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자라, 솥뚜껑
에스까르고

Lv.1 에스까르고 (183.♡.123.226)

2026년 7월 18일 PM 04:23 · 수정 3회(16:29)

조회 363 공감 0

6월부터 우울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여럿 있겠지만, 생활인의 영역에서 보면 노후화된 기기들이 하나둘씩 곁을 떠난 탓이 큽니다.

먼저, 아래에서 언급할 기기들은 특별한 언급이 없다면 최소 10년은 지난 전자기기들임을 전제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

습기 많은 날이 계속되면서 원래부터 상태가 좋지 않았던, 아마 2015년에 구입했을 필립스 미니콤포넌트가 제멋대로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합니다. 그래서 전원선을 뺐죠. 어차피 미니콤포넌트로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TV용 사운드 시스템으로 이용 중이었기 때문에 미니콤포넌트 전원을 뺀다고 해서 제가 불편할 것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오래된 것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떠나보내야 할 친구가 하나 생긴 것이 섭섭한 거죠.

***

2012년도에 구매해서 손수 백라이트를 2차례 갈아가며 쓰던 TV도 시청 중에 갑자기 패널불량 증상을 일으켰습니다. 고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뒷면을 열고 케이블 청소를 마지막으로 해줬습니다. 오랫동안 함께 한 친구를 떠나보낼 때 그래도 최선을 다하는 거지요. 그래야 후회가 남지 않을 거니까요. 그 빈자리는 임시로, 더 오래 전인 2009년에 샀을 TV로 채워두었습니다.

***

엊그제, 2020년 출시와 동시에 예약 구매했던 S20 울트라의 액정에 예쁜 분홍색 세로줄이 생겼습니다. 진달래색, 또는 마젠타 컬러라 불러야 할 선이 정중앙에서 1,2픽셀 정도 왼쪽에 선명하게 생겼습니다. 이것도 하드웨어적인 장애임을 알면서도 사용자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시도를 해줬습니다. 인터넷 검색해 보니, 안전모드를 켜봐라 하는 말이 있어서 안전모드로 켜봤습니다. 증상은 그대로이고, 개인설정(바탕화면)이 날아가 버려 복구하는데 시간이 좀 들었습니다. 인터넷에서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서는 안된다는, 익히 알고 있는 교훈을 다시 한번 새기게 됐습니다.

***

그리고 오늘, 작업 중에 트랙볼(마우스) 오른 클릭이 먹히지 않는 증상이 발생했습니다. 일단은 단축키 (shift + F10)으로 해결하고, 트랙볼을 분해했습니다. 오늘 작업하면서 트랙볼 움직임이 꽤 뻑뻑해서 어차피 청소는 해줘야겠다 생각했던 차였습니다. 분해해보니 오른 클릭을 담당하는 스위치 자체는 눌리는 느낌이 전혀 이상이 없었습니다. 혹시 케이블이 끊어졌나 살펴보았지만, 특별한 이상이 눈에 띄지도 않았지요. 그래서 내부 청소와 윤활을 하고 재조립해보았는데, 아뿔싸 문제는 여전했습니다. 그러나 트랙볼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오른쪽 스위치 자체는 전혀 이상이 없음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쓰는 트랙볼은 트랙볼 dpi(민감도) 조정을 할 때 가운데 버튼과 오른쪽 버튼을 동시에 누르게끔 설정되어 있는데, 무의식적으로 두 버튼을 눌렀더니 민감도 변경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버튼 자체 이상은 아님을 알았습니다.

***

리부트하니까 오른 클릭은 이상없이 작동했습니다. 다만 청소 과정에서 조립을 잘못한 휠버튼이 매우 뻑뻑하더군요. 그래서 속으로 짜증을 무진장 내면서 다시 분해하여 휠버튼쪽 기계장치들을 다시 손봤습니다. 이리저리 순서를 바꾸고 방향 안팎을 바꿔보니 제대로 동작을 합니다.

***

다했다~ 외치려는 찰나, 택배가 왔습니다. 아버지가 체코 여행가서 사오신 자그마한 그림을 담을 액자가 왔네요. 통상적이지 않은 비율 - 500*235(mm) -이어서 액자 업체에 주문제작했던 것이었는데, 기성품 사는 것과 차이 없을 정도로 빨리, 그것도 연휴임에도 불구하고 도착해버린 것이었습니다. 수요일에 마트에서 사왔던 A3용 액자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늘씬하고 매끈해서, 부모님과 저 모두 만족했습니다.

***

물건과 기계 장치들을 만지듯, 사람 마음도 어루만져 고칠 수 있으면 참 좋겠네 생각을 합니다. 아니, 어쩌면 나, 또 우리들은 서로 만지고 고쳐가는 중일지 모릅니다.

댓글 (2)

  • 돌궁댕이

    돌궁댕이 Lv.1

    16:30 · 39.♡.147.122

    저는 어릴 적에 오랜 기간 귀하고 소중하게 사람의 손때 묻은 물건이 어느순간 도깨비로 변한다는 이야기를 참 좋아했습니다. 꽤 재밌는 호러영화 소재로 괜찮을 것 같은데.. 아직 영화로 만들어지진 않은 것 같네요. ㅎㅎㅎ

  • 에스까르고

    에스까르고 Lv.1 → 돌궁댕이 작성자

    16:42 · 183.♡.123.226

    그 도깨비들은 아마 저를 쫓아와서 벌을 주려고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