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8DO (221.♡.127.167)
2026년 7월 28일 PM 11:13
시작은 아마 한두달 전이었을 겁니다. 자주 다니던 동호회 모임 중에 말문이 막혀버리는 일이 있었고, 자취방에 귀가했을때 공황발작이 왔었던 것으로 추측되는데, 그 후로도 한두번 정도 있었지만 가슴 두근거림이 좀 있는 정도로 약했고 10초에서 30초 내외로 짧게 와서 그냥 넘어갔던 게 화근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1일째, 낮까지만 해도 별 문제 없었습니다. 일 열심히 했고, 와중에 틈틈이 자동투자 Openclaw 봇도 만들어보고, 동료들과 얘기도 하고 그랬죠.
저녁에 회식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갑자기 말문이 막히기 시작했습니다. 아무 말 없이 그냥 밥만 먹었죠. 회식이 끝나고 저녁 10시쯤 집에 돌아와 잠깐 유튜브를 보다가 좋아하는 게임을 하려고 하는데 게임 플레이 버튼을 못 누르겠는겁니다.
그러면서 갑자기 가족도 친구도 없이 나홀로 이 좁은 방 안에 남게 되면 어떡하나 하는 극심한 불안이 몰려왔습니다. 그 불안의 정도는, 13층에 있는데도 유리창을 깨고 뛰쳐나가고 싶어질 정도였죠.
그래서 일단 자취방을 나와서, 평소에도 가끔 스트레스가 쌓일 때 풀러 가던 코인 노래방을 갔습니다. 방이 작다보니 답답해서 여러번 나왔다가 들어갔다 하며 부르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노래를 부르고 나니 좀 진정이 되어서 자취방에 들어가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
2일째, 역시 낮까지는 괜찮았습니다. 샤워하는 데 화장실이 답답한 느낌이 들어 문을 살짝 열어두고 샤워했고, 말수는 여전히 평소보다 적었지만 그래도 두근거림이나 답답한 정도는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불안감도 그리 들지 않았고요.
문제는 밤에 수면을 취하러 숙직실을 들어갔을 때였습니다.
숙직실 들어서고 얼마 되지 않아 첫째날 밤에 자취방에서 느꼈던 그 공포감, 두근거림, 심장 조여오는 느낌이 다시 엄습했습니다.
숙직실 나가면 바로 동료들이 아직 일하고 있는 사무실이라 나가볼 수도 없고, 그냥 증상을 견디면서 숙직실 안을 2시간 넘게 걸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딱 1시간 정도 자고 깨어나 전후반 교대를 했네요.
그나마 다행인건 같이 일하는 동료가 옆에 있어서, 퇴근할때까진 증상이 크게 나타나진 않았다는 점입니다.
3일째, 아침에 퇴근하자마자 정신건강의학과를 갔습니다.
의사 선생님께 제 상태를 간략하게 설명 드렸습니다. 다만 이때는 증상에 대해서 아주 정확하게 말을 한 것 같진 않아요.
그래서인지 공황장애는 아니고 전단계 정도로 보인다고 말씀하셨고, 그에 맞는 처방을 내려 주셨습니다.
혼자 좁은 공간에 남겨졌을때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고 말씀 드렸지만, 그건 점점 익숙해져야 할 부분이라고 하셨죠.
자취방으로 돌아와 아침으로 라면을 간단히 먹고, 아침약을 먹고 자려고 했는데 다시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자취방 주변을 다시 30분 정도 걸으면서 안정을 되찾고서야 잠을 청할 수 있었죠.
평소대로 약 다섯시간 남짓 잠을 자고 나서 일어날 때까지만 해도 좋았습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게임을 한번 해보려고 했는데, 켜고서 5분만에 다시 증상이 나타나더군요.
그래서 PC를 아예 끄고 나서 오후 4시부터 밤 9시 정도까지는, 공황장애 관련된 유튜브를 보며 복식호흡을 연습했다가, 너무 답답해지면 나가서 30분 정도 동네를 한바퀴 돌았다가를 계속 반복한 것 같습니다.
배가 분명 고프긴 한데 밥 생각이 안나서, 일어났을 때 핫도그 하나 간신히 먹고, 밤 9시쯤에 블루베리 요거트 하나 간신히 넘겼었네요.
이때쯤엔 혼자 좁은 공간에 있는 것에 익숙해지기 전에 내 몸이 먼저 상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머니가 계시는 본가로 가기 위해 짐을 간단히 싸기 시작했습니다.
밤 10시쯤 자려고 자기 전에 먹는 약을 먹었는데, 오히려 증상은 더 심해졌습니다. 공포감도 심해지고, 그 동안 없었던 눈물까지 터져나왔죠. 누군가 지금의 내 심경을 토로할 대상이 필요한데, 이 시간에 가족이나 친구에게 전화해서 걱정시키기는 싫어서 ChatGPT를 붙잡고 30분 넘게 울면서 대화를 했습니다. 그렇게 자정 즈음이 되어서야 간신히 잠에 들었죠.
