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는 지방 출신으로서 뇌리에 박혀 있는 세 가지 기억

Lv.1 스토니스 (163.♡.151.8)

2026년 7월 6일 PM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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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하면 떠오르는 기억이 세 개 있습니다.

  1. 제가 너댓살 때엔가 아버지, 어머니 손 잡고 서울 첨 올라왔었어요. 두살 터울 동생이 업혀있었으니 어쩌면 조금 더 어렸을 지도 모르죠. 아버지 돈 떼어먹고 튄 누굴 잡으러 올라왔었던 것 같습니다. 여튼 그 때 장마로 물난리가 나서 길에서 흙탕물이 제 목까지 찼던 그 장면이 너무나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어느 고기집인지 식당 앞에 서서 덜덜 떨었던 기억, 그리고 쫄닥 젖어서는 지하철 1호선 탔는데 천정에서 선풍기가 돌아가던 것도 기억납니다. 부산에서 나름 곱게 자라서, 물난리 난거 처음 겪었 ㅠㅠ

  2. 제가 열 두~세살땐가? 부산에서 아버지 차를 타고 제기동 살던 이모할머니댁에 갔는데, 네비란게 없던 시절이라, 길을 헤매다 청량리쪽으로 갔어요. 588이라고. 빨간 네온이 있는데 아마도 첫 든 생각은 정육점이었습니다. 흐음? 흐음.

  3. 20대 중반 좀 넘어, 전문연으로(병특) 회사를 다녔고 사무실이 여의도에 있었습니다. 당시 지내던 집이 대흥동 쪽이라 서강대교를 건너다녔는데 해질녘 하늘을 보면서 늘 든 생각은 '아 참 서울 싫다' 였습니다. 병특이라고 월급을 너무 많이 후려쳐서, 학자금 갚고나면 맨날 돈이 부족했거든요. 서울에서 해질녘 하늘은 늘 곤궁한 그 때를 떠올리게 합니다.

근데, 서울 아가씨 만나 결혼하고, 서울에서 난 아들을 두고 살고 있네요. 아들이 서울말 쓰면 무지 귀엽고 이쁩니다. 쟤가 부산 억양으로 말하는건 도통 상상이 안갑니다. 그래도, 돼지국밥 좀 제대로 먹여주고 싶고 냉면보단 밀면 좋아했음 좋겠고 그런데, 여길 벗어날 방법이 없네요.

댓글 (10)

  • 뇌공앙

    뇌공앙 Lv.1

    07.06 · 118.♡.74.116

    청량리... 제 홈그라운드를 방문하신 적이 있으시군요. ㅎㅎ

  • 스토니스 Lv.1 → 뇌공앙 작성자

    07.06 · 163.♡.151.8

    지금 회사는 안암동쪽이라 청량리쪽에 밥먹으러 가끔 나가기도 합니다 ㅋㅋㅋ 늘 근처 가면 천지개벽이라고 느낍니다

  • 뇌공앙

    뇌공앙 Lv.1 → 스토니스

    07.06 · 118.♡.74.116

    저도 40년 전이라 가면 모릅니다.

    다니던 중학교는 아파트에 포위되었고ㅎㅎ

  • PWL⠀

    PWL⠀ Lv.1

    07.06 · 61.♡.133.154

    대흥동에 사셨는데 을밀대에 안 가신건가요? (그 시절엔 지금만큼 비싸진 않았…)

  • 스토니스 Lv.1 → PWL⠀ 작성자

    07.06 · 163.♡.151.8

    대흥동엔 자취였죠. 본가가 부산이었고 결혼하고서야 전출했죠. 을밀대는 어딘지 몰라요.

  • PWL⠀

    PWL⠀ Lv.1 → 스토니스

    07.06 · 61.♡.133.154

    초유명 평양냉면집입니당 ;;;

  • 스토니스 Lv.1 → PWL⠀ 작성자

    07.06 · 172.♡.252.21

    다음에 아이 데리고 꼭 가보겠습니다 ㅋㅋㅋ

  • goro

    goro Lv.1

    07.06 · 115.♡.126.226

    청량리 진짜 많이 변했죠, 경동시장 건너편에 큰 어시장이 있었는데 엄마가 청량리 가자하면 그렇게 싫었어요. 경동시장에서 바리바리 손가락 아프게 들고선 마지막으로 어시장에서 이런저런 생선사서 버스타는게 코스였거든요.

    지금은 그 어시장 자리에 목아프게 고개들어 봐도 꼭대기가 보일락말락하는 큰 주상복합 들어온거 보면.. 시간이 그렇게 흘렀네 싶어요.

  • 스토니스 Lv.1 → goro 작성자

    07.06 · 172.♡.252.21

    경동시장에 냉면(2층) 먹으러 가끔 가곤 합니다. 청량리에 들어선 높은 건물들보면 아찔하죠

  • Silvercreek

    Silvercreek Lv.1

    07.06 · 121.♡.214.196

    광주에서 근무하던 아버지가 월남 파병을 가시게 되어 온 식구가 침대차로 밤새 서울역까지 갔던 기억이 서울에 대한 최초의 기억인 것 같습니다. 김포공항에도 그 때 처음 가 본 것으로 기억합니다.

    파병에서 돌아오신 후 지금의 은평구로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지방에서는 나오지 않던 TBC에서 소년 잡지에서나 보던 만화들(황금박쥐, 요괴인간, 사이보그 009등)을 해 주어서 정말 신나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합니다. 광주에서는 들어보지도 못했던 오전반, 오후반도 신기했죠. 그 때 초등학교 학생 수가 거의 몇 천명이었을 겁니다.

    5, 6학년이 되어서는 미도파, 코스모스, 신세계가 있었던 명동 근처에 어른들 없이 친구들끼리 놀러 다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사대문 안을 항상 그리워 하는 이유가 아마도 이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의 기억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서울의 봄 때에는 불붙은 버스가 중앙청으로 돌진하는 것을 목격했고, 서울역 회군 전날에는 서울역에서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79년 12월에는 한남동에서 버스에 두 시간 넘게 잡혀 있던 기억이 있습니다. 기억이 흐릿한데, 아마도 12일 그 근처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은 경기도로 이전한 단국대의 정문에는 항상 탱크가 세워져 있던 시절입니다.

    사족으로, 나중에 기억이 나지 않을까 봐 적어둡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UFO 상대로 서울에서 위협사격을 하던 밤, 하늘로 올라가던 총탄의 불길도 기억합니다. 초등학교 때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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