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 천연수소 2%만 회수해도 200년치…석유 매장량의 26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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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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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전 세계 잠재적 매장량 5조6천억톤 추정
1천억톤만 건져도 천연가스 매장량 2배미국 천연수소에너지(Natural Hydrogen Energy)가 운영하는 네브래스카의 수소 시추 장비. Viacheslav Zgonnik/뉴사이언티스트에서 인용
수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 에너지원이다. 하지만 현재 수소를 얻는 대부분의 방법은 석유, 석탄,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공정을 사용한다.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불가피하다.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거나 천연 수소를 캐내는 것이다.
천연수소의 잠재적 매장량을 종합적으로 추산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총 매장량이 5조6천억톤에 이를 가능성이 높으며, 이 가운데 일부만 채취해 써도 화석연료 의존도를 200년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지질조사국 연구진은 질량 보존 법칙에 기반한 질량 균형 모델 방정식을 적용해 계산한 결과, 땅속의 천연수소 총량은 수소 10억~1경톤 범위이며, 가장 가능성 있는 값은 5조6천억톤으로 추정됐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과학전문 매체 라이브사이언스에 따르면, 이는 회수 가능한 석유 매장량 1조6000억배럴의 26배에 이르는 규모다.
연구진은 지하에서 가스가 생성되는 속도, 저장소에 갇힐 가능성이 있는 것, 암석에서 새어 나와 대기로 나가는 것 등 다양한 과정을 통해 손실되는 수소 가스의 양과 지질학적 데이터를 결합해 계산 모델을 만들었다.
이번 연구는 개연성을 추정한 것으로 구체적인 매장지나 그 후보지를 확인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대부분의 지하 천연수소는 너무 깊거나, 해안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거나, 저장 규모가 작아 경제성이 없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그러나 소량이라도 회수 가능하다면 상당한 자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 수소 수요가 2050년까지 연간 약 5억톤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면 약 2%인 1100억톤만 회수해도 약 200년 동안 전 세계 수소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또 회수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는 수소 1천억톤의 에너지는 현재 지구상에서 확인된 모든 천연가스 매장량에서 낼 수 있는 에너지의 약 2배라고 덧붙였다.
세계 천연수소의 잠재적 매장량 예상 분포. 평균값은 68조톤이지만 가장 가능성이 높은 매장량은 5조6천억톤으로 추정된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석유보다 자원 개발 기간 짧아
현재 연료 및 산업 원료로 쓰이는 수소는 주로 메탄이 주성분인 천연가스를 고온고압에서 수증기와 반응시키는 개질 공정을 통해 얻는다. 이를 그레이수소라고 부른다. 전체 수소 시장의 90% 이상이 그레이수소다. 이때 부산물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밖으로 배출하지 않고 포집, 저장하는 또 하나의 과정을 거치게 되면 블루수소라는 명칭을 얻는다. 재생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얻는 것은 그린수소다. 그린수소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지만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져 생산량이 미미한 상태다. 땅속에 갇혀 있는 천연수소를 추출하게 되면 온실가스와 비용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 맨틀 상부에 널리 분포돼 있는 감람석을 주요 천연수소 공급원으로 보고 있다. 철 성분이 풍부한 감람석이 고온고압에서 물과 반응해 사문석이 되는 과정에서 수소가 만들어진다. 철이 물 분자로부터 산소 원자를 빼앗고 수소를 방출한다.
온실가스 감축이 시급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천연수소 매장량 못잖게, 개발 기간도 중요하다. 연구진은 “석유 자원 개발이 성숙 단계에 도달하는 데는 1세기 이상이 걸렸지만 셰일가스 개발 경험을 활용하면 천연 수소 자원은 훨씬 더 빨리 개발될 수 있다”며 이번 세기 말까지 블루수소 공급량의 절반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빌 맥과이어 교수는 그러나 비비시 인터뷰에서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데 필요한 규모로 수소를 회수하려면 엄청난 세계적 행동 프로그램이 필요한데 그럴 만한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천연수소가 어디에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데다 굴착 장치, 접근 도로, 저장, 운송 등의 측면에서 엄청난 기반 시설을 갖춰야 하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라는 지적이다.
