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다왔어~~" 라는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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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과거소년코난 1.♡.104.11
작성일 2024.07.19 09:09
분류 아무거나
28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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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이라 장거리 산행은 포기하고, 집 앞산인 관악산과 뒷산인 청계산 자락을 주말에 다니고 있습니다. (2-3시간 정도)

등력(登力)보다는 등력(登歷)이 있다 보니, 초창기 경험했던 이야기를 잠시 풀어봅니다. 산을 다니기 시작한 시절에는 인터넷이 없어서 지도책이나 주변 지인에게 물어보며 다녔습니다.
 정상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도 모르고 오르다 보면
힘들어서 하산하는 분께 "정상이 얼마 남았어요? 얼마나 걸려요?"라고 물어보게 됩니다
돌아오는 대답이 “거의 다 왔어. 저 고개 넘으면 정상이야. 30분만 더 가면 도착해.”
하지만 고개를 넘어도 다른 고개가 나오고 정상이 보이지 않습니다.
힘들게 정상에 도착하면 하산객에 대한 배신감(?)이 생깁니다. “왜 거짓말을 하는지???”

나중에 시간이 지나 산에 자주 다니다 보니 저도 하산하는 산객에게 똑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나도 왜 그렇게 대응할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힘들게 오르는 사람에게 곧 도착할 거라는 희망을 주는 것도 있지만, 자주 다니는 익숙한 길은 거리감이 점점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시골에서 할머니에게 길을 물었습니다.
나: 할머니, XXX 마을 이 길로 가면 되나요? 얼마 걸려요?
할머니: 이쪽으로 쭉 가면 돼. 가다가 다리 나오면 왼쪽으로 가.
나: 얼마나 걸려요?
할머니: 금방이야.
나: 고맙습니다.

'금방’이라는 다리까지 간 거리가 30분, 다리 건너 30분을 더 가야 했습니다.
할머니에게 1시간의 거리는 금방 가는 거리인 겁니다.
그 이유는 익숙한 거리는 짧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산행 거리가 너무 멀다고 느껴지시면 자주 다니세요.
그러면 언젠가 짧다고 느껴질 때가 올 겁니다.

즐거운 산행되시고 즐거운 주말되세여 :)

댓글 5

하늘빛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하늘빛 (222.♡.236.153)
작성일 07.19 09:59
ㅎㅎ
저는 “조그만 더 가면 돼요~”가 왠지 힘들겠지만, 좀 더 힘내라는 의미로 읽히더라구요. 그래서 필요할 땐 몇 분이나 더 가야하냐고 구체적으로 물어봅니다.

발랄한원자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발랄한원자 (119.♡.152.116)
작성일 07.19 13:07
저는 산에 너무 가끔 가서 정상이, 종착지가 항상 너무 멀게 느껴지는 거였군요. ㅠㅠ
이 장마가 끝나면 좀 부지런히 다녀봐야겠습니다. 축지법의 마법을 산에서 경험해보고 싶어요.

청국장라면님의 댓글

작성자 청국장라면 (121.♡.219.106)
작성일 07.19 17:22
정상까지 올라갈 사람에게 해주는 응원의 말이죠.  해가 얼마 남지 않았으면 정확히 알려주어야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미리 한숨나오게 할 필요가 없어서 저는 그렇게 말합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어감에서 가깝지 않다는 것을 알아채더군요.

potatochips님의 댓글

작성자 potatochips (172.♡.95.41)
작성일 07.20 20:33
저도 관악산 자주 가는데 (관악산이 최애산입니다) 젊은 분들이 올라어시면서 종종 ‘얼마나 남았어요?’ 라고 물으시더라구요 ㅋㅋ 그럴때 전 ‘여기까지 얼마나 걸리셨어요?’ 라고 되물은 뒤 돌아오는 대답을 듣고 대략적으로 맞춰서 ‘그럼 xx분만 더 가시면 될 거에요’ 라고 답해드립니다. 그래야 쉬엄쉬엄 갈 거 같더라구요. 친구들을 끌고 다니다보니 어느정도 데이터가 쌓이네요 ㅎㅎㅎ

보따람님의 댓글

작성자 보따람 (220.♡.94.235)
작성일 07.31 12:44
몇 번 산행을 하고 등산 동료에게는 산길샘과 같은 앱과 gpx 파일을 제공해 줍니다.
즉 스스로 체력을 분배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지요.

정상이 다 왔다고 너무 빨리 소모하다가 지쳐버리면 그것 만큼 안쓰러운 것과 그것을 듣는 입자에서 힘든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전체 산행을 하는 것은 마라톤과 같은 것이죠. 거의 다 왔다고 가속을 하면 목적지도 못 가고 탈진 하는 것처럼요.

제일 중요한 것은 "거의 다왔어" 혹은 "얼마만 가면 돼" 라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죠. 과거에는 지도한 장 들고 경로에 적힌 이정표를 보면서 산행하던 시절이지만, 지금은 gpx 파일 다 준비되어 있고 만들면서 가는 시절이기에 참 쉽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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