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에르 드 부아르』 창간사, 울림이 있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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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기차 탈 일이 있어서, 뭘 읽을까 하다가, 『마니에르 드 부아르』라는 잡지를 읽었습니당. 『마니에르 드 부아르』는 일간지 『르몽드』나 월간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발행하는 르몽드 그룹에서 발행하는 잡지입니당. 마니에르 드 부아르(Manière de voir)는 '살펴보는 방법' 또는 '소견'이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 구입니당. 이 잡지는 예술이나 과학과 같은 가볍지 않은 하나의 주제를 깊게 다룹니당. 프랑스에서는 1987년 창간한 후 격월로 발행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2020년 한국어판 창간 후 계간으로 발행하고 있습니당.
평소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읽기도 벅차서 『마니에르 드 부아르』는 언젠가 읽어야지 하고 미루고 있었는데, 이번에 기차를 타고 기다리면서 1호를 읽었습니당. 파격이라는 형식에 매몰되어 내용을 상실한 현대 예술에 대한 비판, 러시아의 록 밴드 키노의 리더였던 빅토르 초이의 생애에 관한 기사 등 예술에 관한 다양한 소재를 흥미롭게 다루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당.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프랑스판 창간사였습니당.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편집장이었던 클로드 쥘리앙이 쓴 「새로운 사유방식을 추구해야 할 때」라는 글이졍. 일부만 발췌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당.
우리는 더 잘 볼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고 믿었다. 그러나 단지 세계 곳곳을 겨누고 있는 카메라의 눈을 빌려서 더 많은 것을 보게 되었을 뿐이다. 우리는 시야가 넓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는 각자 익숙한 좁은 반경에 머무르면서 전문가가 되었다고 착각한 것이었다...
그래서 때로 망상에 갇힌 맹목적 관점으로 ... 탐욕에 물든 관점으로 끝없는 번영과 부를 추구하였으며,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낡은 이데올로기에 경도된 관점으로 정작 사회의 큰 균열은 보지 못하였다. 그리고 이기주의적 관점으로 인해 질시와 증오를 증폭시키기도 했으며 망각에 빠진 관점으로 인해 과오를 번번이 답습하기도 했다. 또한 객관적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변명을 내세우며 판단을 미루고 현상 확인에 그치는 냉정하고 무정한 관점, 무관심하고 공허하며 비양심적이고 비윤리적인 관점, 살인자의 관점, 혹은 살인 공모자의 관점에 갇혀 있기도 했다.
발췌문에서 아래 문장이 참 생각할 거리를 주더군영. 프랑스어판 창간사가 쓰이던 한 세대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는 생각도 들면서, 저의 처신에 대해서 잠시 고민하게 되었습니당. 저는 최근에 저 스스로 냉담해지고 있는 걸 느끼고 있던 참이었거든영. 다른 사람들이 뭘 하든 그냥 방관자의 태도를 견지하는 데 관성이 붙고 있어영. 인간은 서로를 이해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바보 같은 소리나 되뇌면서, 책을 읽든가 비디오 게임을 하고 있습니당... 그래서 창간사 읽으면서 조금 반성했습니당.
인문학의 힘인 자기 부정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재미있는 잡지이니 기회가 되시면 여러분도 『마니에르 드 부아르』를 읽어 보시면 좋겠습니당.
파다닥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