25.11.04 · 211.♡.195.13
1빠로 대장님께서 댓글을! 감사합니다. -
담담벼락을쳐다보고
25.11.04 · 211.♡.108.39
사진이 정말 예술이네요.
멋진 작품들로 안구정화 합니다. -
빅빅머니
→ 담벼락을쳐다보고 작성자
25.11.04 · 211.♡.195.13
감사합니다. -
에에스까르고
25.11.04 · 183.♡.123.226
생생한 여행기 웃으며 읽었습니다.
제가 다녀온 것만 같네요. -
빅빅머니
→ 에스까르고 작성자
25.11.04 · 211.♡.195.13
감사합니다. ^^ -
Ggksrjfdma
25.11.04 · 1.♡.216.81
좋습니다~ -
빅빅머니
→ gksrjfdma 작성자
25.11.04 · 211.♡.195.13
^^ -
쌍쌍딩아빠
25.11.04 · 193.♡.16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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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쌍딩아빠
25.11.04 · 193.♡.160.66
저도 작년 그리스 사진 한장 투척합니다
[https://s3.damoang.net/data/editor/2511/d3c9d9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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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하면 맘마미아 생각이 납니다. 장문의 정성스러운 글과 사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