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당합니당] 황석영 "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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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책이라고는 안 읽는 인간이 저인데다가,
특히 소설은 "지어낸 얘기가 뭐 그리 중하다고"라며 특히나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한강 선생의 노벨상 수상에 "이건 읽어봐야지 어디서 방구라도 뀌겠구나" 싶어 읽기 시작했죠.
역시 모든 게 습관으로 만들기 나름인지, 처음에는 긴 텍스트 읽는 게 그렇게도 힘들더니 점점 익숙해지더군요.
한강 선생의 소설을 보이는 대로 읽다가 문득 황석영 선생이 궁금해졌습니다. 오랜 기간 노벨상 물망에 올랐던 분이고, 맨부커상 후보에도 자주 오르셨다고 하더군요. 한강 선생만큼이나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이 작가의 작품은 과연 어떨까.
워낙 유명한 분인 것도 알고 말씀 잘 하시는 것도 알았는데 정작 작품을 읽은 적은 없었습니다. 찾아보니 집에 예전에 사놓고 안 봤던 "창비 20세기 한국소설" 시리즈 중 한 권으로 나온 황석영 선집이 있더군요.
첫 작품이 "객지"인데, 처음 봤을 때는 낯선 배경과 단어들 때문에 한두 장 읽고 포기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 다시 읽으니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읽어지더군요. 서해안 간척지 매립 작업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인부들의 고단한 인생살이, 용역에 용역을 주면서 착취가 생기는 구조에 대한 생생한 묘사, 이렇게는 못 살겠다 하고 쟁의를 일으키는 과정과 실패, 그리고 그럼에도 희망을 가지는 사람들...
확실히 힘이 있는 소설이네요. 대략 이십대 후반에 이걸 쓰신 것 같던데 역시 대작가들은 범인들과는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전남대 철학과 박구용 교수가 "월말 김어준" 한강 특집 코너에서 사람이 큰 어려움이 있을 때, 훅 가라앉을 때 이를 치유하는 방법은 산책과 소설 읽기더라, 소설을 읽으면 다른 세계에 빠져 현실을 잊지만 이게 연결이 되어 현실의 문제가 풀리더라, 하는데 굉장히 와닿았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소설 중심으로 독서를 하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입당 보고드립니당.
열분들의 추천작까지 다 따라 읽으려면 오래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모두들 즐건 독서 하십쇼~
광나라님의 댓글
잘 담아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