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문어 (124.♡.187.36)
2026년 6월 7일 AM 11:50
안녕하세요.
매년 한 번씩 신간이 나올 때마다 인사드리는 도서출판 파란문어입니다.
2026년 5월 1일자로 미스터리시리즈8 네 번째 이야기 <지옥>(종이책 및 전자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출판사 서평을 소개드립니다.
“당신이 믿어온 선의는, 지옥의 가장 완벽한 숙주였다.”
<지옥>


천장 가까운 곳에는 용서받지 못한 자들의 혼이 검은 새로 변해 절규하며 날아다녔고, 그 아래에서는 지옥의 사자들이 달궈진 쇠꼬챙이를 죄인의 눈과 입에 찔러넣고 있었다. 탱화의 붉은 안료는 거의 검은빛에 가까워, 불꽃이 아니라 피가 들끓는 지옥의 강처럼 보였다.
벼락이 내리칠 때마다 그림 속 죄인들이 벽을 뚫고 뛰쳐나오려는 듯 절절히 몸부림치며 괴악한 비명을 토해내는 것만 같았다. 고막을 찢는 듯한 아비규환의 대환장 속, 그들이 흘린 붉은 피가 벽을 타고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고연은 고요히 눈을 감고 염(念)을 읊조렸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삭이 끝났으니, 또다시 달이 차오를 것이다.
핏빛으로 점철된 붉은 보름달이.
-본문 중에서-

《원룸》, 《이상한 나라의 정육점(1, 2)》, 《두 개의 목, 샴》을 거치며 보편적 상식과 편견의 벽을 사정없이 깨부수어 온 작가 김경희. 2026년 5월 1일, 미스터리시리즈8 네 번째 이야기 《지옥》을 통해 인간 사회의 가장 깊고 어두운 심연을 정조준한다.
현대 자본주의의 계급 갈등과 비틀린 이기심을 거대한 지옥으로 규정한 이 소설은, 기괴한 변종 머릿니의 창궐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통해 장르적 문법을 완벽히 전복시킨다. 과학적 추론(SF)과 한국 전통 무속 신앙(오컬트)을 씨줄과 날줄처럼 엮어낸 독창적인 세계관은, 전작들이 보여준 미스터리의 경계를 다시 한번 확장하며 독자들을 단숨에 숨 막히는 몰입의 늪으로 끌고 들어간다.
밤을 새워 읽을 수밖에 없는 정교한 서사의 호흡은 독자에게 ‘세상이 만들어놓은 지옥과 내가 만들어낸 지옥, 어느 쪽이 진짜 지옥일지’를 묻는 가장 잔혹하고도 매혹적인 시험대가 될 것이다.
국제 사회는 이 신종 기생충 감염증을 ‘서캐양(Seokae-yang)’이라 명명했다.
화학 살충제에 완벽한 내성을 지닌 알(서캐)의 시각적 혐오감, 그리고 환자가 자신의 두피를 찢을 정도로 긁게 만드는 극심한 가려움증(양, 痒)을 결합한 조어였다. 국제기생충학회는 해당 변종을 Pediculus humanus(인체 기생 이, 사람머릿니)의 변이형으로 분류하고, 임시 학술 명칭을 부여했다. WHO는 기술적 질환명으로 ‘Seokae-associated pruritic infestation(서캐 연관 소양성 기생충 감염증)’을 사용하고 있다.
- 본문 중에서
국민소득 4만 불 시대, 결벽에 가까운 개인위생과 세계 최고 수준의 AI 역학 추적 시스템을 자랑하는 방역 모범국 대한민국. 어느 날, 야음을 틈탄 좀도둑처럼 침투한 작디작은 검은 참깨만 한 벌레—'머릿니'의 등장은 이 화려한 현대 문명을 단숨에 마비시킨다.
국제 사회가 ‘서캐양(Seokae-yang)’이라 명명한 이 신종 기생충 감염증은 잔혹했다. 화학 살충제조차 비웃는 완벽한 내성의 알(서캐)이 주는 시각적 혐오감, 그리고 스스로 두피를 찢게 만드는 치명적인 소양증(가려움증). 하지만 진짜 공포는 기생충이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키면서 시작된다.
2025년 8월 11일, 서울의 한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첫 사건’은 그야말로 생지옥의 서막이었다. 실핏줄이 터져 붉게 물든 눈, 거미줄처럼 불거진 검붉은 혈관, 고통을 망각한 채 시뻘건 선혈을 흘리며 무차별적으로 사람을 찢고 덮치는 감염자들. 이성을 잃고 피를 갈망하는 괴물이 되어버린 인간들의 대환란 속에서, 정부와 연구진은 이것이 결코 통제 가능한 재난이 아님을 깨닫고 깊은 경악과 공포에 휩싸이는데…….

