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사이 (14.♡.103.59)
2026년 3월 9일 AM 09:47
본격적으로 신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학년이 바뀌는 자녀는 새로운 담임교사와 반 친구들에 대한 설렘 속에서 교실로 향하고,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되는 자녀는 학업 성적에 대한 부담까지 더해진 마음으로 새 학기를 맞이합니다.
그러나 학교폭력의 현실을 꾸준히 마주해 온 제 입장에서는, 신학기가 설렘만으로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또 다른 긴장감이 함께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3월에는 학교폭력 발생 건수가 많지 않습니다. 이는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학생들 사이에서 관계의 구조가 형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남학생 사이에서는 힘의 우위를 가늠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여학생 사이에서는 성향을 탐색하며 자신과 맞는 친구를 찾는 과정이 진행됩니다.
이처럼 관계의 틀이 만들어지는 과정 속에서 몇 가지 위험 요소가 드러나기도 합니다.다소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아이는 새로운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고립될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아이는 관계를 빠르게 확장하는 과정에서 경계를 넘거나 오해를 불러일으켜 갈등의 씨앗을 만들기도 합니다.
즉, 3월은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긴장과 힘의 균형이 조용히 자리 잡는 시기입니다. 그리고 이 균형이 잘못 형성될 경우, 4월 이후 본격적인 갈등이나 학교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에 신학기를 맞이하는 부모에게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몇 가지 당부를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자녀에게 ‘장난’과 ‘폭력’의 기준을 분명히 알려주십시오.
지속적으로 강조하지만, ‘장난’과 ‘폭력’의 기준은 가해 학생이 아니라 상대가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대부분의 학교폭력은 ‘장난이었다’는 말로 시작됩니다. 그러나 상대가 불쾌함과 두려움을 느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장난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이 기준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 무심코 한 행동이 폭력이 되고, 뒤늦게 “장난이었다”고 항변해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분명히 알려주어야 합니다.
장난은 둘 다 웃을 때만 성립된다는 것,
상대가 거절하기 어려운 분위기에서 이루어진 행동은 장난이 아니라는 것,
싫다고 표현했는데도 반복되면 그것은 괴롭힘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 기본 원칙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학교폭력에 연루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집니다.
둘째, 성인지 감수성 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최근 성 관련 학교폭력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으며, 가해 학생의 연령도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호기심의 문제가 아니라, 경계에 대한 인식 부족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녀는 신체적 접촉의 의미와 상대의 동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어야 합니다. 물론 모든 신체 접촉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동의 없는 접촉, 성적 농담, 온라인상에서의 부적절한 표현은 언제든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성 관련 사안은 결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조사와 심의 과정에서 아이는 소문과 억측 속에 놓이게 되고, 그 심리적 고통은 쉽게 회복되지 않습니다.
연령과 상관없이, 부모는 반복적으로 이야기해야 합니다.
상대의 동의 없는 행동은 해서는 안 되며,
상대가 불편해 하는 선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셋째, 자녀의 자존감과 양육 환경을 점검하십시오.
학교폭력은 자존감과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자존감이 낮은 아이는 공격성으로 왜곡되기도 하고, 피해를 입었을 때 상처가 오래 남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많은 부모는 자존감보다 성적에 더 많은 관심을 둡니다. 심지어 성적이 좋으면 자존감도 높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성취와 자존감은 동일하지 않습니다.
부모는 자녀의 결핍과 성향을 이해하고, 자녀와의 유대 관계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비난보다 지지, 비교보다 공감이 많은 환경 속에서 아이의 ‘마음 근육’은 자랍니다.
이는 단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점검이 아니라, 자녀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기본 토대입니다.
자녀가 학교폭력을 겪게 되면, 그 가정은 말 그대로 일상이 무너집니다.
처음에는 분노가 올라오지만, 곧 무력감과 죄책감으로 바뀌어 가족 전체를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뜨립니다.
‘우리 아이는 착하다.’
‘우리 아이는 공부도 잘하니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러한 방심이 가장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은 특정한 아이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신학기를 시작하는 지금, 부모가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자녀에게 분명한 기준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부디, 여러분의 자녀가 학교폭력에 연루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댓글 (1)
-
아아빠밥죠
03.09 · 223.♡.206.251
좋은 글 감사합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