미국·유럽 중심으로 탐사 활발
천연수소가 처음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1987년이었다. 당시 서아프리카 말리의 수도 바마코에서 60km 떨어져 있는 한 마을에서 우물을 파던 중 깊이 108m 지점에서 가스가 새어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가스의 정체가 수소로 확인되자 폭발 우려로 시추공은 매립되고 이내 잊혀지고 말았다. 그러다 2007년 말리 출신 사업가 알리우 디알로가 이끄는 석유가스업체 페트로마(현 하이드로마)가 이 지역 자원탐사권을 획득하면서 수소는 다시 기회를 잡았다.
하이드로마는 2012년 이 지역의 수소가 순도 98%나 된다는 걸 확인한 데 이어 2018년 국제수소에너지저널에 “천연수소 가스 개발 가격이 화석 연료 또는 전기 분해로 제조된 수소보다 훨씬 저렴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탐사 결과를 발표했다. 처음으로 천연수소의 경제성을 확인한 이 연구를 계기로 천연수소 연구가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요즘 천연수소 연구와 탐사의 중심은 미국과 유럽이다. 프랑스 과학자들이 지난해 5월 옛 탄광지대인 로렌 지역에서 4600만톤 규모의 천연수소 매장 후보지를 발견한 데 이어, 올해 초엔 알바니아 광산지역에서 연간 200톤 규모의 천연수소 샘을 발견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정부는 천연수소 추출 기술 연구에 자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알바니아 크롬광산 지하 갱도의 물 웅덩이에서 천연수소 기포가 올라오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F-V. Donzé)
몇몇 기업들도 직접 탐사에 나서고 있다. 미국에선 하이테라(Hyterra)와 천연수소에너지(Natural Hydrogen Energy)가 네브래스카와 캔자스에서 천연수소를 시추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4개 회사가 천연수소 탐사 허가를 신청했다. 스페인에선 2028년 생산을 목표로 피레네산맥에서 천연수소를 추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캥거루섬과 요크반도, 에어반도 지역에서 천연수소 채굴 기업이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이 지역에선 과거 석유 시추 때 수소 가스가 나온 바 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천연수소를 발견했다는 기록이 수백개에 이른다. 연구진은 “천연 수소가 세계 에너지 믹스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인지, 아니면 틈새 시장에 대한 호기심 정도에 그칠 것인지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전 세계 잠재적 매장량 5조6천억톤 추정
1천억톤만 건져도 천연가스 매장량 2배미국 천연수소에너지(Natural Hydrogen Energy)가 운영하는 네브래스카의 수소 시추 장비. Viacheslav Zgonnik/뉴사이언티스트에서 인용
수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 에너지원이다. 하지만 현재 수소를 얻는 대부분의 방법은 석유, 석탄,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공정을 사용한다.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불가피하다.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거나 천연 수소를 캐내는 것이다.
천연수소의 잠재적 매장량을 종합적으로 추산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총 매장량이 5조6천억톤에 이를 가능성이 높으며, 이 가운데 일부만 채취해 써도 화석연료 의존도를 200년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지질조사국 연구진은 질량 보존 법칙에 기반한 질량 균형 모델 방정식을 적용해 계산한 결과, 땅속의 천연수소 총량은 수소 10억~1경톤 범위이며, 가장 가능성 있는 값은 5조6천억톤으로 추정됐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과학전문 매체 라이브사이언스에 따르면, 이는 회수 가능한 석유 매장량 1조6000억배럴의 26배에 이르는 규모다.
연구진은 지하에서 가스가 생성되는 속도, 저장소에 갇힐 가능성이 있는 것, 암석에서 새어 나와 대기로 나가는 것 등 다양한 과정을 통해 손실되는 수소 가스의 양과 지질학적 데이터를 결합해 계산 모델을 만들었다.
이번 연구는 개연성을 추정한 것으로 구체적인 매장지나 그 후보지를 확인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대부분의 지하 천연수소는 너무 깊거나, 해안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거나, 저장 규모가 작아 경제성이 없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그러나 소량이라도 회수 가능하다면 상당한 자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 수소 수요가 2050년까지 연간 약 5억톤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면 약 2%인 1100억톤만 회수해도 약 200년 동안 전 세계 수소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또 회수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는 수소 1천억톤의 에너지는 현재 지구상에서 확인된 모든 천연가스 매장량에서 낼 수 있는 에너지의 약 2배라고 덧붙였다.
