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다왔어~~" 라는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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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이라 장거리 산행은 포기하고, 집 앞산인 관악산과 뒷산인 청계산 자락을 주말에 다니고 있습니다. (2-3시간 정도)
등력(登力)보다는 등력(登歷)이 있다 보니, 초창기 경험했던 이야기를 잠시 풀어봅니다. 산을 다니기 시작한 시절에는 인터넷이 없어서 지도책이나 주변 지인에게 물어보며 다녔습니다.
정상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도 모르고 오르다 보면
힘들어서 하산하는 분께 "정상이 얼마 남았어요? 얼마나 걸려요?"라고 물어보게 됩니다
돌아오는 대답이 “거의 다 왔어. 저 고개 넘으면 정상이야. 30분만 더 가면 도착해.”
하지만 고개를 넘어도 다른 고개가 나오고 정상이 보이지 않습니다.
힘들게 정상에 도착하면 하산객에 대한 배신감(?)이 생깁니다. “왜 거짓말을 하는지???”
나중에 시간이 지나 산에 자주 다니다 보니 저도 하산하는 산객에게 똑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나도 왜 그렇게 대응할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힘들게 오르는 사람에게 곧 도착할 거라는 희망을 주는 것도 있지만, 자주 다니는 익숙한 길은 거리감이 점점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시골에서 할머니에게 길을 물었습니다.
나: 할머니, XXX 마을 이 길로 가면 되나요? 얼마 걸려요?
할머니: 이쪽으로 쭉 가면 돼. 가다가 다리 나오면 왼쪽으로 가.
나: 얼마나 걸려요?
할머니: 금방이야.
나: 고맙습니다.
'금방’이라는 다리까지 간 거리가 30분, 다리 건너 30분을 더 가야 했습니다.
할머니에게 1시간의 거리는 금방 가는 거리인 겁니다.
그 이유는 익숙한 거리는 짧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산행 거리가 너무 멀다고 느껴지시면 자주 다니세요.
그러면 언젠가 짧다고 느껴질 때가 올 겁니다.
즐거운 산행되시고 즐거운 주말되세여 :)
발랄한원자님의 댓글
이 장마가 끝나면 좀 부지런히 다녀봐야겠습니다. 축지법의 마법을 산에서 경험해보고 싶어요.
청국장라면님의 댓글
potatochips님의 댓글
보따람님의 댓글
즉 스스로 체력을 분배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지요.
정상이 다 왔다고 너무 빨리 소모하다가 지쳐버리면 그것 만큼 안쓰러운 것과 그것을 듣는 입자에서 힘든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전체 산행을 하는 것은 마라톤과 같은 것이죠. 거의 다 왔다고 가속을 하면 목적지도 못 가고 탈진 하는 것처럼요.
제일 중요한 것은 "거의 다왔어" 혹은 "얼마만 가면 돼" 라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죠. 과거에는 지도한 장 들고 경로에 적힌 이정표를 보면서 산행하던 시절이지만, 지금은 gpx 파일 다 준비되어 있고 만들면서 가는 시절이기에 참 쉽지요.
하늘빛님의 댓글
저는 “조그만 더 가면 돼요~”가 왠지 힘들겠지만, 좀 더 힘내라는 의미로 읽히더라구요. 그래서 필요할 땐 몇 분이나 더 가야하냐고 구체적으로 물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