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모앙 커뮤니티 운영 규칙을 확인하세요.
X

큰아들 논산훈련소 퇴소 사용기 겸 강좌..

페이지 정보

작성자 AlexYoda
작성일 2025.04.15 22:45
분류 생활
1,456 조회
27 추천

본문

큰 아들이..얼마전에 논산으로 입대해서 오늘 퇴소하였습니다. 

1993년 1월달에 제가 입대했던 25연대에 저희 큰아들이 들어갔네요.  몇중대였는지는 기억안나지만, 

같은 연대였다는 것이 나름 뿌듯한 하루였습니다. 


입소한 3월 11일에는 약간 눈물이 났습니다.   입소하는 오늘밤 자기전에 남은 까마득한 시간이 막막해서 흘렸던 눈물을 아들이 흘릴거라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전혀 눈물이 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나름 역경(우리때랑 비교하면 약한..)을 이겨낸 아들의 모습이 대견하기만 했네요.   


아들의 퇴소식에 대한 사용기겸 강좌를 올려드리니..참고하세요. 


1. 주차는 영내에 해도 되지만, 정문 건너편의 펜션에 해도 되더군요. 

논산이란 동네가 군대로 먹고사는 동네라고 생각될 정도로 군인과 관련된 다양한(?) 인프라가 있습니다.  정문 건너편의 펜션은 군입소와 퇴소하는 지방의 가족이 전날 올라와서 머물면서 아들을 볼수있게 펜션을 임대하는데, 분당에 사는 저희 가족도 전날 내려가서 하루밤 자고 아들을 볼까 생각도 했습니다.   이 펜션에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게 해주시더군요.  대신 그 펜션에서 운영하는 슈퍼에 들어가셔서 간단한 음료나 간식거리 조금 사시면 양해해주시더군요. 


2. 어깨패드를 빼고는.. 쿠팡의 군 입소 물품이 그다지..

 저의 군생활 경험을 토대로, 전자시계와 몇몇가지 가지고 입소하게 했는데, 훈련도중 아들이 전화와서 행군에서 군장 어깨멜빵을 보내달라고 하더군요.  쿠팡에서 하나 사가지고 보내주었는데, 아들 말이 이 어깨멜빵이 매우 도움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입소하면, 택배로 보내주시면 좋습니다.   무거운 군장으로 인해 생기는 어꺠의 부담을 줄여줍니다. 


3. 논산 훈련소의 PX는 가성비 끝판왕..

 입소할때는 구매하지 못했는데, 퇴소할때는 아들 들여보내고, PX에서 물건을 살수있게 해주더군요.   와이프와 어머니, 둘째딸은 필요한 물품을 두바구니나 잔뜩 샀는데.. 일반적으로 집더하기 마트나, 이마트 같은 곳에서 두바구니 채우면, 2 ~3십만원은 훨씬 넘는 제품의 양이 고작 12만원 나왔습니다.  모, 물건마다의 가격과 수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화장품과 몇몇 생필품을 꽤 많이 담았음에도.. 가성비 끝판왕 쇼핑이었습니다.  아들 복귀 시키고 나서 생긴 허전함을 쇼핑으로 달래십시오.  덕분에 마지막 들어가는 아들을 배웅하지 못해 아쉬웠다는 와이프님의 의견도 있습니다. ^^


이번 내란으로 인한 군에 대한 이미지.. 오늘 퇴소하는 모습을 보고, 좀 절감을 했습니다.   우리의 군은 우리가 다니던 그 군대보다 많이 연성화 되어있었습니다.   나쁜쪽(군기가 빠진..등등의)의 연성화가 아니라 군생활하면서 많이 보던 미군들의 그 연성화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모여서 걸어가는 훈련병의 모습은 우리가 했던 발을 맞춘다거나, 손을 일정한 높이로 흔든다거나 하는 칼각의 모습이 아니라, 자신들의 보폭과 팔 높이를 적절히 맞춘, 발 맞출 필요없이 그냥 줄서서 걸어가는 연성화된 모습이었습니다.   부모님께 하는 경례 목소리는 악을 쓰고 소리치는 충성이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에 맞춘 적절한 충성이었습니다. 

복무규율은 무슨 소리하는지 들리지도 않는 고함이 아니라,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명확하게 들리는 굳은 다짐이었습니다. 