세계 천연수소의 잠재적 매장량 예상 분포. 평균값은 68조톤이지만 가장 가능성이 높은 매장량은 5조6천억톤으로 추정된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석유보다 자원 개발 기간 짧아
현재 연료 및 산업 원료로 쓰이는 수소는 주로 메탄이 주성분인 천연가스를 고온고압에서 수증기와 반응시키는 개질 공정을 통해 얻는다. 이를 그레이수소라고 부른다. 전체 수소 시장의 90% 이상이 그레이수소다. 이때 부산물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밖으로 배출하지 않고 포집, 저장하는 또 하나의 과정을 거치게 되면 블루수소라는 명칭을 얻는다. 재생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얻는 것은 그린수소다. 그린수소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지만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져 생산량이 미미한 상태다. 땅속에 갇혀 있는 천연수소를 추출하게 되면 온실가스와 비용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 맨틀 상부에 널리 분포돼 있는 감람석을 주요 천연수소 공급원으로 보고 있다. 철 성분이 풍부한 감람석이 고온고압에서 물과 반응해 사문석이 되는 과정에서 수소가 만들어진다. 철이 물 분자로부터 산소 원자를 빼앗고 수소를 방출한다.
온실가스 감축이 시급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천연수소 매장량 못잖게, 개발 기간도 중요하다. 연구진은 “석유 자원 개발이 성숙 단계에 도달하는 데는 1세기 이상이 걸렸지만 셰일가스 개발 경험을 활용하면 천연 수소 자원은 훨씬 더 빨리 개발될 수 있다”며 이번 세기 말까지 블루수소 공급량의 절반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빌 맥과이어 교수는 그러나 비비시 인터뷰에서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데 필요한 규모로 수소를 회수하려면 엄청난 세계적 행동 프로그램이 필요한데 그럴 만한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천연수소가 어디에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데다 굴착 장치, 접근 도로, 저장, 운송 등의 측면에서 엄청난 기반 시설을 갖춰야 하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라는 지적이다.
미국·유럽 중심으로 탐사 활발
천연수소가 처음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1987년이었다. 당시 서아프리카 말리의 수도 바마코에서 60km 떨어져 있는 한 마을에서 우물을 파던 중 깊이 108m 지점에서 가스가 새어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가스의 정체가 수소로 확인되자 폭발 우려로 시추공은 매립되고 이내 잊혀지고 말았다. 그러다 2007년 말리 출신 사업가 알리우 디알로가 이끄는 석유가스업체 페트로마(현 하이드로마)가 이 지역 자원탐사권을 획득하면서 수소는 다시 기회를 잡았다.
하이드로마는 2012년 이 지역의 수소가 순도 98%나 된다는 걸 확인한 데 이어 2018년 국제수소에너지저널에 “천연수소 가스 개발 가격이 화석 연료 또는 전기 분해로 제조된 수소보다 훨씬 저렴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탐사 결과를 발표했다. 처음으로 천연수소의 경제성을 확인한 이 연구를 계기로 천연수소 연구가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요즘 천연수소 연구와 탐사의 중심은 미국과 유럽이다. 프랑스 과학자들이 지난해 5월 옛 탄광지대인 로렌 지역에서 4600만톤 규모의 천연수소 매장 후보지를 발견한 데 이어, 올해 초엔 알바니아 광산지역에서 연간 200톤 규모의 천연수소 샘을 발견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정부는 천연수소 추출 기술 연구에 자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알바니아 크롬광산 지하 갱도의 물 웅덩이에서 천연수소 기포가 올라오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F-V. Donzé)
몇몇 기업들도 직접 탐사에 나서고 있다. 미국에선 하이테라(Hyterra)와 천연수소에너지(Natural Hydrogen Energy)가 네브래스카와 캔자스에서 천연수소를 시추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4개 회사가 천연수소 탐사 허가를 신청했다. 스페인에선 2028년 생산을 목표로 피레네산맥에서 천연수소를 추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캥거루섬과 요크반도, 에어반도 지역에서 천연수소 채굴 기업이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이 지역에선 과거 석유 시추 때 수소 가스가 나온 바 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천연수소를 발견했다는 기록이 수백개에 이른다. 연구진은 “천연 수소가 세계 에너지 믹스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인지, 아니면 틈새 시장에 대한 호기심 정도에 그칠 것인지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곽노필 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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