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218.♡.227.59)
2026년 6월 25일 PM 02:16
지난 글에서는 어떤 포인트로 커뮤니티를 맞춤 공략했는지를 써봤습니다. 고유의 커뮤니티가 가지고 있는 약점들이 있고, 분탕 세력 더 나아가서는 작업으로 의심되는 세력들은 커뮤니티를 점령할 때 그 포인트를 물고 늘어져서 공감하는 인원을 늘리고 자신의 목소리를 크게 하는데 활용합니다. 소위 '딱스터콜' 이후 디씨의 마이너 갤러리(주로 게임/애니 등 취미 갤러리), 펨코 등을 주 점령지로 하고 엠팍, 오유 등을 무너뜨리는데 이용됐던 게 기억해야할 점입니다.
https://damoang.net/free/6530903
오늘은 디시 민주당 갤러리에 올라온 꽤나 흥미로우면서도 의심을 지우기 힘든 예시를 가지고 커뮤니티 작업글이 가질만한 서사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이걸 이해하기 위해서는 커뮤니티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디시인사이드의 민주당 갤러리는 디시에서 보기 드문 친민주당 게시판입니다.
민주진보세력에 대한 너른 지지를 하고 있지만, 동시에 민주당 퍼스트 기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개의 유저들은 2030 남성으로 추정되며 디시 문법에 능숙합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을 동시 지지하며--전직 대통령에 대한 지지라는 표현은 어색합니다만...--친이재명을 표방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에 대해서는 발작처럼 반응합니다. 애초에 문재인 대통령 되기 전부터 친민주당으로 꾸려온 게시판입니다.
이 민주당 갤러리에서 가장 환영하는 뉴비는 '2030 남성 전향자'입니다. 혹은 귀순자라고도 표현합니다. 목적 자체가 디시의 서백림을 자처하면서 전향자들을 만들기 위한 전진기지이기 때문에, 이전에는 국힘(윤어게인 포함), 개신당을 지지하던 젊은 유저들이 민주진보 진영으로 노선을 변경했다고 하면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게시판입니다. 이런 맥락을 두고 아래 글을 보셔야 합니다.
제목: 호남 20대 보수남의 주절주절
원글: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minjudang&no=5242093
아카이브: https://archive.md/Um5hq
이 글이 흥미롭고 제가 의심을 지울 수 없는 건 갈라치기할 요소들이 굉장히 많으면서도 서로 상응하지 않는 부분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서사의 핵심을 짚으면 같습니다.
광주 출신 20대 남자
원래(아마 10대 시기로 추정)는 광주 비하하는 게 싫어서 민주당 지지
주변에 친구들이 보수여서(국힘 지지하고) 민주당 지지하면 ㅄ이라는 분위기가 있어서 국힘 지지
문재인 대통령을 찍었지만 이재명 악마화에 영향을 받아서 윤석열 찍음
국힘에 질려서 보수의 새 희망 개신당 지지
최근 대선에서는 이재명이 아니라 김문수 찍음
반도체 공장 등의 호남 지원이 늘어나는 걸 보고 전향
댓글을 보시면 알겠지만 환영하는 사람도 있고, 비아냥 거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민갤은 비추 버튼이 없어서 얼마나 의심하고 있는지 알아보기는 힘들지만, 대놓고 진위 여부를 의심하는 유저도 한 명 보입니다. 그럼 이제 제가 왜 이 글을 의심하고 분탕의 포인트를 짚어봐야하는지 설명하겠습니다.
(1) 서사가 너무 달콤하다
광주 출신입니다. 그리고 주변 친구들의 영향 때문에--일베 문화가 형성한 반작용이죠, 또 아마 주변 분위기 때문에--민주당만 지지하는 부모세대에 대한 반발(실제로 이걸 일베했던 원인으로 꼽는 유저도 있습니다)로 국힘을 지지했다가 전향했다는 서사는, 전향자를 환영하는 사람들에게 달콤한 서사입니다. 일베에서 소위 '탈라디언'이라고 자칭하던 사람들이 이제 정신차렸다고 하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궤적을 보면 굉장히 부자연스럽습니다. 문재인->윤석열->개신당->김문수로 돌아오는 서사는 그 자체가 기묘합니다. 애초에 20대라고 주장하고 이준석을 지지했던 사람이고 아직 전향하기 전이라면 김문수가 아니라 이준석을 찍었어야 서사가 맞습니다. 윤석열이 대통령 되고서 돌아오는 것이 없어서 욕했던 사람이 개신당으로 돌아섰는데(?), 다시 국힘의 김문수를 찍는다는 건 서사의 앞뒤가 맞지 않는 거죠. 개신당에도 실망해서 차라리 권영국이나 전혀 생뚱맞은 후보를 찍었다면 외려 더 말이 될겁니다. 하지만 문->윤->개->김으로 이어지는 지지의 궤적은 이상합니다. 없을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요.