“보고서에 따르면, 변종 머릿니에서 유래한 엔인자(N-Factor) 바이러스가 유전자에 달라붙어 ‘DNA 어덕트(Adduct)’를 형성했다고 되어 있더군요. 이것이 알데하이드를 분해해야 할 효소 시스템을 영구적으로 망가뜨렸다…… 제 이해가 맞습니까?”
장관이 선영을 직시하며 말을 이었다. 그는 종이 위의 활자를 더듬듯 신중하게 용어를 골랐다.
“더 정확히는, 그 바이러스가 가한 화학적 스트레스가 DNA 염기 서열의 순서를 뒤틀어버렸고, 그 변형이 최종적으로 ‘코돈의 해독틀(Reading Frame)’ 자체를 붕괴시켜 해독 불능의 악취를 만들어냈다는 논리입니까?”
-본문 중에서
끊임없는 변이로 백신을 무력화하며 인류의 뉴런과 DNA 구조를 파괴하는 바이러스. 한계에 직면한 정부는 대재앙의 안개 속에서 사상 초유의 재난을 풀기 위해 신경·생명공학의 최고 권위자들을 소집해 ‘서캐화 기전 연합 프로젝트팀’을 긴급 출범시킨다. 그리고 그 중심에 전장 유전체 데이터 분석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독자적인 알고리즘으로 유전자 발현의 인과관계를 규명해 낸 연구원 임선영. 바이러스가 숙주의 뉴런을 직접 뜯어고치는 잔혹한 진화 속에서, 그녀는 바이러스가 가한 화학적 스트레스의 근원을 쫓기 시작한다. 안개에 가려진 뇌 회로의 붕괴 경로를 추적하는 그녀의 날카로운 분석은 인류를 구원할 마지막 열쇠가 될 수 있을까.

“치료제는 없다며?”
엄마의 뒤이은 질문.
“3차 백신이 성공한다 쳐도 이미 머릿니 좀비가 된 사람들은 어쩔 수 없다면서? 한번 망가진 뇌는 회복 불가능하다고, 네가 전에도 말했잖니.”
선영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그러더라. 서캐장에 한 번 끌려가면 죽어서 나오는 수밖에 없다고.”
“…….”
“그래서 묻는 거야. 넌 그 어렵다는 백신을 만드는 과학자니까. 남들 못 가는 서캐장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잖아. 응?…… 왜 그렇게 멍하니 있어? 딸, 엄마 말 듣고 있지?”
듣고 있었다. 다만 거기까진 생각하지 못했을 뿐이다.
감염통제센터에 갇혀 있는 좀비, 아니, 사람들. 환자나 다름없는 그들은 3차 백신이 성공한 뒤에 어떻게 되는 걸까. 단 한 번도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 없는 물음표였다.
-본문 중에서
그러나 임선영이 마주한 진짜 지옥은 바이러스의 기전을 밝혀내는 과학의 영역 너머에 있었다. "한번 끌려가면 죽어서야 나온다"라는 악명 높은 격리 수용소 '서캐장'의 비정함, 그리고 "치료할 수 없다면 결국 국가가 모두를 사살하지 않겠느냐"라는 가혹한 현실 앞에 과학의 논리는 무력하게 무너져 내린다. 감염통제센터에 갇힌 자들을 좀비가 아닌 '사람'으로 바라보는 가족의 외침은, 선영에게 단 한 번도 진지하게 마주하지 못했던 인간 존엄에 대한 잔혹한 물음표를 던진다. 질문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깊은 심연으로 뻗어 나간다. 만약 기적적으로 치료제가 개발되어 이들을 정상적인 인간으로 되돌린다 한들, 이성을 잃고 좀비였을 때 저지른 무차별적인 살육의 죄는 과연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명분만으로 그 모든 잔혹한 악행에 완벽한 면죄부를 줄 수 있는가. 소설은 벼랑 끝에 몰린 인간 군상을 통해 선과 악, 죄와 벌의 경계를 무참히 흔들며 독자의 목을 가파르게 조여온다. 과학적 재난의 표면 아래 숨겨진 인간의 도덕성과 존엄, 그리고 법과 정의의 한계를 날카롭게 파고들어, 우리가 외면해 온 현대 사회의 시스템적 모순과 인간성의 본질에 대해 묵직하고도 깊은 철학적 화두를 제시한다.

