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노래 - 정태춘 "92년 장마, 종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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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부사령관마르코스 112.♡.191.99
작성일 2024.06.27 15:19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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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Divertimento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Divertimento (221.♡.163.70)
작성일 06.27 21:28

하얀후니님의 댓글

작성자 하얀후니 (119.♡.162.151)
작성일 07.09 01:00
92년 장마, 종로에서

 모두 우산을 쓰고 횡단보도를 지나는 사람들
 탑골 공원 담장 기와도 흠씬 젖고
 고가 차도에 매달린 신호등 위에 비둘기 한 마리
 건너 빌딩의 웬디스 햄버거 간판을 읽고 있지
 비는 내리고,
 장마비 구름이 서울 하늘 위에,
 높은 빌딩 유리창에
 신호등에 멈춰서는 시민들 우산 위에
 맑은 날 손수건을 팔던 노점상 좌판 위에
 그렇게 서울은 장마권에 들고
 다시는,
 다시는 종로에서 깃발 군중을 기다리지마라
 기자들을 기다리지마라
 비에 젖은 이 거리 위로 사람들이 그저 흘러간다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 뿐이냐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
 워, 워.....
 저기 우산 속으로 사라져가는구나
 입술 굳게 다물고 그렇게 흘러가는구나

 비가 개이면,
 서쪽 하늘부터 구름이 벗어지고
 파란 하늘이 열리면
 저 남산 타워 쯤에선 뭐든 다 보일게야
 저 구로 공단과 봉천동 북편 산동네 길도
 아니,삼각산과 그 아래, 또 세종로 길도
 다시는,
 다시는 시청 광장에서 눈물을 흘리지 말자
 물 대포에 쓰러지지도 말자
 절망으로 무너진 가슴들 이제 다시 일어서고 있구나
 보라, 저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깃을 치며 다시 날아오른다,하늘 높이
 훠이, 훠이... 훠이, 훠이
 빨간 신호등에 멈춰 섰는 사람들 이마 위로
 무심한 눈빛 활짝 열리는 여기 서울 하늘 위로
 한 무리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깃을 치며 다시 날아오른다, 하늘 높이
 훨, 훨, 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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