(2) 수능이 387점이다?
수능을 종합 총점으로 얘기하는 세대는 굉장히 예전 세대입니다. (예전 세대여서 슬프네요) 댓글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비교적 최근 10년 이내에 수능을 치른 세대라면 등급을 얘기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아 나 수능 1111인데'처럼 말이죠. 특히나 영어는 절대 평가로 바뀌어서 총점에 가산하는 것도 이상합니다. 자신의 지적 우월을 드러내는 장치로 수능을 얘기하는 것이 굉장히 고루한 방식이면서도--차라리 대학을 쓰는 게 낫죠--동시에 그 방법조차 늙었습니다(제가 늙었단 이야기입니다).
소위 보리수(자칭 합리적 보수들)가 좋아하는 것이 메리토크라시(능력주의)입니다. 그리고 꼭 얘기하는 것이 자신이 얼마나 좋은 대학을 나왔고 성적이 우수한 지를 설명하죠. 대개 이 때 사용하는 것이 수능 성적입니다. 지금 당장 수만휘를 가보시면 알 겁니다. 능력주의를 신봉하는 젊은이들이 어떤 서사를 사용하는지. 그들은 점수가 아니라 등급을 이야기합니다. 대학을 말하구요. 그 누구도 점수를 말하지 않습니다.
(3) 문재인과 이재명 갈라치기
민주당 지지자라면 압니다.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찍었던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것을요. 근데 저 글에선 "문재인을 찍었음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별로라고 말하고, 이재명 후보를 두 번이나 뽑지 않았지만 "우리 대통령님"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네, 갈라치기죠. 제가 이 해설 글을 쓰게 만든 동기이자 주의를 요하는 부분입니다.
이 글은 그 자체로 의심스럽습니다. 스스로를 정의한 키워드를 나열하면 이렇습니다: '광주'+'좋은 대학 다니는 엘리트(수능 387점)'+'20대'+'남자'+'전향자'. 이 글은 은근슬쩍 이 키워드에 포획되는 대상들을 갈라치기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마치 '그래 지금이라도 정신차렸으니 다행이야' 싶은 서사의 아래에는 '와 이런 애가 국힘을 지지했었네' 혹은 '이래놓고 문재인과 이재명을 가른다고?' 하는 반응을 불러일으키게 만듭니다.
(4) 배워야 할 점
저 글이 주작인지 아닌지는 판별하기 어렵습니다. 진짜라고 하기엔 서사가 이상하고, 주작글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허술한 곳이 많죠. 하지만 제가 언급하고 싶은 것은 이것입니다. '커뮤니티 작업질/분탕질은 맞춤형으로 온다.' 위에서 지적했던 민갤의 성격을 기억하실 겁니다. 디시 내의 전진기지이기에 1) 젊은 남성 중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핵심거점이자 2) 전향자들을 환영하는 곳입니다. 이들의 약한 고리는 두 번째 성격: 전향자에 대한 따스한 환영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방법론은? 반문친명입니다. 대놓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토하지는 않지만 강력한 친이재명을 표방하며 들어온 유저가 늘어나고 이들에 의해서 여론이 좌우되기 시작한다면? 또 하나의 친민주 커뮤니티가 넘어가는 겁니다.
언제나 기억해야 합니다. "커뮤니티 작업질은 맞춤형으로 다가온다"는 교훈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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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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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불태워버려
06.25 · 112.♡.2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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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개발전문가
06.25 · 183.♡.107.230
작업글을의 대부분에 적는 글이 있지요
"민주당 지지자 인데요"
민주당 지지자는 민주당 지지자라 이야기 안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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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eltant79
→ 개발전문가
06.25 · 61.♡.152.133
민주당 지지자가 절대다수인 커뮤에서 민주당 지지자라는 말로 시작하는 사람은 웃기죠.
어떤 한국인이 한국에서 "저 한국인인데요"로 말을 시작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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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