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냥이집사 (211.♡.81.104)
2026년 7월 16일 PM 04:26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바라지만, 이재명 개인의 성공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경제학에 주인-대리인 문제라는 게 있습니다. 주인이 대리인을 고용해 일을 맡기는데, 대리인이 주인의 이익이 아니라 자기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상황을 말하지요. 이걸 막는 방법은 결국 감시입니다. 그런데 주인이 대리인을 사랑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요. 감시가 끝납니다. 그 순간부터 대리인은 주인의 대리인이 아니라 주인의 주인이 됩니다.
대통령은 대리인입니다. 우리가 위임한 가치를 실현하라고 고용한 사람입니다. 검찰개혁이든 뭐든, 우리 진영이 원했던 것들이 실현되면 그게 성공입니다. 이재명이라는 개인이 청와대에 앉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쁜 일이라면, 그건 지지가 아니라 팬덤입니다.
수단이 어느 순간 목적의 자리를 차지하는 현실, 이를 목표전치라고 부릅니다. 검찰개혁을 위해 이재명을 지지했는데,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이재명이 한다는 이유로 모든 걸 익스큐즈하고, 선해하고 있는. 비판하는 사람을 작세로 분류하고. 순서가 뒤집힌 줄도 모르고 말입니다.
지난 1월에 이 정부의 쌩얼을 봤습니다. 이제 와서 극적으로 유턴한다고 해도 누그러지고, 기뻐할 것 같지 않습니다. 이미 이재명에 대한 신뢰는 그때 끝났습니다. 그래도 나는 이 정부가 순항하길, 끝내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모순이 아닙니다. 내가 바라는 건 이재명이라는 사람의 성공이 아니라, 우리가 위임한 가치를 실현하는 자리의 성공이기 때문입니다. 도구가 제 기능을 하면 기뻐하고, 못 하면 줘 패는 것. 주인이 하는 일은 그게 전부입니다.
지지는 어음이 아니라 현찰 거래입니다. 가치가 실현되는 만큼만 지불해야죠. 선불로 다 줘버린 주인을 위해, 대리인은 일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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