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우몽키 (119.♡.255.143)
2026년 7월 6일 AM 11:15
*아마 이 글이 다수가 보는 온라인에서 제가 쓰는 '-노' 의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PC통신 부터 쭈욱 복기하면서 든 생각들을 써봅니다.
PC통신과 인터넷 초기에는 '인터넷 어'를 주로 썼던 것 같습니다. 다 기억은 안나지만 귀엽게 보이는 느낌으로 '-유' 같은 충청도식 문장 마무리를 썼던 기억이 있네요. ~셈, ~하오 뭐 이런것들도 기억나지만 평소에는 그랬던거 같습니다. 그때도 '-노' 라는 말은 썼었는데 그렇게 의미를 담는다기 보다는 친한 친구들이나 지인들끼리의 게시글 등에서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디씨에서 시작된 지역놀림이 지역비하로 번지면서 인터넷 말에서도 사투리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던것같습니다. 으따~ 하랑께~ 이런것들이요. 그러면서 우덜식 이런식 표현이 등장하면서 완벽한 지역비하로 고착화된 느낌이었습니다. 그 즈음부터 글이나 댓글에서도 '-노'가 심심치 않게 보였던것같네요.
일베가 노무현 조롱을 시작하면서 잘 아시는 그 짓거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시도때도없이 이상한 문장들을 구사하기 시작했지요. '자유게시판이노' 따위의 말같지도 않은.
경상도 사람들은 좋게말해서 지역 자부심, 나쁘게 말하면 개꼰대 스러운 부분들이 좀 정서에 깔려 있습니다. 이게 서울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생기는 것인지, 우월하다는 느낌인지는 모르겠으나 가만 생각해보면 그래요. 제가 살고 있는 고장을 생각해보면... 더위부심이라거나, 먹는것에 대한 것이라거나(이거 무봐라 ㄷ진다아이가 뭐 이런) 저조차도 그런거에 좀 쓸데없는 자부심을 가지고 이야기 했던것같습니다.
또는, 2000년 초기즈음에 유행했던 조폭/건달 영화들에 영향을 받아 쎈척하는 뭐 그런 것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라세느의 그 친구의 독특한 영상들을 재밌게 보면서도 '와 저래 오바하노?' 라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아마도 방송 컨셉이 그렇다보니 더 세게 이야기 하는 부분도 있겠지요. 타지역 분들이 볼때는 그나물의 그밥같겠지만, 제가 느낄때는 방송버전의 억텐이 좀 보였습니다. 사투리를 쓰지만 너무 과하게 쓴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번 논란은 그런 억텐에서 시작된게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경상북도어, 경상남도어가 다르지만, 이번에 나온 '무섭노' 라는 표현은 경상북도쪽에서는 분명히 쓰는 표현은 맞습니다. 다만 이건 혼잣말 또는 문장구성이 필요없는 정도의 친근한 사이에서 쓰는 정도로 보시면 될듯합니다. 이를테면 이런겁니다. 폐가에 혼자 들어가서 으스스한 느낌을 받으며 친구에게 전화하는 상황에서 '무섭노~' 한다는 느낌. 늬앙스로 본인의 감정을 드러내는 느낌이라, 가가가가가 어어어 같은 경상도 사투리 밈 처럼 성조가 들어가야 완성되는 말 입니다.
문제는 일베어가 이 모든것을 다 집어삼켜버렸다는 것이겠지요. 위에서 말한것처럼 전라도 방언으로 지역 비하하던 그 모양새로. 어쩌면 수십년간 뿌리내린 경상도발 지역감정의 원죄로 인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는 성조나 단어로 인한 사투리 정도가 있고, 문장구성에서는 '-노'로 끝나는 말은 잘 안씁니다. 성조가 붙으면 발음이 이상하거든요.
이를테면 [(말도안하고 먼저)밥먹었네(나참)] 의 의미로는 평서형 문장으로 '밥뭇노(밥 무욷노)' 라는 말을 원망의 늬앙스를 담아 씁니다. 하지만 식사여부를 묻는 질문은 '밥뭇나? '라고 써요. '밥뭇노?'라고 말하지 않아요. 말로 하면 이상하거든요. 하지만 이런 발음상의 차이를 모르고 그냥 타이핑으로 '밥뭇노' 라고 하면 이게 일베언지 감정을 담은 말인지 롤라요.보통의 인터넷 적당히 하고 인스타, 개드립 같은것에서 개그게시물 보는 타지역 사람들에게서 노/누 문장을 많이 봅니다. 심지어 경상도에서 중고교까지 마치고 서울로 간 원주민조차 티나는 일베어를 써요. 그런것들을 볼때마다 굉장히 어색하고 불편한 감정을 느낍니다. "그거 일베어잖아요?" 라고 하고싶은데 그렇게 찬물을 끼얹고 싶지가 않습니다. 인터넷 과몰입종자 취급받는게 싫은것도 맞습니다. 그렇게 오늘도 '월요일부터 졸리누' 소리를 봅니다. 충청도 출신의 40대 아저씨 카톡입니다. 그냥 그렇게 넘어갑니다. 마음속에 불편함을 가지고.
나는 그냥 문어체로 글 쓰는건데, 왜 이런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평소에는 '부모 잘못 만난 죄지 뭐' 하는 자조적인 말로 넘어가는데, 이런 이슈에서는 꽤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글들을 쭉 읽어보고 깊게 생각을 해봅니다.
앞으로도 카톡 등에서는 사투리 엄청 섞인 말들을 쓸것입니다. 오늘도 친구에게 "비오노 ㅋㅋㅋㅋㅋ" 라고 보냈죠. 다만 이제는 인터넷 상에서는 문어체 사투리는 왠만하면 안쓰도록 의식을 해야겠습니다. 쓰나 안쓰나 에 초짐을 맞췄는데 실상 이런 이야기를 할때마다 일베를 연상하는게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같은 느낌이거든요.아닌데? 이거 쓰는데? 라고 꾸역꾸역 쓴다는건 어쩌면 '일베'라는 한국 근대 인터넷사의 암적인 가해자의 생명을 계속 연장시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안쓰는 쪽으로 마음먹어야겠습니다. 제가 일베는 아니지만 본의아니게 그 가해행위의 심각성을 흐리게 만드는 사람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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