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공모주의 상장 첫 날 강세 현상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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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눈팅 전문가 블루캣입니다.
여러 회원님들의 헌신과 참여로 다모앙이 무럭무럭 커 가는 와중에 이렇게 무임승차만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씁니다.
저는 여의도에서 돈 관련된 일만 계속 해 와서 드릴 만한 팁이 자본시장 관련 주제들 뿐입니다. 앞으로 짬이 날 때마다 앙님들이 궁금해 하실 만한 자본시장 얘기를 들려 드릴까 합니다. 첫 순서는 공모주 시장입니다. 들어가 보겠습니다.
“왜 공모주 주가는 상장 첫 날만 급등하고 빠지기만 할까?”
공모주 투자를 해 보신 앙님들은 한 번쯤 이런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공모주가 상장 초기에 강세를 보이는 건 만국공통의 현상이긴 합니다만, 한국 주식시장처럼 상장 첫 날만 강세를 나타내는 곳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런 “공모주 고평가” 현상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정보 비대칭 측면에 주목하는 연구들이 많죠.
다만 제 개인적 견해를 말하자면, 정보 비대칭보다는 반강제적인 “보호예수” 제도가 상장 첫 날 강세를 잘 설명해 준다고 봅니다.
일단 공모주 시장 참여자들의 이해관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1.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높은 공모가를 선호합니다. 공모금액을 높이고 자기지분의 희석을 최소화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이죠.
2. VC, 신기사 등 상장 전 투자자: 높은 공모가도 좋지만 상장 가능성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합니다. 투자단가가 충분히 낮으니까 엑시트만 된다면 공모가는 조금 양보를 해도 되는 입장입니다.
3. 상장 주관사: 상장예비심사 청구, 증권신고서 작성, 거래소/금감원 대응 같은 상장 실무를 담당합니다. 상장수수료가 공모금액에 비례해서 책정되므로 당연히 높은 공모가를 선호하지만, 그렇다고 상장이 무산되는 건 피하려고 합니다. 이 때문에 가끔씩 최대주주와 상장 주관사 간의 갈등이 빚어지기도 합니다.
4. 개인투자자: 어차피 배정받아서 첫 날 팔고 나갈 예정이니까 공모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공모가가 너무 낮으면 흥행이 안 될 거라고 보고 청약을 기피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5. 감독기관: 거래소, 금감원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상장예비심사를 통해 자격을 갖추지 못한 기업을 걸러내고, 공모가밴드가 합리적으로 산정됐는지, 증권신고서에 오기재가 있는지 검토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들은 기관 수요예측을 통해 결정되는 공모가보다, 증권신고서 상의 공모가밴드 산출과정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여기에 문제가 있으면 감독을 제대로 못 했다고 욕을 먹기 때문이죠.
이상과 같은 시장참여자들의 니즈를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 마련된 제도가 바로 “보호예수”입니다. 기존 투자자의 주식 매도를 일정기간 제한함으로써 상장 직후 주가변동성을 낮추려는 것이죠.
거래소 규정에서 최대주주는 6개월, 전문투자자는 1개월 정도로 의무 보호예수 기간이 정해져 있을 겁니다. 하지만 실무적으로는 공모 흥행을 도모하기 위해, 또는 청약 배정을 더 받기 위해 이보다 더 길게 보호예수를 설정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개인투자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감독기관이 자발적 보호예수를 유도하기도 하구요.
보호예수 제도로 최대주주와 기존 투자자, 기관투자자의 주식 매도가 일정 기간 제한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은 마음놓고 공모주 배정을 받아서 상장 초기에 차익실현을 할 수 있습니다.
공모주 시장은 하이일드채권이라고 불리는 저신용등급 회사채,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와 같은 메자닌 시장하고도 밀접한 관계를 갖습니다. 하이일드채권, 메자닌 등을 주로 편입하는 하이일드펀드와 코스닥벤처펀드에 공모주 청약 배정에서 우선권을 주기 때문이죠.
그래서 공모주 시장이 망가지면 하이일드와 메자닌 시장도 함께 침체되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납니다. 감독기관이 개인 공모주 투자자의 단기 차익실현을 보장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건 단지 개인투자자 보호 때문만은 아니고, 하이일드/메자닌 수요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여하튼 이런 이유로 공모주 시장은 충분한 양의 배정을 받기 어렵다는 점만 제외하면 절대적으로 개인투자자에게 유리한 구조로 짜여 있습니다.
다만, 공모 참여가 상당히 유력한 투자수단이기는 하나 확실한 투자수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에 유의하셔야 합니다.
일례로 공모주는 미래 성장성을 근거로 공모가가 정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미래 성장성은 요구수익률(금리)로 할인이 이뤄집니다. 요컨대 금리가 올라갈 거라고 예상되는 환경에서는 공모주 가격도 낮아지게 됩니다. 공모주 공급이 단기간에 집중되는 경우에도 공모주 투자가 실패할 위험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연초 이후 공모주 시장이 지나치게 뜨거운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근 공모주 펀드들이 배정물량을 늘리기 위해 재간접, 재재간접, 재재재간접펀드를 만드는 꼼수를 쓰고 있다고 합니다. 밸류에이션이 문제가 아니라 일단 많이 받아야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죠. 공모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할 기관투자자들이 이모양이니 개인투자자는 말할 필요도 없겠죠.
이런 분위기는 “올해 기준금리가 내려갈 거야”라는 생각이 이 시장에도 팽배하기 때문일 텐데요. 기준금리 인하 폭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다른 모든 금융시장과 마찬가지로 공모주 시장도 일정부분 충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 줄 요약입니다.
1. 한국 공모주 시장에는 상장 첫 날 강세라는 이상현상이 존재한다.
2. 이 이상현상은 “자발적/비자발적 보호예수”가 주 요인일 가능성이 높다.
3. 공모주는 유력한 투자수단이지만, 확실한 투자수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궁금하신 사항은 댓 달아주시면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답해 드리겠습니다. 맛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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굥굥죽겠지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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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grjoe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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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삼촌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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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2Buff님의 댓글
사실 일반인 입장에서 제일 필요한 건 경제 현상에 대해 이렇게 쉽게 풀어 쓴 글이 아닐까 싶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리겠습니다!
Gato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