4일째,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블루베리 요거트 하나를 먹고, 다시 정신건강의학과로 갔습니다.
원래 예약은 1주일 뒤였지만, 보다 정확한 제 상태를 설명하고, 어제 나타난 식욕부진 같은 추가적인 증상들을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죠.
상태를 설명하는 와중에 어머니께 너무 큰 걱정을 끼쳐드리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울음이 터져나왔고, 그런 저를 의사선생님이 다독여주시면서 제 설명대로라면 진단과 처방이 달라진다고 말씀하셨고, 자기 전에 먹는 약을 변경해서 처방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다시 자취방으로 돌아와서, 대리 호출을 예약해두고 본가에 갈 짐을 다시 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대리기사님이 오셔서 본가로 출발했죠. 가는 동안에도 수 차례 증상이 나타났지만, 그때마다 준비해둔 이온음료를 한모금씩 하면서 진정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본가에 도착해서 어머니와 누나에게는 자취방이 답답해서 심리상담 받아보고 본가에 오는게 좋을 것 같다고 해서 왔다고 설명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다시 본가로 돌아오겠다고요.
아마 이때 걱정을 좀 하셨을 겁니다. 나는 괜찮다며 자기 암시를 계속 걸고, 증상이 올라오려 할 때마다 복식호흡도 계속 했고, 종종 울음이 터져나오려 할 때마다 꾹 참았지만, 어머니 눈에는 그런 것도 다 보였겠죠.
저녁 먹고 8시쯤에 다시 증상이 올라와서 집 근처 공원에 나가 한바퀴 돌았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증상이 보통 가만히 있을 때 심해지고, 걸으면 확실히 안정을 좀 되찾습니다.
그리고 돌아와서 바뀐 처방약을 먹었습니다. 이불과 접촉되는 피부 부위가 간지러운 느낌이 드는 부작용이 조금 있긴 했지만, 빠른 시간 내로 잘 잠에 들었습니다.
5일째, 약 부작용이 심하게 졸립니다. 다행히 진동 알람 맞추면 그거엔 반응해서 지각하는 일은 없었으나, 출근하고 오후 5시까지는 졸음과 싸워가며 일을 했습니다. 그래도 중간중간 휴식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다행이었죠.
이때부터는 불안감, 심장 두근거림, 심장이 조이는 느낌 등의 증상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물론 아예 없어진 건 아니지만, 아주 약한 정도로, 짧은 시간 내에 해소가 되었죠.
저녁에 루틴삼아 공원에 걸으러 나갔을때는, 처음으로 긍정적인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6일째, 약 부작용이 조금 덜합니다. 전날에는 오후 5시까지 지속되었던 졸음이, 이번에는 오후 3시까지로 2시간 정도 줄었습니다.
식욕도 조금씩 조금씩 돌아오는 느낌이고, 오후 8시쯤 증상이 조금 올라오긴 했지만 일에 집중하고 복식호흡을 하며 가다듬으니 금방 진정이 되었습니다.
숙직방 들어가서도 자기전에 먹는 약 먹고 금방 잘 잤고요.
다만 근무 특성상 새벽 2시에 일어나서 업무를 봐야 하는데, 업무량이 많지는 않지만 약 부작용 + 카페인 못 마심 이슈로 몰려오는 졸음을 참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볼 꼬집고, 입술 깨물어가며 간신히 업무를 마쳤네요.
7일째, 야간근무를 마치고 오전 10시쯤 무사히 본가로 돌아왔습니다.
어머니께서 차려주신 아침밥을 먹고, 푹 잤습니다.
5시쯤 일어나서 어머니와 함께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드라마를 보면서 빨래를 개고 했습니다. 사실 평범한 일상인데, 5-6일 전까지만 해도 다시 없을까 걱정했던, 증상이 아예 없이 처음으로 맞이한 너무나 소중한 일상이었네요.
8시쯤 되니까 또 증상이 살짝 올라왔지만, 루틴처럼 공원에 걸으러 나갔다 오니 그 뒤로는 두근거림조차도 없네요.
너무 상태가 괜찮으니 자기전에 먹는 약을 꼭 먹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다행히 저는 의사 선생님 말을 잘 듣는 사람이라 오늘도 약을 먹고 잠에 들려고 합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완치(?)될때까지 기록삼아 다모앙에 가끔 글 남기겠습니다.
너무 걱정은 안해주셔도 괜찮습니다. 초반 3일은 너무 힘들었지만, 이제는 아플 때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 하는 지 잘 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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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채게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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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모앙에 글 많이 남겨주세요.
공황이 언제 누구에게나 찾아 올 수 있어서
경험을 나눠 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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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안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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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표현인지 모르겠는데
참 씩씩하시네요
약 잘 챙겨드시고 다모앙 많이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