"아, 그러고 보니 기억나는 게 하나 있네요.”
선영의 눈이 커졌다. 그녀가 노트북 키보드 위에 손을 올리는 사이, 황명도 덮었던 다이어리를 다시 펼쳤다.
“네. 뭐라도 좋습니다. 생각나는 게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그러니까…… 1985년에 일어난 일이니까 벌써 한 사십 년쯤 됐나……?”
받아 적을 준비를 하던 두 연구원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혔다. 하지만 40년 전 기억을 더듬느라 미간을 찌푸린 강남희는 그들의 당혹감을 눈치채지 못했다.
“음, 1985년 봄에도 지금과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있었다고 들었다? 황명은 미심쩍은 표정을 거두지 않은 채 되물었다.
“어떤 일을 말씀하시는 건지…….”
강남희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머릿니가 창궐해서 사람이 좀비가 된 일이요.”
-본문 중에서
끝없는 바이러스의 변이 앞에 확신했던 3차 백신 코드명 ‘트리백스(TriVax)’마저 완벽한 실패로 돌아간 순간, 인류의 구원자여야 했던 과학은 절망과 좌절이라는 벽에 부딪힌다. 가만히 있다가는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 절박함 속에서, 임선영은 최초의 확진 사례 목격자 강남희가 던진 전설 같은 증언을 떠올린다. 인터넷 검색창에는 단 한 줄의 흔적조차 남지 않은, 단지 과거의 여행객 익사 사고와 산불 기사로만 덮여 있는 미심쩍은 마을. "과학도로서 자격이 없다"라는 묵시적인 비난과 정연한 반박 앞에서도 선영은 직감한다. 이 전대미문의 잔혹한 재난을 풀 유일한 열쇠가 그 기이한 과거의 기억 속에 숨겨져 있음을. 결국 선영은 데이터와 주류 과학의 세계를 등진 채, 40년 전 머릿니 좀비가 창궐했다는 미지의 심연을 향해 홀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로써 소설은 정교한 과학적 추론(SF)의 세계에서 한국 전통 무속 신앙(오컬트)의 음산한 맹수들이 도사리는 예측 불허의 영역으로 급반전하며, 독자들을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거대한 서스펜스 속으로 거침없이 밀어 넣는다.
이렇게 미스터리시리즈8의 네 번째 이야기 《지옥》은 독자들에게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은 전율의 세계로의 초대장을 던져준다. 이 소설의 서사 구조는 42년 전 울산 상봉 마을에서 벌어진 끔찍한 오컬트적 사건과 현대 최첨단 유전자 염기 서열 및 백신 연구라는 두 축으로 단단히 지탱된다. 가장 놀라운 지점은 무속적 원한이 유전공학적 메커니즘으로 전이되는 과정의 압도적인 정교함이다. 작가는 ‘코돈 최적화’, ‘입체 장애’, ‘혈뇌장벽(BBB)’ 같은, 건조하고 딱딱한 과학적 용어를 서사의 전면에 배치하여, 자칫 황당무계해 보일 수 있는 저주의 서사에 차갑고 서늘한 물리적 실체를 부여한다. 등장인물 한 명, 스쳐 지나가는 과거의 단서 하나조차 허투루 쓰이지 않는 치밀한 복선 속에서, 독자는 감성적 슬픔에 젖을 틈도 없이 수치와 그래프로 증명되는 절망의 현장으로 끌려 들어간다. 손에 잡힐 듯 정교하고 세밀한 문체는 비극의 밀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며, 독자는 무의식중에 이야기 속 주인공으로 자신을 투영하며 깊은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고 자신의 욕망만을 좇는 현대인들, 그 자체가 이미 지옥의 불쏘시개임을 작가는 날카로운 펜촉으로 사정없이 후벼 판다. 극한의 상황에 몰린 인간 군상의 탐욕과 이기주의, 그리고 선과 악,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가 속절없이 무너지는 서늘한 정적 속에서 독자는 비로소 깨닫게 된다. 인간의 끝없는 탐욕이 존재하는 한, 지옥은 결코 문을 닫지 않는다는 것을.
단순히 미스터리를 즐기는 것을 넘어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깊은 사유와 통찰을 제공하는 《지옥》은, 우리 시대가 외면해 온 인간 본성의 악의와 가난의 민낯을 가장 차갑고도 정교한 방식으로 기록한 서늘한 마스터피스다. 책장을 덮은 후에도 당신의 귓가에는 주인공의 통고(痛苦)가 서린 마지막 절규가 끊이지 않을 것이며, 독자들은 어느새 이 거대한 미스터리 시리즈의 다음 장을 애타게 기다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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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청주율량동에삽니다
06.07 · 118.♡.3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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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sera
06.07 · 220.♡.60.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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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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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앙알앙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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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산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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