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집 애는 빨리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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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찍었던 아이가 사진이 필요하다며 연락이 왔습니다. 어떤 아이인가 싶어서 지난 사진들 뒤적여 미리 확인해 둡니다. 그리고 시간이 되었는데,
와우! 어디서 훤칠한 청년이 들어옵니다. 같은 사람이라고 도저히 알아볼 수 없는.
야, 그때는 아저씨가 너보다 컸었는데!
한두 마디 인사를 나누는 사이 목소리에서 아직 어린 흔적을 겨우 확인하며 조금은 안도합니다. 필요한 사진을 찍어준 다음, 흑백사진에 맞게 조명을 조정합니다.
너 그때 태권도 하던 사진 있잖아요. 우리 그 사진 한 번만 더 찍읍시다.
중학교때 태권도 선수 생활을 했지만 이제는 안 해서 다리가 잘 안 올라간다고 합니다. 그래도 쭉쭉 잘 뻗네요. 장난스러운 발차기 사진을 얼른 마치고, 제대로 기억할 만한 한 장을 더 찍으며 오늘 촬영은 끝납니다.
아이 키우다 보면, 유난스럽게 남의 집 아이들은 빨리 큽니다. 오랜만에 보면 좀처럼 기억 속에 있는 장면과 연결하기 어려울 만큼 부쩍 큰 아이들을 만납니다. 그래서 항상 첫 인사가 좀 어색해요. 내가 아는 그 아이가 아닌데? 그런 느낌. 물론 내 아이를 오랜만에 보는 지인들 반응도 비슷하지요. 매일 보는 가족들은 눈치채기 어렵지만 아이들 자라는 속도는 눈부십니다.
얼마 전에 샤워 마친 아이 머리를 말려주다가 잠깐 놀랐습니다. 어? 마루야, 너?? 수건을 머리에 가져다 대는데 이상하게 팔을 더 올려야 하는 느낌! 얼른 불러서 키를 재는 벽 앞에 세워봅니다. 자랐군요. 또.
이 집에 이사온 것이 2017년 말쯤이고, 벽에는 2018년 후반부터의 아이 키가 선으로 그어져 있습니다. 이 집의 가장 중요한 기록 중에 하나지요.
오랜만에 지인 가족 만날 때면 항상 생각합니다.
남의 집 자식은 빨리 큰다.
조금이라도 저 아이의 많은 순간을 붙잡아둘 수 있도록, 사진이라도 많이 찍어둬야겠습니다.
자매품으로는 천방지축 아들과 그 친구들을 볼 때마다 혼자 되새기는 말,
안 보면 살아 돌아온다.
MoBe님의 댓글의 댓글
샤갈의눈내리는마을님의 댓글
성장 다큐같은 느낌, 좋아요.
MoBe님의 댓글의 댓글
사진과, 그 사진을 찍을 때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함께 적어보려고 합니다.
MoBe님의 댓글의 댓글
아빠, 안 힘들어요?
힘들지. 근데 이렇게 오늘 하루 움직일 체력을 쌓아두는 거야.
아, 나는 최대한 늦게 나이 들어야겠다.
이 녀석을 어쩔까요...
해븐캐슬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