 훈련병을 통제하는 조교들은 부모님이 있을때는 부드럽다가도 모퉁이만 돌면 금새 돌변하는 이중인격의 조교들이 아닌듯 했고, 먼저 군대를 들어온 선임의 조언, 앞선 전우의 충고와 같다는 느낌이 들만큼 부드러웠습니다.   


 우리가 다니던 그 악에 받혀 하던 고함과 군대의 칼각이 난무하는 퇴소식을 기대하지 마시고, 좀더 연성화된 선진 군대(?)의 모습을 보신다는 기분으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어려움없이 자란 큰 아들이 20키로 행군을 무사히 마쳤다는 것도 대견했고, 우리의 그 폭력과 비합리가 난무하다 못해 점철된 군대가 아니라, 적어도 사회만큼은 아니지만, 국가를 지키는 소중한 의무가 개인의 합리와 자발적 군생활에 기반한 정말 신성한 의무로 느껴질수도 있겠다 싶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계엄이 실패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잘못된 명령은 수행하지 않는다는 군인들이 있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가 윤석열을 탄핵했고, 남은 내란세력을 하나둘 잡을수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기분좋은 아들의 퇴소식이었네요. 

27추천인 목록보기
댓글 9 / 1 페이지

경사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경사
작성일 04.15 23:20
밝은 분위기의 좋은글에 첫댓글로는 좀 안어울릴까 싶지만 1번이 주차팁이라 하나 보태자면,
입소식에 따라가서 영내에 주차하시는 경우 절대로 차에 전화번호를 남기시면 안됩니다. 퇴소식 즈음에 수없이 많은 광고문자를 받게됩니다. 저는 알고싶지 않았습니다...

만두꽃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만두꽃
작성일 04.16 10:52
@경사님에게 답글 내년에 첫째 아들 보내야 하는데 참고하겠습니다.

만두꽃님의 댓글

작성자 만두꽃
작성일 04.16 10:54
걱정과 함께 안심하시는 마음이 느껴지는 글을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 첫째 아들 보낼 때 덜 걱정하게 될 것 같습니다.

찬스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찬스
작성일 04.16 11:09
저도 아들이 중3이라...3년 뒤에는 군대에 보내야 하는 입장인데요...벌써 맘이 조금 아련해 지네요~

페퍼로니피자님의 댓글

작성일 04.16 15:02
저도 25연대 구막사 출신이었는데, 진짜 구막사 퀄리티는 처참했었죠.. 1월 군번이면 추워서 고생좀 했겠습니다.

똥멍충이님의 댓글

작성자 똥멍충이
작성일 04.18 12:36
감사합니다.

유레카님의 댓글

작성자 유레카
작성일 04.18 16:18
계엄 내란 돼지 새끼가 사라져서 다행이네요. 계속 집권했으면 전쟁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우리 아들도 군대있는데 휴가 나오기로 한 날에 계엄을 해서 휴가가 늦어 졌네요.

바라쿠다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바라쿠다
작성일 04.21 13:09
지난주 아들 입대 입소로 데려다 줬습니다 마지막 헤어질때의 그 짠함이 다시 생각납니다.
부모와 헤어지고 혼자 타인들과의 무리로 걸어갈때의 처진 어깨가 어찌그리 짠합니까,부모로서 이렇게 자식과 함께 늙어가나 봅니다.

2방in님의 댓글

작성자 2방in
작성일 04.24 09:36
요즘 군대는 약간 합숙학교에 보낸 느낌의 군대더군요.
조카가 군생활 할 때 보니 수시로 소대장이 부모에게 이것저것 알림을 보내더라구요. 이것도 벌써 몇년전이군요.
저도 90년초에 논산은 친구들 보내느라 몇번 가덨 추억의 장소였네요. 대전에서 총알택시로 가기도 하구요.
논산의 모여관에서 하루 보낸 기억도 있구...
동생도 거기서 훈련 받았는데  그땐 여친이 따라 가서 못 가봤었네요. 부산역 분수대에서 교회친구들이 행가래 치다 벌금 물고 했다더군요.
나중에 춘천이던가 이수교에서 퇴소식 할 땐 가봤던 기억도 나네요.
정작 저는 부산 신병훈련소에서 보냈다는...
언젠가 한번 다시 가보고 싶긴 하네요.
홈으로 전체메뉴 마이메뉴 새글/새댓글
전체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