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김혼비, 2018)

알림
|
X

페이지 정보

작성자 평화를빕니다 221.♡.178.161
작성일 2024.05.24 12:20
분류 독후감
195 조회
5 추천
쓰기 분류

본문

(미뤄두었던 독후감을 하나 썼습니다. 이 곳에도 올릴게요.)

책은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 김혼비의 2018년 작품입니다. 

--

초등학교 때 축구 연습한다고 일요일 아침이면, 동네 중학교에 공 튀기면서 가서, 놀다가 쿨피스로 마무리하던 수많은 날. 중학교 때 왼쪽 수비에서 공격수에게 보낸 택배 롱킥과 그 친구가 날리던 엄지척, 94년 베베토를 따라 한다고 방과 후에 그렇게 연습하던 뜨겁던 오후. 피파97 선수들 능력치와 이름을 에디팅한다고, 왼발이 90이지, 오른발은 93이지 하며 마치 심각한 연구를 하는 듯 머리를 맞대던 교실 책상. 잠실주경기장에서 천안 일화와 아프리카 어느 팀의 경기 초대권을 받고 시간도 많겠다... 찾아간 내 첫 푸르디 푸른 축구장과 뽈인러브. 그곳에서 본 고정운의 내 허리만 하던 허벅지. 아부지 몰래 가입했던 붉은 악마와 아부지와 함께 갔던 비알리의 유벤투스 경기. 축구부가 있는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너무 즐거웠던 그 날. 등교하자마자 축구, 점심시간 축구, 방과후 축구, 이렇게 1일 3축구를 해야 하루가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줄 알았던 그날. 이미 우리 편 골키퍼 손을 지난 공이 갑자기 슬로우 모션처럼 느려지고, 나는 어느새 달려와 그 공을 안돼~ 하며 슬라이딩하며 밖으로 쳐냈던 묘했던 날. 동전이 생기면 찾아갔던 오락실 버추어 스트라이커. 위닝일레븐을 하고 싶어서 친구에게 조공했던 수많은 매점 게다리튀김. 하... 너무 많아서... (나의 90년대 축구 이야기도 다 못했지만...) 이제 그만 써야겠다. 아! 이거 하나 더... 언젠가 결혼하고 자식이 태어나면, 딸이든 아들이든 같이 축구해야지! 했던 작은 꿈.
잘 몰랐는데, 이렇게 쓰고 보니, 축구는 나의 삶이었다. 내 삶에서 축구를 빼면, 어머! 남는 게 없네?

아무튼 언젠가. <아무튼, 술>을 읽고, 그 작가가 예전에 여자축구와 관련된 책을 썼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래서 메모했던 그 책을 읽었다. 드디어.

그의 글은 호나우딩요의 현란한 드리블을 보는 듯 했고, 그의 마무리는 클린스만의 독일에게 중거리 슛을 쏘고, 덤덤하게 올리던 홍명보의 오른손 같았다.
표지를 넘기고, 눈동자를 공 굴리듯 후르륵하니 어느덧 마지막 페이지. 이 책에는 침대축구가 없다. 90분이 모두 하이라이트 같았다. 이렇게 한자리 앉아서 깔깔거리면서 책 한 권을 읽은 건 참 오랜만이다. 이게 다. 29쪽 팬티 때문이다. 고맙고, 즐거웠고, 덕분에 나를 돌아봤다.

아! 결혼을 하고 예쁜 딸이 태어났다. 그때부터 만5살이 된 지금까지 동네축구클럽 입단을 옆에서 계속 꼬시지만... 정말 가기 싫다고 거절하는 예쁜 딸. 동네에 여자축구팀 홈경기장이 있어서 닭꼬치로 꼬셔서 함께 갔지만, 닭꼬치가 끝나자 이제 그만 일어나자고 조르던 예쁜 딸.

이 책을 딸에게 추천한다.
그리고 당신에게도.

댓글 3

HDD20MB님의 댓글

작성자 HDD20MB (112.♡.159.29)
작성일 05.24 16:01
저도 얼마전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김혼비 작가의 다른책들도 재미있더라구요. ㅎㅎㅎ

고양이는야옹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고양이는야옹 (125.♡.86.148)
작성일 05.24 16:05
@HDD20MB님에게 답글 저도 김혼비 작가님의 다른 책 추천하려다가
나만 좋아하는 것일 수 있다는 자기검열에 차마 댓글을 등록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읽은 책은 "전국축제자랑"과 "다정소감"이었습니다.
분위기가 유쾌하고 따뜻합니다.

개인적으로 "골.때.녀는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ㅋ.ㅋ

지낭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지낭 (136.♡.34.97)
작성일 05.24 17:38
김혼비 작가 매우 애정합니다.
쓰기 분류
홈으로 전체메뉴 마이메뉴 새글/새댓글
전체 검색