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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작가들의 소설 : 귀신들의 땅, 어얼구나 강의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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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5.02.13 14:38
분류 독후감
184 조회
2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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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들의 땅은 타이완 내륙의 '용징'이라는 소도시의 한 가족의 이야기를 타이완의 근현대사 속에서 녹여낸 소설입니다. 음력 7월 중원절, 귀신이 돌아온다는 시기에 맞추어 흩어져 살던 가족이 모두 용징으로 모이게 됩니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에 잘 날 없다는 옛말처럼 7남매의 삶은 순탄치가 않습니다. 동성애자인 막내아들은 독일에서 연인을 죽인 후 풀려나 돌아오는 길입니다. 도시에서 성공한 삶을 사는 듯한 셋째는 유명 앵커 남편에게 가정 폭력을 당하고, 넷째는 정신착란을 일으키며 형제들에게 돌아가신 어머니를 찾는 전화를 해댑니다. 나머지 가족들도 평안치 않기는 마찬가지라 막장드라마를 보는 듯한 매운맛을 느끼게 합니다.

 타이완의 근대사는 대한민국의 역사와 공통점이 많습니다. 일본 식민지 시대를 겪은 후의 잔재가 남아있으며 , 경제의 고속성장으로 인한 부작용은 곳곳에 상처를 남겼고, 중국본토와의 긴장된 관계속에 개인의 자유는 쉽게 억압당합니다. 아픈 기억이 가득한 고향이기는 하지만 가족들에게 달리 돌아갈만한 곳은 없어보입니다. 가족과 마을사람들간의 숨겨져 있던 이야기가 펼쳐지며 가족의 비밀도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작가는 실제 고향이 용징이며 무려 9남매라고 합니다. 본인의 삶을 그대로 녹여낸 이야기는 마치 자기 치유의 과정과도 같습니다. 결말이 그렇게 시원한 편은 아니지만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하는 면이 있습니다. 대만의 역사를 잘 알면 좀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얼구나 강의 오른쪽은 내몽고의 어원커부족의 이야기입니다. 화자는 부족의 마지막 추장의 아내로서 백년가까이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지켜온 여인입니다. 책을 읽는 동안 그들의 일상에 녹아들어 밤에 빛나는 별을 보고 스치는 바람을 느끼며 토끼사냥을 다니다보면 자연과 동화되어 사는 삶의 원초적 충만함을 간접경험하게 됩니다. 아바타의 나비족에게 매료된 제이크의 기분이 된달까요.

그렇다고 어원커족의 삶이 마냥 동화같지만은 않습니다.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늘상 사고와 죽음을 곁에 두고 살아갑니다. 현대인과 마찬가지로 질투하고 욕망하고 싸우고 죽기 전까지 상대를 미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원커족은 불행의 결과도 행복과 마찬가지로 온전하게 받아들입니다. 어원커족의 무당은 특별한 힘을 갖고 있어 미래를 예측하기도 하고 부상자나 병자를 고치는 굿을 하기도 합니다. 남의 자식을 살리게 되면 무당의 자식이 대신 죽게됩니다. 무당은 자신의 아들, 딸이 죽게 될 것을 알면서도 굿을 거부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삶은 인간으로서 치열하게 생존하되 생태계의 질서를 거스르지 않는 숭고함마저 느끼게 합니다. 대도시에서 부대끼며 사는 저에겐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경이를 느끼게 해준 책이라 기억에 많이 남을 듯 합니다.


두 권의 책을 엮어 독후감을 쓰게된 데에는 두 책 모두 자국의 근현대사가 녹아든 소설이라는 점이 큽니다. 다만, 읽은 후에 느껴지는 감정은 매우 다릅니다.

어얼구나 강~의 경우 세계대전 속에 휘말린 어원커족은 일본제국의 군사훈련을 강요당하기도 하고 중국군의 군인이 되는 부족민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역사의 혼란속에 일본군에게 착취당하기도 하고, 홍위병의 감시를 받기도 하지만 중국의 소수민족의 억압은 굉장히 순한맛으로 다뤄집니다. 작가가 소수민족 출신이기는 하나 매우 엘리트로 자라왔다는 점을 간과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중국의 유수한 문학상을 많이 받았습니다).

어떤 책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지 다른 분들의 의견도 몹시 궁금해집니다만...혹시나 읽게되시면 뒤늦게 댓글로 감상을 남겨주셔도 좋구요. 재밌게 읽으셨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 책정보

귀신들의 땅 (천쓰홍 | 민음사, 2023)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1789034

어얼구나 강의 오른쪽 (츠쯔젠 | 들녘, 2011)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776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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