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집 애는 빨리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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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oBe 172.♡.219.109
작성일 2024.04.04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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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찍었던 아이가 사진이 필요하다며 연락이 왔습니다. 어떤 아이인가 싶어서 지난 사진들 뒤적여 미리 확인해 둡니다. 그리고 시간이 되었는데,


와우! 어디서 훤칠한 청년이 들어옵니다. 같은 사람이라고 도저히 알아볼 수 없는. 


야, 그때는 아저씨가 너보다 컸었는데!


한두 마디 인사를 나누는 사이 목소리에서 아직 어린 흔적을 겨우 확인하며 조금은 안도합니다. 필요한 사진을 찍어준 다음, 흑백사진에 맞게 조명을 조정합니다.


너 그때 태권도 하던 사진 있잖아요. 우리 그 사진 한 번만 더 찍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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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때 태권도 선수 생활을 했지만 이제는 안 해서 다리가 잘 안 올라간다고 합니다. 그래도 쭉쭉 잘 뻗네요. 장난스러운 발차기 사진을 얼른 마치고, 제대로 기억할 만한 한 장을 더 찍으며 오늘 촬영은 끝납니다. 


아이 키우다 보면, 유난스럽게 남의 집 아이들은 빨리 큽니다. 오랜만에 보면 좀처럼 기억 속에 있는 장면과 연결하기 어려울 만큼 부쩍 큰 아이들을 만납니다. 그래서 항상 첫 인사가 좀 어색해요. 내가 아는 그 아이가 아닌데? 그런 느낌. 물론 내 아이를 오랜만에 보는 지인들 반응도 비슷하지요. 매일 보는 가족들은 눈치채기 어렵지만 아이들 자라는 속도는 눈부십니다.


얼마 전에 샤워 마친 아이 머리를 말려주다가 잠깐 놀랐습니다. 어? 마루야, 너?? 수건을 머리에 가져다 대는데 이상하게 팔을 더 올려야 하는 느낌! 얼른 불러서 키를 재는 벽 앞에 세워봅니다. 자랐군요.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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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에 이사온 것이 2017년 말쯤이고, 벽에는 2018년 후반부터의 아이 키가 선으로 그어져 있습니다. 이 집의 가장 중요한 기록 중에 하나지요.


오랜만에 지인 가족 만날 때면 항상 생각합니다.

남의 집 자식은 빨리 큰다.


조금이라도 저 아이의 많은 순간을 붙잡아둘 수 있도록, 사진이라도 많이 찍어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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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품으로는 천방지축 아들과 그 친구들을 볼 때마다 혼자 되새기는 말,

안 보면 살아 돌아온다.

댓글 6

해븐캐슬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해븐캐슬 (172.♡.123.86)
작성일 04.04 20:59
네, 어찌나 그 속도가 빠른지... 가면 갈수록 더 빠름을 느끼고 살고 있습니다.

MoBe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MoBe (172.♡.110.3)
작성일 04.05 10:38
@해븐캐슬님에게 답글 부모되는 마음이 그런 것 같습니다. 대견하면서도 아쉽고요.

샤갈의눈내리는마을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샤갈의눈내리는마을 (172.♡.219.108)
작성일 04.04 21:06
이야기를 흑백에 담아 표현하신 것 멋집니다.
성장 다큐같은 느낌, 좋아요.

MoBe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MoBe (172.♡.110.2)
작성일 04.05 10:40
@샤갈의눈내리는마을님에게 답글 한 명 한 명 찍다 보면 아름답지 않은 사람이 없고, 혼자 듣기 너무 아까운 이야기들이 많아서요.
사진과, 그 사진을 찍을 때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함께 적어보려고 합니다.

istD어토님의 댓글

작성자 istD어토 (141.♡.86.87)
작성일 04.05 00:58
진짜 애들은 빨리 커요.
우리는 안 늙는 거 같은데 거울 보면... ㅜㅜ

MoBe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MoBe (172.♡.110.2)
작성일 04.05 10:39
@istD어토님에게 답글 아침에 운동하고 있으니 아이가 묻더군요.
아빠, 안 힘들어요?
힘들지. 근데 이렇게 오늘 하루 움직일 체력을 쌓아두는 거야.
아, 나는 최대한 늦게 나이 들어야겠다.

이 녀석을 어쩔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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